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성수기 불구 부진한 실적에 허리띠 졸라매기
공급과잉에 설비축소 등 석유화학 산적 과제 많아 진통
[에너지신문]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등 세계 각국의 탄소 저감 목표로 인해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정유와 석유화학업종도 예외가 아닌 입장에 놓이게 됐다.
기후변화를 위한 에너지 전환과 함께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는 국내는 물론 세계 석유시장의 경영 환경을 앞으로 더 악화시키는 모습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소중립 목표가 확산되고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조기 달성하려는 노력이 높아지면서 석유 대신 수소, 바이오연료, 전기 등으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및 수소차 보급 확대는 휘발유, 경유 등 기존 정유 제품에 대한 수요 감축을 더 깊어지게 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여기에다 중국과 인도, 중동지역에서의 설비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국내 정유산업의 수익성 악화에 부진한 실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최악의 경영 상태에 직면했던 정유산업이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회복되며 실적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떨어졌던 국제유가도 치솟아 재고 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등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며 횡재세 도입 논란도 불러 왔었다.
하지만 미국발 상호관세와 OPEC+의 생산량 확대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정유사, 공급 과잉에 빠진 석유화학시장은 부진상태에 빠져 어려운 경영환경의 눞을 언제쯤 빠져나오게 될지 불확실성만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대를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 정부는 법정 최고한도였던 37%에 이르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를 통해 물가 안정과 서민 부담 완화 조치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올해말 또는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때까지 지속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중반대까지 상승했으나 공급확대 전망,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60달러대를 기록 중인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석유·가스 증산정책과 경기침체 우려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하락했지만 이란, 러시아 등의 공급차질 우려 확대가 유가 하락폭을 제한시켰다.
또한 미국, 독일의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와 이라크 쿠르드지역의 석유수출 재개 등 추가적인 원유공급 기대감 등으로 유가가 하락하더니 4월초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OPEC+의 추가증산 소식에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대로 급락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 유가만이 아니라 불안정한 원유수급 상황은 국내 정유업계의 불안 요인을 배가시키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중국과 인도에서 러시아산 원유도입이 어려울 경우 국내 정유사도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 하게 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적인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 결국 높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해야 하거나 부족한 원유만큼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동률 하락 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 산유국 증산정책 유가 변동성 확대
미 관세정책 영향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감소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OPEC+ 산유국 중심의 원유 공급 확대 가능성으로 국제유가는 앞으로 하향 안정화되면서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며 원유 수요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서는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통해 올해 상반기 배럴당 평균 72.4달러였던 국제유가가 하반기에는 67달러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캐나다 등 비OPEC+ 산유국의 생산 확대와 OPEC+ 감산 완화 가능성 등 원유 공급 확대 요인도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 및 산유국에 대한 제재 지속 여부, 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정책 등 불확실성이 유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산 Dubai유 기준 국제유가는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13.0% 떨어진 72.4달러였지만 하반기에는 전년동기대비 18.2% 내린 62.2달러로 예상되며 연평균 67.3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부진한 실적 언제까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유가 하락, 저탄소 압력 속에서 정유사들이 정제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통한 재도약을 모색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관세 영향, 유가 하락 등 어려운 대외 환경으로 인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석유사업은 매출 11조 1187억원, 영업손실 4663억원, 화학사업은 매출 2조 2686억원, 영업손실 1186억원, 윤활유사업은 매출 8938억원, 영업이익 1346억원, 석유개발사업은 매출 3417억원, 영업이익 1090억원을 기록했다.
석유사업은 미국 관세 정책과 OPEC+ 증산 전환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였으며 유가 및 환율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 손실 등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5026억원 감소했다.
향후 역내외 공급 축소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이 전망되며 이에 대응하고자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화학사업은 납사가격 하락 영향으로 올레핀 스프레드는 개선 됐으나 벤젠 스프레드 하락과 파라자일렌 공장 정기 보수 등으로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미래 에너지 전환을 위해 '뉴 에너지 플랫폼' 구축을 구체화시키며 친환경 전환과 '비정유' 부문에 대한 신사업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GS칼텍스도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0조 7240억원, 영업손실 257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 12조 6424억원에 대비할 때 15%, 영업이익도 2081억원에 대비해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악화는 정제마진 감소로 정유 부문 매출이 8조 3628억원, 영업손실 3400억원을 기록하며 유가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게 됐다.
‘지속가능 및 수익성 있는 성장’을 위해 GS칼텍스는 수소, CCUS,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바이오 연료 등 저탄소 신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팜폐수 재활용을 통해 SAF 원료 확보와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 중이며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S-OIL도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6조 8283억 7800만원으로 전년동기 18조 8793억 2700만원 대비 10.9%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도 367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1448억 6600만원의 당기순이익이었던 것이 올해에는 989억 2800만원의 손실을 나타내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수요 둔화, 유가 및 환율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정유 부문에서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COTC(Crude Oil TO Chemicals)’ 공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원유를 정제하지 않고 에틸렌,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 원료 생산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비중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생산에 우위를 차지해 나갈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올해 2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정제마진 약세와 석유제품 수요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HD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3조 6663억 68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15조 7228억 2200만원에 비해 13.1%, 지난해 상반기 3786억 500만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2110억 7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117억 7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던 것이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해도 1912억 11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해 손실폭을 키웠다.
글로벌 시장의 유가 변동과 공급 과잉에 매우 민감해 희비가 엇갈리는 매년 정유산업의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소, CCUS, 바이오연료 등 신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 항공유와 바이오디젤 생산 공정 투자를 진행 중이며 국내 최초로 항공사에 바이오 항공유를 수출하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충남 서산 대산항 일원에 그린수소와 암모니아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갖추는 한편 800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 연료관련 시설, 폐플라스틱 열분해 정제유 생산시설, 청정 암모니아 활용수소 생산시설 등을 순차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구조조정 내몰리는 석유화학, 정유사에도 직격탄
공급과잉 현상에 석유화학산업이 올해말까지 270~370만톤에 이르는 NCC설비 감축에 나서야 하면서 정유4사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및 자율 사업재편 방안 마련에 대한 정부 요구에 따라 LG화학을 비롯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오일뱅크와 HD현대케미칼, S-OIL 등 정유 및 석유화학사들은 NCC 270~370만톤 감축, 고부가·친환경제품 전환, 지역경제 영향 최소화 등 3대 방향을 설정하고 고심에 빠졌다.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본격화된 구조조정 도화선에 불이 붙으면서 현재 LG화학은 GS칼텍스에 NCC 통합 운영 방안을 제안하고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NCC 통합 협상을,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의 NCC를 통합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중인 S-OIL은 내년말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180만톤을 더해 총 200만톤 규모의 생산업체가 되지만 구조조정 대상에서는 빠져 있어 관련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상태다.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은 앞서 2017년에도 거론 됐으며 당시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등 공급과잉 품목을 대상으로 4건 이상의 사업재편이 이뤄진 바 있다.
석유화학 자율 구조조정이 시작됐지만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제도 개선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고 최근 에틸렌 가격 상승이 이를 지연시키게 될 우려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흘러 나오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