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광반조’ 기후에너지정책을 돌아보며
배출권거래, ‘할당시장’…향후 유상할당 100% 시대 올 것
배출권시장, 주택시장과 유사…시장 기능과 규제변화 분별해야

▲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 김효선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에너지신문] 회광반조(回光返照). 해 지기 직전 하늘이 환하게 밝아지는 현상. 빛을 돌이켜 스스로에게 비춘다는 말로, 불교 선종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에게 내재된 영성을 깨닫는다는 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되면서 갑자기 회광반조가 머리를 스치는 것은 새로운 국면에 선 기후에너지정책을 회광반조의 마음으로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때맞춰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의 할당계획이 발표되면서 배출권거래제의 ‘시장의 기능’을 통해 우리의 기후에너지정책을 되짚어보자.

2015년 제1차 계획기간으로 시작된 배출권거래제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대표적 시장메커니즘으로 자리잡아 오고 있다. 시장메커니즘은 효율성을 덕목으로 한다.

즉 배출권거래는 배출권거래의 가격시그널을 통해 기업이 비용효과적 대응방안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 온실가스 감축이 실현되고 경쟁력있는 녹색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기본전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있다. 안타깝게도 과거 우리 정부는 배출권거래의 시장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느라 효율성에 대한 점검을 간과한 것 같다. 배출권거래 또한 수요과 공급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공급과잉은 가격하락을 가져왔고, 정부의 할당에 비난이 집중됐다.

배출권거래는 ‘할당시장’이다. 무상할당에서 출발한 태생적 문제는 유상할당을 늘려야 한다는 반대급부를 피할수 없게 되고 4차 계획기간에 이르러 유상할당을 50%까지 올리자는 계획안이 나오게 됐다.

언젠가는 유상할당 100%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좋은 시장이라도 환경정책의 근간인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상할당은 과거에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배출권을 할당한다는 방식의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리고 힘의 균형에 있어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는 점 또한 불편하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시장의 효율성을 태생적으로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최저가격 또는 최고가격 설정을 통해 가격폭락과 가격폭등을 막고자 했다.

즉 서로 다른 성격과 입맛을 가진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의 불만이 쌓이게 되고 시장을 불신하게 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배출권의 시장가격이 전세계 꼴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참고로 국내 배출권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6달러, 유럽연합은 81달러, 중국은 10달러이다.

동일한 할당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술개발의 유인이 약한 시장으로 전락했다. 물론 우리는 간접배출량을 할당에 포함시켜 물타기를 했다. 이것 또한 시장을 커보이게 하고 시장활성화를 위함이라지만 결국 시장에 혼선을 야기한 것이다.

아주 저렴한 시장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원성을 피할순 없다. 왜냐면 시장을 신뢰할수 없고, 유상할당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그룹과 여전히 무상할당에서 출발하는 그룹 간의 차별 또한 명분이 부족하고, 유상할당이 발전부문에 집중되다 보니 전력가격 상승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전력부문은 에너지전환 비용과 더불어 유상할당의 비용까지 지불하고 이는 곧 국민이 지불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물론 이 비용은 결국 국민의 몫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 또한 현명한 선택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방식은 소비자의 선택과 무관하게 흘러왔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유상할당을 통해 발생한 경매수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4차 계획기간부터 유상할당의 규모가 확대될 경우 이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실현에 절재적으로 필요한 재원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매수익은 시장참여자 확대 및 거래 활성화, 온실가스 감축지원, 배출권가격 합리화, 세입재활용 등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실가스 감축지원이다.

CCUS와 같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곳, 민간 홀로 힘든 기술개발, 녹색기술 인프라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 시장참여자 확대와 거래활성화, 가격 합리화를 위해 경매수익이 쓰이는 비중은 최소화해야 한다. 왜냐면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초기단계에서는 이러한 지원이 필요하다. 초기단계에는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에 대한 정보, 전략, 대응방안이 미숙하기 때문에 이들의 합리적 시장행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제 4차에 접어들었다. 시장의 효율성은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이 자발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이 지난달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R&D(연구개발)의 효율성보다 효과성이 더 중요하다”라며 효과성과 효율성을 명확히 구분했다. CCUS와 같은 녹색기술 연구개발은 경매수익을 통해 효과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즉 과감한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지만,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한 환경에서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배출권거래 시장과 주택시장은 비슷하다. 둘다 수요과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임에 동시에 규제와 정책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과거를 회상해 보면, 정부는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지만 오히려 과도한 규제는 가격폭등을 불러왔다.

한편 배출권시장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가격하락으로 녹색기술 개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는 ‘배출권거래’라는 시장이 제공하는 가격시그널이 시장효율성을 저해할뿐만 아니라 녹색기술 개발을 유인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회광반조. 기후에너지정책의 장기비전은 우리 삶의 미래가치에 있다. 다시 한번 뒤돌아 제도의 명암을 살펴 시장기능이 해결할 일과 규제가 뒷받침할 일을 잘 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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