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분산에너지·바이오가스 잇는 연결고리
바이오자원의 수소 전환 기술 고도화 필요

▲ 홍기훈 고등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공학박사.

[에너지신문] 대한민국 에너지정책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중심의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올해 6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 법은 단순히 에너지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국가 경제 지도를 재편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

핵심은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 제도다.

연간 20만MWh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신축 건물이나 100만㎡ 이상의 대규모 개발 사업자는 이제 총 에너지 사용량의 일정 비율을 분산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수도권의 전기요금은 올리고 발전소 인근 지역의 요금은 낮추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법적 근거까지 마련되면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는 이제 지역 내에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분산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정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을 핵심적인 분산에너지원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기상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변동하는 간헐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에너지원 확보가 필요하다.

▲ 충주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 전경.
▲ 충주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 전경.

이러한 상황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법안 시행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내년부터 공공 부문을 시작으로 시행될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바이오가스법)’이다.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 추가적인 처리 비용을 들여야 했던 유기성 폐자원을 고부가가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부터 전국의 지자체는 잠재 생산량의 50%를, 2026년부터는 대규모 축산 농가와 식품 사업장 등 민간 사업자는 10%를 바이오가스로 의무 생산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연간 최대 5억Nm³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분산에너지법이 만들어낸 새로운 에너지 수요와 바이오가스법이 창출할 새로운 에너지 공급. 이 둘을 연결할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바이오가스를 직접 연소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바이오가스는 원료만 확보되면 하루 24시간 내내 중단없이 생산할 수 있는 기저부하의 특성을 가진다.

▲ 영국 H2BOOST 프로젝트의 암발효 및 혐기소화를 이용한 수소 생산공정.
▲ 영국 H2BOOST 프로젝트의 암발효 및 혐기소화를 이용한 수소 생산공정.

이는 변동성이 큰 태양광, 풍력 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에너지 순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가스를 직접 활용해 발전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바이오가스를 연소하여 전기를 생산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는 1.0 수준에 불과해 초기 투자비가 높은 바이오가스 발전 시설을 민간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문제는 막대한 양의 바이오가스를 어떻게 가장 경제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소’라는 연결고리를 떠올릴 수 있다.

바이오가스를 직접 연소하는 대신 수소추출(reforming) 과정을 거쳐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연료전지 발전에 활용하는 것이다. 연료전지 발전에 대한 REC 가중치는 1.9로, 단순 바이오가스 발전에 비해 가치가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

이는 초기 투자비 부담을 낮춰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근거가 되며, 확보된 수익성은 다시 바이오가스 생산 및 수소 인프라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즉, 바이오가스의 수소 전환 모델은 분산에너지 의무 이행을 위한 최적의 대안을 제공함과 동시에 바이오가스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는 상생 모델이 되는 것이다.

▲ 기존 바이오메탄 수소추출공정 및 바이오가스 직접 활용 수소추출공정.
▲ 기존 바이오메탄 수소추출공정 및 바이오가스 직접 활용 수소추출공정.

물론 바이오가스에 기반 수소생산 인프라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고등기술연구원이 성공적으로 구축해 상업 운영 중인 ‘충주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 모델처럼 수소 모빌리티 시장을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연료전지 발전 REC 및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와 연계, 시장을 확대하는 단계적 전략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더 높은 경제성 확보를 위한 기술 고도화도 필수적이다. 현재 상용화된 촉매 반응 수소추출기는 바이오가스에서 이산화탄소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고질화 공정을 거친 뒤 생산되는 바이오메탄을 스팀과 혼합·반응해 수소를 추출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질화 공정 없이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바이오가스에서 직접 수소를 추출하는 고효율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유기성 폐자원을 빛이 없는 조건에서 수소 생산균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암발효(Dark Fermen

tation)를 거친 후, 남은 부산물로 혐기소화(Anaerobic Digestion)을 통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2단 소화 기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혁신 기술들은 바이오자원으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단가를 낮춰 경제성을 향상하고 분산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가속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수소 전환 기술이 경제성을 확보하고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분산에너지와 바이오가스라는 두 정책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전략적으로 연계할 최적의 방안은 수소를 매개체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바이오가스를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마중물로 인식하고 바이오가스의 수소 전환 및 활용에 대한 R&D 지원,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 그리고 관련 법규 정비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얼마나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느냐가 기술 개발의 핵심이며, 여기에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더해진다면,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넘어 진정한 순환경제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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