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반도체 핵심 자원 대부분 수입 의존
리튬·텅스텐 비축량 절반 못미쳐…광물 확보 시급
정부, 공급망 안정화·재자원화 방안 마련 나서

[에너지신문] “희소금속이 없으면 전기차도, 반도체도, 수소연료전지도 없다.”

전기차,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희소금속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모든 첨단 산업의 기반이 되는 자원, 그것이 바로 리튬·코발트·니켈·희토류 같은 희소금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대부분을 외국에서 사와야만 하는 구조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자원 공급망 확보에 혈안에 된 상황에서 자급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제1회 희소금속 산업발전협의회’를 출범,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을 위한 첫걸음에 나섰다.

▲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멕시코 구동모터코아 생산공장 전경.
▲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멕시코 구동모터코아 생산공장 전경.

공급망 ‘경고음’ 세계는 지금 희소금속 전쟁 중

세계 각국은 이미 자원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전략 광물 확보를 국가 안보 사안으로 규정하며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우방국에서 조달한 광물만을 인정하는 ‘친구끼리 공급망(friend-shoring)’을 본격화했다.

중국은 반대로 자국 내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2010년 일본과의 외교 갈등에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던 사례는 지금도 교과서적 사례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을 발표해 글로벌 시장을 흔들기도 했다.

이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더 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특정 자원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이 끊길 경우, 국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리튬 가격은 1년만에 400% 넘게 급등했고, 코발트 역시 2배 이상 뛰면서 배터리 원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 바 있다.

▲ 군산 희소금속 비축기지 전경.
▲ 군산 희소금속 비축기지 전경.

수입의존국 우리나라 새만금 비축기지 구축 속도 낸다

우리나라는 리튬·코발트·주석·백금족·갈륨·바나듐은 사실상 100% 수입 의존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코발트는 전량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며,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니켈과 망간은 일부 국내 생산이 가능하지만, 자급률은 각각 10%와 5%에 불과하다. 몰리브덴이 15%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85%를 수입해야 한다. 텅스텐도 국내 일부 광산이 있으나 95% 이상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나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희소금속 13종의 평균 비축량은 57.5일분으로 집계됐다.

희소금속 비축목표(100일분~180일분)만큼 비축한 금속은 갈륨(100일분)과 중희토류(180일분) 단 2종에 불과했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리튬 비축량은 30일분에 그쳤으며, 스트론튬(2.7일분), 실리콘(19.2일분) 등 목표 비축량 100일분에 한참 못 미치는 희소금속도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추진 중인 ‘국가 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를 내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비축기지는 광물 수출 제한이나 재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때를 대비해 전략물자를 비축해두는 거점 시설로 올해말 설계용역을 마무리하는 대로 내년 초 본격 착공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총 부지면적은 약 17만 9000㎡(5만170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특수창고 4동, 일반창고 6동 등 모두 10개 시설이 들어선다는 계획.

특히 특수창고에는 희토류와 마그네슘 등을 최적의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항온과 방폭·내진 설계까지 적용된다. 향후 핵심광물 비축기지가 완공되면 조달청 임대 방식에서 벗어나 비축 물자를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새만금 비축기지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2031년까지 핵심광물 비축량을 100일분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전기차 모터 희토류 자석(사진 GM).
▲ 전기차 모터 희토류 자석(사진 GM).

희소금속 산업발전협의회 출범, 안정화 방안 찾는다

정부는 지난해 공급망안정화 위원회를 열고, 희소금속 해외 의존도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2030년 경제안보품목 특정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기 위해 2027년까지 ‘55조원 + ɑ’의 재정을 투입하고, 국내생산 확대, 수입 다변화, 공공비축 고도화, 핵심기술의 경쟁력 강화 및 보호 등 4대 정책 방향과 10대 정책과제를 담은 기본계획을 확정한 것.

특히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비축관리를 통해 효율적 비축체계를 구축, ‘공공비축 고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비축품목 선정‧해제기준 마련, 비축방식 다양화 등을 포괄하는 ‘공공비축 통합관리체계’를 만들고, 경제안보품목 공공비축을 위한 품목 선정 및 해제 등 분야별 비축기준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를 고도화해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부처, 기관별 정량‧정성정보를 확충한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 3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발맞춰 국제 정세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희소금속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희소금속 산업발전협의회’가 출범한 것.

이 협의회는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인 희소금속을 민관 협력을 통해 체계적 공급망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목표로 삼았다. 1차 회의에서는 희토류, 리튬, 텅스텐 등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핵심 희소금속 15종의 공급망 및 연관 기술 분석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희소금속 산업발전협의회는 희소금속의 확보부터 국내 생산·유통까지 공급망 전체에 대한 현황 파악을 통해 국내 산업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산업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소금속을 단순한 산업 소재가 아니라 ‘경제 안보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희소금속은 전기차, 반도체, 이차전지 같은 국가 핵심 산업과 직결된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 없이는 미래 산업 경쟁력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비축 확대와 해외 광산 확보가, 장기적으로는 대체 소재와 재자원화 기술 개발이 병행돼야 하며 정부·기업·연구기관의 삼각 협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희소금속은 이제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에너지 전환까지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희소금속 산업발전협의회는 연내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공급망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략 비축 확대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략 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공급망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대응하는 임시방편을 넘어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자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원 빈국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지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종합적 전략이 시급하다. 희소금속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국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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