22대 총선, 에너지전환 방향성 결정
그린 ODA, 아시아 기후문제 해소 대안

[에너지신문]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은 거대야당이 그 세력을 유지할지,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여당이 뒷심을 발휘할지 아니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처럼 제3지대가 돌풍을 발휘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렇게 총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22대 국회의원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경제전반의 좌클릭, 우클릭, 그리고 에너지전환에 있어 화석연료의 운명이 결정된다. 

COP28의 성과

기후정책은 기후라고 쓰고 에너지라고 읽는다라고 할만큼 에너지전환에 대한 큰 획을 긋는 정책철학이 필요하다. 이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구조가 바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다.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당사국총회, COP28에서 가장 뜨겁게 다룬 의제가 바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면 석유재벌 의장덕분인지 화석연료는 단계적 퇴출이 아닌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P28은 우려와는 달리 꽤 성과를 거뒀다. 첫 번째 성과가 바로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 대응을 위한 기금운영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이는 개도국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이 큰힘이 돼 줄 것이다. 손실과 피해기금을 크리스마스 선문이라 표현한 이유는 이 기금자체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개도국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지 생계를 책임져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무국을 세계은행에 잠정 설치하게 돼 앞으로 기후정책의 리더십을 세계은행이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수 있다. 물론 초기 출연금이 8조로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 즉 기후금융이 앞으로 크게 개선될 것이다. 

세계은행은 ‘Internal Carbon Pricing’ 즉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의 내재화를 주창해왔다. 즉 모든 소비에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이 주제를 아주 심도있게 다뤄왔다. 

기저에 깔린 철학은 바로 세계은행이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견고한 지지대 역할을 하겠다는 데 있다. 기금운영 없이 그 역할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마치 총은 있는데 총알이 없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성과는 기후정책과 지속가능발전목표, SDG와의 연계이다. COP27에서는 식량안보를, 이번 COP28에서는 보건을 최초로 다뤘다. 기후정책은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지속가능 발전목표는 살과 같다.

즉 기후정책이 탁상공론으로 치부되지 않고 하루하루를 어떻게 사는데 필요한 식량안보와 보건과 같은 생활밀착형 이슈를 다루게 됐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기후금융의 보폭이 식량과 보건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세 번째 성과는 저탄소, 무탄소기술활용에 대한 구체성이다. 이 또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착을 수소와 CCUS로 확대분산시킨다. 이는 다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아닌 감축으로 합의하게 된 배경이 된다.

즉 CCUS의 적용이 화석연료의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점이 합의의 쟁점이자 결국 합의를 도출하는데 카드로 활용됐다. 

에너지전환과 화석연료의 숙명

그렇다면 남은 숙제는 무엇인가? 다시 에너지전환과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으로 돌아가보자.

이번에 술탄 아흐메드 아자베르 COP28 의장 다음으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단연코 액손모빌 CEO, 대런 우즈다. 2년전 그가 직원들 대상으로 자신의 견해와 비젼을 전달한 일화는 유명하다. 

단기변동성에 주목하지 말자는 메시지였다. 즉 인구증가와 함께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는 탄탄하니 이를 믿으라는 얘기였다. BP나 쉘과 달리 에너지안보를 공급안정성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 통했던 것이다.

장기적인 비전을 좆았던 BP와 쉘과 달리 엑슨모빌은 현실적인 로드맵에 충실했다. 즉 2050 비전만 볼 때 엑슨모빌은 낙제생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적인 로드맵없이 비젼만 추종하는 것은 허상을 좆는 것과 같다. COP에 대한 회의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런데 이번 COP28에 대런 우즈가 등장한 것이다. 결국 대런 우즈는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화석연료 퇴출을 메탄 퇴출로 막은 것이다. 

즉 INPUT 중심의 에너지전환에 반기를 들어 OUTPUT 중심의 메탄가스 제로를 약속한 것이다. 

이는 정책을 운용하는 전문가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볼 명제이다. 환경정책의 방점은 이미 INPUT 중심에서 OUTPUT 중심으로 전환한지 오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배출권거래 시장이다. 즉 대런 우즈의 전략은 이런 정책 트렌드에 맞닿아 있다. 

다시 시장과 정책의 기본명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중심의 정책을 운영하다 다시 COMMAND & CONTROL의 직접규제 방식으로 회귀는 사실상 억지에 가깝다. 

에너지전환은 다시 정책이 아닌 정치이슈화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번 총선의 결과가 얼마나 에너지정책과 기후정책에 있어 중요한지 더 말하면 잔소리다.

▲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모습 (사진캡쳐UN 홈페이지)
▲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모습 (사진캡쳐UN 홈페이지)

기후금융, 2024년에 꼭 해야 할 숙제

안타깝게도 이번 COP28에서 다룬 의제 중 파리협정 제6조 국제탄소시장과 관련한 실질적 이행과 이를 위한 기술적 가이드라인 협상은 결렬됐다.

이는 자발적 탄소시장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더더욱 실망이 컸을 것이다. 하나의 시장을 만드는 일은 아주 도전적인 일이다. 탄소배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 정보를 제출하는 방식, 감축실적을 승인하는 절차 등 세부사항에 대한 긴밀한 논의가 필요했고 그 시간이 부족했다. 

실무를 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차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더구나 파리협정에서 제시하는 시장은 과거 교토메커니즘이 허용하는 시장과 질적으로도 다르고 양적으로도 다르다. 

교토메커니즘의 감축실적에서 파리협정의 적응프로그램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기 때문에 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노출강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이 교토체제에서 10줄이 필요했다면 파리협정은 100줄로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왜 해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2050 탄소중립과 같은 장기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있어 적응프로그램 없이 그 목표를 달성할 현실적 대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1년 대비 2022년 기후금융의 패턴은 확 달라졌다. 일단 규모가 조단위(1조 2700억달러)로 달라졌고, 공적자금 대비 민간수혈이 늘어났으며 파이낸싱 기법도 다양해졌다. 

또한 감축과 적응 혼합형 프로젝트가 많이 개발됐으며 섹터 또한 에너지중심에서 인프라와 폐기물처리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아직도 민간자본의 투입이 절실하고 적응관련 사업에 대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사정이고 지역편중도 아시아와 선진국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그린 ODA에 대한 기대

개도국 공무원 대상 녹색금융 교육을 하다보면 많은 이슈를 목격하게 된다. 그들의 삶이 달려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높다. 피지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섬으로 이뤄진 나라들은 맹그로브를 해안선 따라 심는 사업을 통해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고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도 활용한다.

즉 감축과 적응을 혼합한 사업의 대표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린 ODA는 적용범위가 아주 넓다. 따라서 그린 ODA는 기후금융이 아시아에 집중된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수 있다. 산림정비사업에서 해안선정비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 수혜범위 또한 넓다. 개도국 수도 어디를 가봐도 매연에 허덕이지 않는 곳이 없다. 중고차들이 돌아다니면서 대기질은 물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문제는 다분히 개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그린 ODA는 에너지인프라에서 적응사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개발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그린 ODA에 있어 적극적이다. 광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다. 결국엔 재원조달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2024년 에너지업계는 이러한 관점에서 그린 ODA의 활용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2024년은 아주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한 것보다 빨리 안정을 찾을수도 있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고의 방식이 달라진다. 

뇌도 근육이라 쓰던대로 움직인다. 즉 사고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가치의 중심을 ‘나’를 비롯한 ‘우리’에 둔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멀쩡해야 나도 멀쩡할 수 있다. 

2024년은 함께 잘 사는 미래를 꿈꾸는 한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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