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차 전력정책포럼서 ‘전력시장 공정성 확립’ 모색
“현행 감시·감독 체계 한계”...‘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도

[에너지신문]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 그리고 ‘전력감독원’ 신설 등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전력시장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대한전기협회는 25일 삼정호텔에서 ‘전력시장 공정성 확립을 위한 전기위원회 독립성·전문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제46차 전력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전기위원회의 위상 및 역할 강화를 통해 전력시장 및 관련 정책의 위상 강화, 그리고 공정성 확립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이광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독립규제기구로서의 전기위원회 위상 강화방안’ 발제를 진행했다. 이 변호사는 “여러 법률에서 위원회 관련 규정을 두고 있어, 전기위원회도 전력시장 요금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및 전문성 강화와 관련, 별개의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도시가스사업법, 집단에너지사업법 등 각각의 법률이 존재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기위원회만을 위한 별도의 입법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위원회를 기후에너지부에 설치하되, 업무수행 측면에서는 독립적인 규제기구임을 명확히 선언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위원회가 단순한 사전 심의기구가 아닌 전력산업의 독립적 규제기구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소관 사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위윈회가 심의·의결한 사안은 지체없이 내용을 공표토록 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 기후에너지부 장관의 권한인 전기공급약관 인가권을 위원회에 부여, 독립적 규제기관으로서 전기요금을 규율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 거버넌스를 정비, 전문성·독립성을 높이는 것은 정치 등 다른 요소의 개입으로 규제가 왜곡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생태계 구축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이루는 밑바탕”이라며 “국민적 관심과 함께 활발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46차 전력정책포럼 전문가 패널토론 모습.
▲제46차 전력정책포럼 전문가 패널토론 모습.

두 번째 발표자인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력시장 및 계통 감시체계 강화를 위한 전력감독원 신설방안’에 대한 발제를 이어갔다.

주 교수는 “전력시장 개설 당시인 2001년 전력거래소 회원사(발전사)는 13개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무려 6665개사에 이른다”며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계통 규모 확대 등으로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 참여자 증가에 따라 전력시장의 공정성 확보 및 전력시장 감시 기능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시장감시위원회 사무국 역할을 수행하는 전력거래소 시장감시실은 인력 규모가 7명에 불과해 감시체제 운영에 한계가 있으며, 공정성 제고와 시장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감시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ISO의 시장설계, 위법행위 제재 등을 감독하기 위해 외부 MMU(Market Monitoring Unit)를 도입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거래소(시장감시실)가 시장감시 기능을 수행하나 전력거래소를 감독하는 기구는 없다. 따라서 국내 전력시장 규제 거버넌스는 전력시장 감독기구와 전력거래소 시장감시실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구조’의 전력시장 감시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 교수는 “전력산업을 규제하는 기후부 산하의 합의제 행정기관, 그리고 기후부-규제기관 역할 분담을 통해 정책과 규제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각 분야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전력감독원’을 통해 규제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전력산업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 독립규제기구로서의 전기위원회 위상 강화와 전력감독원 신설 등 현안에 대한 저마다의 견해를 내놨다.

김해인 한전경영연구원 연구기획팀장은 “규제 대상 산업 범위 및 독립성 확보 방식은 국가별 차이가 있으나, 우리보다 앞서 전기·가스시장 경쟁을 도입한 미국·유럽 중심으로 에너지원별 개별 규제위원회 설치에서 출발, 이후 통합형 위원회로 확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도 전세계적 흐름을 참조하되, 국내 산업·경제·정책 환경에 최적화된 에너지 독립규제위원회 형태·운영 방식 등에 대한 다각적인 분과과 고찰, 그리고 범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지훈 전력거래소 시장감시실장은 “2001년 시장 개설 이후 회원사 및 발전기 급증은 물론 DR, REC 시장 등 신시장 도입에도 감시조직은 보강되지 않아 운영부서와의 역할배분 하에 제한적인 시장 감시만 수행 중으로, 기능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또 “최근 신재생 출력제어 미이행 사업자 조사 및 제재, 자가용 및 구역전기사업자 법령위반 감시 등 시장참여자 외 전력사에 대한 감시도 중요해졌다”며 “전력거래소 회원사와 비회원 전력사(한전PPA) 간 공평하고 효과적인 감시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시장규칙에 근거한 자율규제적 성격의 감시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력감독원 신설은 합리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강 실장의 견해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자원 증가로 전력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가 말하는 병목은 송전망 포화, 배전망 용량 부족에 따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도입 지연과 출력제어 증가, 그리고 합리적인 요금체계 구축 요구 등이다. 그는 “전력산업 거버넌스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구조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위원회가 정부 산하 심의 기구에 머물러 실질적 의결권 및 독립성이 부재하고, 전력시장과 계통운영을 아우르는 전문적이고 상시적인 감시·조정 기능이 미흡하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조 교수는 독립적 규칙 설계 및 규제기구로서 전기위원회 위상을 재정립하고, 전문적인 시장 감시와 전력계통 감독을 담당할 전력감독원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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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간발전사를 대표해 참석한 정형석 GS파워 에너지정책팀장은 “전기위원회는 정책 결정 권한이 없고, 전력시장 감시와 계통 신뢰도 유지를 위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전력거래소의 경우 그 기능과 역할, 권한이 커지고 있으나 이해당사자들의 우려도 증가하면서 공정하고 유능한 계통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전기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전력감독원은 전기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계통·요금·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게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비슷한 구조를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력감독원의 경우 석박사급 고급 인력 채용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대우가 필요하다는 게 정 팀장의 견해다.

마지막으로 이경훈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전기사업법 개정안 4개가 발의된 상황에서 지난 20일 기후노동위 법안소위가 열렸으나, 전력감독원에 대한 논의는 미진해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심의의결권을 확대하고, 심의·의결된 사안에 부처가 소속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게 독립성 강화를 위한 현실적인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같은 어려운 내용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전기위원회 독립성 강화, 전력감독원 신설로 인해) 국민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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