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지역갈등 ‘걸림돌’…주민수용성 제고 시급

[에너지신문] 이재명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산업 전환을 아우르는 ‘에너지고속도로’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에너지 산업 전반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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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실현, 재생에너지 확대, 수소·원자력 정책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국회 역시 관련 법·제도 정비와 정책 방향 설정에 있어 중대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본지는 22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회의원을 만나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기후위기 대응 전략, 그리고 예너지 관련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체코원전 불공정 계약 논란에 대한 견해는?

▲ 김동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 김동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체코 원전 수주는 분명 우리나라 원전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성과다. 하지만 성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계약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원전 수출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우리측에 불리한 조건을 감수했다면, 이는 장기적인 국익을 훼손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원전 수출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가 아니다. 국가 간 신뢰와 기술 주권이 걸린 전략적 사업인 만큼, 계약 조건 하나하나가 향후 우리나라의 원전 수출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체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향후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에서는 국익 우선의 원칙을 확고히 하고, 계약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제11차 전기본상의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허가 과정의 간소화와 주민 수용성 제고가 시급하다. 현재 복잡한 허가 절차로 인한 사업 지연과 지역 갈등이 재생에너지 확산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허가 문제부터 보면, 현재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지자체 등 각 기관마다 서로 다른 기준과 절차를 요구하면서 사업자들은 몇 년씩 허가만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허가 원스톱 서비스를 도입하되, 단순히 창구만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중복 규제를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주민 수용성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이제는 주민들이 처음부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발전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 발전기금으로 환원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주민참여형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지역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원을 제공하는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계통 안정성 강화도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태양광·풍력발전소를 많이 지어도 전력망이 이를 안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ESS, 수소저장시설 등과 연계된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AI를 활용한 발전량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적 보완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격 안정화와 에너지산업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해법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압력 속에서, 전기요금의 동결만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천문학적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무한정 요금을 동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무작정 요금을 올리는 것도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이미 허리가 휘어져 있는데, 전기·가스요금까지 덩달아 오른다면 생활고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선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기업 뼈를 깎는 구조조정…눈에 띄는 자구노력 보여야

현실적 수소법 개편 필요…업계와 협의로 효과적 방향 모색

우선 공기업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과도한 임원 보수 조정, 비효율적 자회사 정리, 해외 사업 손실 책임 추궁 등 눈에 보이는 자구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전의 해외 사업 실패로만 수십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요금 인상만 요구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를 통한 국민적 신뢰와 공감대가 확보된 이후에야 단계적 요금 조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확실히 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소상공인들에게는 별도의 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거나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과 절약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수요 관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건물 단열재 보강, 고효율 기기 교체 지원,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활성화 등을 통해 전력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할 때이다.

◆ 건전한 수소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해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수소사업 진출입 및 시장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는 수소법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였지만, 구체적인 시장 형성과 진출입 제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 진입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구조에서는 기술력 없는 투기 세력들이 시장을 교란할 위험이 크다. 수소산업은 안전성이 생명인데, 부실한 사업자들의 사고 한 번이면 산업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기존 수소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새 법률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전면 개편 수준의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와 충분히 협의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해상풍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발전기자재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조항을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해상풍력에서 국산 기자재 비중이 낮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넘어 에너지안보 차원의 문제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우리 바다에서 사업을 하면서 핵심 기술과 부가가치는 모두 가져가고, 우리 에너지 주권을 가져가는 현 구조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발전 공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사업 파편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병재 방식으로는 해상풍력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국산 기자재 사용률을 높이기 어렵다. 해상풍력특별법의 제정과 더불어, 공공주도의 해상풍력 사업 추진을 위해 통합 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전 공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아예 별도의 통합 개발공사를 설립해서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법적으로도 국산 기자재 의무 사용률을 명시하되, 단계적으로 비율을 높여가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국내 기자재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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