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방향 모터, 미래 모터 종착점…적극적 자본‧인력 투입 요구   
현대차, 글로벌 기업과 경쟁 불가피…현명한 선택‧집중 필요 

[에너지신문] 2023년 3월 1일 테슬라가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희토류 자석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예고한 지 약 9개월이 지났다.

중국 공급망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인해 ‘희토류 독립’을 선언했던 테슬라의 비희토류 모터 개발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일반적으로, 모터의 형태는 자기장 방향에 따라 방사형 자속 모터(RFM: Radial Flux Motor)와 축방향 자속 모터(AFM: Axial Flux Motor)’ 2가지로 구분된다. 

방사형 모터는 간단한 구조와 용이한 제작, 낮은 단가 등의 장점으로 주로 가전제품 등에 쓰이고, 축방향 모터는 높은 효율과 정밀한 제어 등의 장점이 있어 항공, 로켓 등의 첨단산업에서 활용된다. 

테슬라는 축방향 모터를 기반으로 비희토류 모터를 현실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100kW급 축방향 모터에 대한 설계를 이미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태다.

축방향 모터는 적은 부품, 적은 무게, 연비 개선 등의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출력과 토크가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수준으로는 기존 모터에 비해 출력이 약 3배, 토크는 약 2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이 같은 축방향 모터의 장점을 유지하되 인휠모터(In-Wheel Motor)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휠모터는 이름 그대로, 바퀴 내부에 직접 모터를 장착하는 것으로, 축방향 모터의 두께는 레코드판 3장을 겹친 것처럼 얇다. 인휠모터로 활용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다.

특히 테슬라는 내부에 들어가는 자석을 기존의 네오디뮴 소결 자석(NdFeB Sintered Magnet)에서 사마륨-질화철 본디드 자석(SmFeN Bonded Magnet)’으로 변경했다.

‘사마륨 자석’은 현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네오디뮴 자석’에 비해 열의 발생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어 축방향 모터에 매우 적합하다. 

자석은 일반적으로 자성분말을 결합해 만드는데, 크게 ‘소결자석’과 ‘본디드자석’으로 분류한다. 소결자석은 고온에서 자성분말을 잘 구워서 결정을 매우 치밀하게 만드는 반면 본디드자석은 자성분말 사이를 바인더로 채워 경화시켜 만든 것으로 ‘플라스틱 자석’이라고도 불린다. 

본디드자석은 자성분말 외에 바인더를 포함하고, 성형 후 미세한 기공들이 잔존하므로 소결자석에 비해 자기성능은 떨어진다.

하지만 형상 자유도가 좋아 다양한 형상을 높은 정밀도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과 기계적 특성이 우수, 균열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점 등 소결자석에 비해 여러 가지 제조상의 유리한 장점이 많다.

심지어 가격에 있어서도 사마륨은 네오디뮴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2023년 12월 13일 기준, 네오디뮴 산화물은 톤당 46만달러지만 사마륨 산화물은 톤당 1만 5000달러에 불과해 약 1/30 수준이다.

물론 사마륨에는 테슬라의 목표인 ‘비희토류 모터’에 도달할 수 없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사마륨의 원자번호는 62번으로, 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 15개로 이뤄진 란타노이드(lanthanoid)에 속한다.

즉 테슬라도 아직 구동모터용 자석의 희토류 완전 배제에 물리적/기술적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 액시얼 플럭스 모터(왼쪽)과 방사형 자속 모터.
▲ 액시얼 플럭스 모터(왼쪽)과 방사형 자속 모터.

상술한 바와 같이 ‘축방향 모터’와 ‘사마륨 자석’에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장점이 많다. 때문에 이들의 기술 개발에 욕심내는 업체가 어디 테슬라 뿐일까. 

벤츠는 축방향 모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2021년 영국 모터 제조기업 야사(YASA)를 인수했다. 페라리, 코닉세그, 재규어 등의 전기 스포츠카 및 콘셉트카 등에 적용된 축방향 모터가 야사의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지난해 6월 벤츠 또한 축방향 모터를 적용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3위의 스텔란티스 역시 축방향 모터 개발을 위해 여러 모터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중이다.  

축방향 모터에도 단점은 있다. 우선 개발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 진동이 직접 모터에 충격을 주므로 RPM 1만 이상에서 로터(회전자)와 스테이터(고정자)가 맞닿게 될 경우 모터가 터질 수도 있다. 또한 방수도 중요한 기술적 이슈다. 주행 중 수분이 침투하면 동력이 상실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최초의 콘셉트 이후 지난 200년간의 꾸준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용화 즉, 대량 양산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산을 먼저 정복하는 자가 전기차 시장의 거대 산맥을 점령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의아한 행보

2022년 2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일본 시장으로의 재진출을 선언했다. 도쿄의 심장부 하라주쿠에 체험형 전시장인 ‘현대하우스’를 오픈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일본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리고 벌써 만 2년이 다 흘러 가지만 아직도 판매량은 지지부진하다.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 시장에서 고작 419대를 팔았을 뿐이다. 같은 기간동안, 같은 시장에서, 중국의 BYD는 약 2.8배에 가까운 1183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온라인 판매와 한류에 편승해 젊은 층을 공략해 보겠다는 매력 없는 마케팅 전략이 한 몫 했다. 심층적인 시장 조사 따위는 과감하게 생략한 듯 하다. 그런데, 마케팅 전략 뿐만 아니라 기술 전략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기술 전략은 ‘축방향 모터’와 ‘사마륨 자석’를 향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축방향 모터 개발을 위한 전초전으로, 사마륨 자석 개발을 위해 국내의 자석 생산기업과 협업 중이다. 이를 보면 차세대 기술의 방향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선택한 기업은 네오디뮴 자석을 소량 생산한 이력은 있지만, 아직 사마륨 자석을 자체개발한 경력은 전무한 곳이다. 사마륨 자석 개발에 요구되는 인력이나 기술을 보유한 적합한 기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 도쿄 하라주쿠 현대하우스 전경
▲ 도쿄 하라주쿠 현대하우스 전경.

한국 희토류 자석 기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자화전자’가 있다. 국내에서 사마륨 자석을 제조해 본 경험과 기술을 가진 유일한 자석 생산기업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다른 자석기업과 손을 잡았다. 현대차의 행보가 의아해지는 부분이다. 네오디뮴 자석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사마륨 자석을 자체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는 크나큰 오산이다. 

마케팅 전략은 한 순간 번쩍이는 아이디어로도 보완 가능할 지 모르나, 기술 전략은 오랜 연구와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이 필수다. 현대차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처럼 어긋난 기술적 행보는 심히 안타깝고 염려스럽다.

현대차가 어떤 중대한 이유로 파트너 기업의 기술력보다 다른 무엇을 더 중요시 여겨야 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사는 대부분 축방향 모터를 미래 모터 기술의 종착점이자 이상향으로 인식하고, 양산을 위해 전사적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차가 이들과 어깨를 견줘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많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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