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전기차-주춤한 충전기 ‘엇갈린 행보’
급속충전기 확장 ‘먹구름’…운영자 부담 낮춰야
[에너지신문] ‘2030년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동안 전기차 캐즘 현상으로 잠시 멈췄던 전기차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켰고, 이로 인해 다시금 전기차 충전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충전기는 크게 증가했고,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체감률을 여전히 낮은 상황.
결국, 전기차 소비자들의 충전기 부족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전기차 시대로 가는 첫걸음이다. 그 시작은 급속충전기 보급 확장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최근 고속도로 내 급속충전기 구축사업이 유찰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급속충전기 늘려라!’라는 특명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파워 ON‘…전기차, 다시 달린다
전기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이후 전기차 시장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길었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전기차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기차 판매량은 2만 4409대로 전년대비 57.4% 증가했다.
이는 7월 2만 5114대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특히 8월까지 기록한 성적표는 전년동기대비 48.4% 증가로, 판매량이 크게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세면, 지난해 누적 판매량 14만 2456대를 9월이면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전기차 시장은 완벽히 회복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는 ‘신차효과’가 가장 컸다. 지난 5월 국내에 출시한 테슬라의 신형 모델 Y가 2만 8000대 이상 판매되며 수요를 이끌었고, EV3, 레이 EV, 캐스퍼 일렉트릭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및 소형 전기차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여기에 대형 SUV인 아이오닉9과 픽업트럭인 무쏘 EV 등 다양한 차종의 신차 출시도 판매량 증가에 기여했다.
보조금 효과도 톡톡히 봤다. 지난 2월,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지난해보다 빠르게 시작되면서 2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대비 560% 증가한 1만 3128대를 기록했다.
더불어 신차 판촉 경쟁과 더불어 제조사 할인에 연계한 추가 보조금 정책이 전기차 가격 하락을 유도해 전기차 시장의 판을 키웠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보조금’ 정책이 필요한 시장임을 증명했다. 결국, 전기차 시장은 상품성을 개선한 신차들이 쏟아지고, 보조금 정책의 탄력을 받아 강력했던 전기차 캐즘을 극복한 분위기다.
전기차 충전기 44.7만기지역편차 여전히 ‘미흡’
전기차가 다시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는 분위기인 데 반해 전기차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국민들은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해 전기차 구입을 꺼린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환경부-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전국 누적 충젼기는 총 44만 7768기다. 이중 완속충전기는 39만 7342기, 급속충전기는 5만 426기로 완속충전기의 비중이 너무 크다.
실제 누적 충전기 보급비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68만 4244대고, 전체 충전기수 39만 4132대로, 1기당 1.7대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급속충전기 상황을 보면, 충전기 1기당 15.4대로 완속충전기 1기당 2대와 큰 격차가 난다. 때문에 급속충전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13만 1126기(완속 11만 8946기, 급속 1만 2180기)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상도(10만 3774기), 서울(6만 6045기)로 뒤를 이었다. 또한 충청지역은 4만 6165기, 전라지역은 3만 7038기가 배치됐다. 인천은 2만 4392기, 강원은 1만 2608기, 제주는 6092기를 구축했다.
이렇게 충전기가 많이 배치됐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는 데는 ‘지역편차’ 탓이 크다. 특히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충전기의 약 57%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고, 농어촌·산간 지역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가깝다.
더구나 완속충전기 보급에 비해 급속충전기의 증가 속도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고속도로 충전소는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대에 1~2기의 충전기만 운영되며, 대기 시간이 30분을 넘는 사례도 빈번할 만큼 여전히 불편한 상황이다.
즉, 급속충전기 보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충전인프라 확대 갈증을 해소를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급속충전소 구축 ‘또 유찰’ 제동 걸린 인프라
‘빈익빈부익부’ 충전기 인프라 시장에서 정부는 급속충전기 확대에 집중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내 전기차 충전기 구축에 열을 올렸지만,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 7월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는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소 확장 사업 입찰에서 또다시 대규모 유찰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업은 이미 지난해 한번 유찰이 됐던 사업으로 2년 연속 절반이 넘는 단위 사업에 유찰이 발생하면서 충전기 시장 확대에 먹구름이 끼었다.
한국도로공사 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전체 3개 구간 중 1개 구간이 유찰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충전소 구축사업의 3단위(광주·전남·대구·경북·부산·경남) 입찰은 참여자 저조로 유찰이 발생했다.
지난해 유찰됐던 2단위(수도권·전북)은 다행히 유찰은 막았지만, 낙찰된 SK일렉링크의 입찰요율도 최소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그쳤다.
1단위(강원·충북·대전·충남)의 경우는 전기차 급속 충전 네트워크 워터(Water)가 수주하면서 총 73개소‧397기의 고속도로 휴게소 급속충전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사업도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워터)와 SK일렉링크 두 기업만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저조한 상황이다.
도로공사는 이 사업을 통해 각각 122기·131기·138기 설치를 목표로 삼았지만, 문제는 참여기업이 나서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관계자들은 수익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기 설치비는 민간이 책임지는 구조인데다 전기요금·유지비 부담이 커, 운영자들의 부담을 떠앉는 구조라는 점이 입찰 참여를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차 인프라를 뒷받침할 핵심 사업에서 민간이 줄줄이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급속충전소 확대 막는 장애물 해소 방안은?
충전사업자들의 진입을 위해서는 운영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인프라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 체계가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불확실한 상황이다.
급속충전기 설치를 위한 보조금이 해마다 공고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장기 계획 수립이 필수적인 민간 투자자나 금융기관의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중장기 보조금 운영계획이 명확히 제시돼야만 안정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부지 충전소의 경우 5년 안팎의 단기 위탁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운영자들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유럽처럼 20년 이상의 장기 계약 도입과 계약 연장 등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요금도 충전소 운영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요금은 충전사업의 핵심요소인데, 제약이 너무 많다. 한국전력으로부터만 구매해야 하는 경직된 전기 단일구매 구조와 공공 급속 충전인프라 요금으로, 앞뒤로 꽉 막혀 있다.
더구나 최근 캐즘 현상으로 인한 전기차 감소로 충전소 운영자들은 적자에 허덕였다. 한전 전기요금에 포함된 과도한 기본요금은 충전소 운영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평가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