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항로 개발 시사점 및 북극 자원개발의 중요성

▲ 이정환 전남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이정환 전남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에너지신문] 최근 들어 북극의 빙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북극 항로를 개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두꺼운 빙하 층과 빙산 충돌 위험 때문에 선박이 동북아-북유럽 간 북극해를 통과하지 못해 약 1만km나 거리가 먼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북극해 항로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항해 거리의 단축과 이로 인한 연료, 시간, 운임 절감 등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공산품 이동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북유럽, 일본, 중국 등 컨테이너 화물의 주도적인 생산지와 소비지가 모두 지구 북반구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들이 북극해를 항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장거리 물류 체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북극해 항로가 개발돼 활성화되면 동북아 지역과 북유럽 지역 간의 화물 수송 체계가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남쪽 네트워크에서 북극해를 직접 경유하는 북쪽 네트워크로 전환될 수 있다. 즉, 북극해 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 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북극해 빙하가 녹아 줄어든다는 사실로 인해 새로운 해로의 개통은 물론 북극 지역에서의 자원개발이라는 또 다른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북극해 항로 개발 가능성으로 인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더욱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또한 북극 신흥 광구에서 생산된 석유·천연가스 자원의 수송량 증가 및 해빙으로 사라지는 영구 동토층 위에 설치된 기존의 지상 파이프라인을 대체할 해상 운송 물량 증가라는 두 가지 면에서 북극해 지역 자원개발로 생산될 에너지자원의 해상 수송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급격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북극 지역은 연안국들에 의한 주권 확보 및 석유·천연가스를 비롯한 각종 자원개발과 항로 선점을 위한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미래 에너지자원 확보 전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더욱 심화될 경우 군사적 충돌은 물론 신냉전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 최근 알래스카 LNG개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 최근 알래스카 LNG개발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북극은 자원개발(E&P; exploration and production)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2008년 미국 지질조사소(USGS; United State Geological Survey)는 북극권 내에 석유는 900억배럴, 천연가스는 1670조 입방피트 그리고 440억배럴의 컨덴세이트가 부존돼 있을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세계 미발견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경우 30%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또한 북극에는 화석연료 이외에도 고부가가치 광물자원과 한류성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2조달러 상당의 철광석·구리·니켈 등과 함께 금·다이아몬드·은·아연 등 고부가가치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한류성 어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그린란드에서는 희소금속을 비롯해 매장 광물자원의 종류와 양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 북극은 열악한 환경, 시장으로부터 먼 거리 등의 자원개발 악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에 대한 거대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자원개발 관심 대상이 아니었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석유개발 가용면적의 확대, 원유가격 상승, 자원개발 기술 개선 등의 개발 환경 변화로 북극 주변국을 비롯한 기타 국가에서 북극지역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미국을 비롯한 북극권 주변국을 중심으로 북극 지역 석유‧천연가스 자원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 내에서 가장 많은 석유·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노르웨이 스발라르군도 니알슨(Ny-Ålesund)에 다산과학기지 개설’을 시작으로, ‘2009년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 건조’, ‘2013년 북극위원회(Arctic Council) 정식 옵서버(observer) 자격 획득’ 등의 북극 내 활동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그렇다 할 자원개발 활동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쇄빙선 쉐룽호에 이어 북극 탐험과 개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쇄빙선을 건조 중이며 2012년 쉐룽호의 북동 항로 왕복 운항에 이어 상선의 시범 운항을 진행했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민간 중심의 북극해 연구가 활발했으며 2012년 6월 북극권을 자원개발 중점 지역으로 개발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연구원 300명을 동원, 4년간 북극해 답사를 추진해 왔다.

북극 항로의 본격적인 상업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의 부산항, 일본의 요코하마항, 중국의 상하이항이 시종점 항만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2013년 5월 북극 개발을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 획득에 성공했다.

정식 옵서버 지위는 북극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각종 규범 정립, 북극 항로 및 북극 자원개발, 환경보호, 북극 개발 관련 프로젝트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극해 항로의 상용화·자원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됐고 전문가들은 2030년에 이르면 쇄빙선 없이 북극 항로가 상용화돼 인프라와 지리적으로 이점을 가진 부산항이 가장 큰 수혜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정부는 플랜트, 해상운송, 조선, 수산업 등 파급효과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북극 개발 참여 기회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추진이라는 계획을 갖고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라는 명확한 전략적 결정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활동을 강화해 북극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북극 공동 연구 확대를 위한 다산 기지 규모의 확충, 북극 항로 개척 지원, 북극해 연구 진흥 등을 위해 제2의 쇄빙 연구선 건조를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해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개발에 대한 전략적 추진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의 북극지역 자원개발 참여는 개발이익 획득이라는 경제적 편익도 있지만 자원안보에 있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 및 개발기술과 경험 습득, 그리고 국내 해양 플랜트 및 특수선박 수주, 울산과 광양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오일 허브 구축사업’의 완성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보고 ‘북극’…고부가가치 광물자원 풍부

우리나라도 북극 석유·가스 자원개발 참여 확대해야

2024년 국제에너지기구, IEA 발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최종 에너지 소비 중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은 3.6%로 세계 116위,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17위에 그친 바 있으며, 2035년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에너지 수급이 2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이는 앞으로도 ‘석유시대의 지속’ 즉, 에너지 수급 중 석유·천연가스 자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배적일 것이고, 이에 대한 확보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이며, 7위의 소비국으로 에너지 소비량의 약 9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국가적 미래 에너지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북극 석유·가스 자원과 같은 극한-오일(extreme-oil)에 대한 개발사업 참여를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북극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과 지원 확대’이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 및 유가상승으로 자원개발 활동이 용이해짐에 따라 북극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아직 북극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소수 원주민들만이 거주하는 춥고 먼 지역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학을 포함한 자원개발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 간 활발한 정보교류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북극 자원개발에 대한 정확한 이해 및 방향 수립이 필요하다.

둘째, ‘북극과 같은 극지에 특화된 자원개발 기술 마련’이다. 북극 지역이 자원개발 유망지역으로 추정되고는 있으나, 아직 미탐사 지역도 방대하고 극한의 기후로 실제 작업 일수가 적은 지역이 많다.

또한, 극저온 조건으로 인한 유빙, 영구 동토층, 빙하뿐만 아니라 외부에 대한 영향이 취약한 청정 지역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고 북극 지역에 특화된 자원개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자원개발 사업 참여를 위한 전략적 체계 구축’이다. 북극권은 한 나라가 소유하고 있는 지역이 아니다.

지역별로 영유권이 나뉘어져 있으며, 각 국가별로 환경‧제도‧법률 등의 자원개발 관련 요소가 모두 제 각각이다.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개발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대상 지역에 부합하는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북극권 자원개발의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려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앞서 전기한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면서 북극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한다면, 우리나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북극해 항로 개발이라는 환경변화로 인해 다가오고 있는 여러 가능성 중에서 북극권 자원개발을 포함한 물류 거점 기회를 선점할 경우, 에너지 도입 다변화 및 다국적 기업들의 최종 조립공장, 금융 보험, 정유, 항만, 선박, 플랜트 등의 관련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어 상당한 경제적 효과로 인한 국가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북극 자원개발 추진을 통해 에너지자원 안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부산항을 거점으로 한 신(新) 글로벌 교통·물류체계 구축 추진을 통해 국가 산업의 원동력을 다져나간다면 북극은 21세기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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