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권 암모니아 인수기지 구축사업 5년이상 지연
해외 청정수소·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차질 불가피'
[에너지신문] 국가 에너지정책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암모니아를 이용한 무탄소 연료 보급이 추진되고 있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정부 정책 목표 달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배출량대비 2035년에 53%~61%를 감축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암모니아·수소 등 무탄소 연료 발전 상용화가 핵심 전략이다.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수소·암모니아의 발전량 및 발전비중 목표는 2030년 15.5TWh(2.4%), 2038년 38.5TWh(5.5%)에 달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LNG 발전을 대체해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어 정부 목표 달성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들어 수소·암모니아 정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사업 연속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전력거래소는 올해 3000GWh 규모의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경쟁입찰을 마감일 당일에 전격 중단한 바 있다. 정부의 탈석탄 정책과 기존 청정수소발전제도 간 충돌로, 석탄·암모니아 혼소 방식이 2040년까지 추진되는 탈석탄 로드맵과 정합성을 이루기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석탄 대체 시 온실가스 발생량이 크게 줄어드는 무탄소 연료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소·암모니아 관련 정책 사업이 곳곳에서 지연되거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 5년 이상 늦어진 ‘저탄소 암모니아 유통구조 구축사업’
정부는 2022년부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대응능력 강화 및 수소경제 기반 조성을 위해 암모니아 유통구조를 국내에 시범적으로 구축하는 저탄소 암모니아 유통구조 구축 시범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동개발사업자이자 저탄소 암모니아 수요처인 남동발전의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 미낙찰 및 공동사업 해지 결정에 따라 2025년도 정부 예산의 전액 불용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석탄·석유 등 화학연료 중심에서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 중인 에너지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도입하는 암모니아 터미널을 국내에 건설하고, 이를 발전사 등 국내 암모니아 수요처에 임대해 암모니아를 조달하도록 하는 저탄소 암모니아 유통구조를 시범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2021년 11월 제4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립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 및 LNG화력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해 2027년부터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시작으로 수소 전소 발전을 확대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저탄소 암모니아 유통체계를 국내에 구축할 예정이다.
아울러 2022년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가 발표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에서는 권역별(서해권역, 동해권역, 남해권역)로 석탄발전소 밀집 지역과 LNG 발전 밀집 지역에 저탄소 암모니아를 조달하기 위한 암모니아 허브 터미널을 구축토록 계획했다.
이러한 계획 중 저탄소 암모니아 유통구조 구축 시범사업은 서해권역의 암모니아 인수기지 구축을 위해 영흥 화력의 석탄발전설비 2기(영흥 5, 6호기)에 암모니아를 공급할 3.5만톤 규모의 암모니아 저장탱크 2기와 그 부대설비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동해권의 경우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으로 편성한 에너지신산업기반구축사업인 암모니아 발전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암모니아 발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남해권의 경우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유통 설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서해권역 사업은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에 출자하면 한국석유공사가 민간기업들과 SPC 또는 컨소시엄을 설립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2022년 처음으로 정부 예산에 편성돼 권역별 암모니아 허브터미널 구축에 대한 타당성 조사 및 개념설계를 수행했고, 2023년 영흥발전소를 대상부지로 선정하고 남동발전과 공동개발협약을 체결,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이후 2024년에는 기본설계 및 관련 인허가를 수행했다.
당초 남동발전이 2024년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에 낙찰되면 2025년 1분기에 EPC 사업자를 선정하고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었지만 2024년 12월 남동발전이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에 낙찰되지 못했고, 2025년 말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에 낙찰되는 즉시 2025년도 예산(EPC 10%)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5년 8월 남동발전이 공동사업을 해지하고 독자적으로 청정수소발전입찰시장(CHPS)에 입찰키로 함에 따라 2025년도 정부 예산 21억 5000만원은 전액 불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업부지를 이전해 신규 부지에서 공용 암모니아 인수기지 구축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23년 발전사와의 공동개발협약 체결, 기본설계 용역 지연, 설계 규모 증가 등으로 사업종료기간을 2025년에서 2027년까지 연장했고, 2025년 발전사의 CHPS 미낙찰로 사업종료기간을 2027년에서 2028년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두 차례 변경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업내용을 변경해 재추진하는 경우 기본설계 단계부터 다시 실시해야 하므로 2026년부터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암모니아 인수기지 준공은 최초 계획인 2022년 사업타당성 조사, 2023년 기본설계 착수, 2024년 기본 및 상세설계, 장납 기자재 발주 및 건설공사 착수, 2025년 건설공사 준공보다 5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기본설계, 2027년∼2030년 EPC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2027년 약 110만톤, 2030년 약 400만톤의 대규모 수소·암모니아 인수저장설비를 구축해 청정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사업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불확실성 높아진 ‘해외 청정수소·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2023년부터 추진해온 ‘해외 청정수소·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기반 구축사업’은 청정에너지인 수소·암모니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청정수소·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이를 국내로 도입하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해외의 재생에너지 및 천연가스 등 자원을 활용해 그린 및 블루수소를 생산한 후 이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에 도입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한국석유공사에 출자한 후 석유공사가 민간기업들과 컨소시엄 또는 SPC를 설립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이 사업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저렴한 지역이나 천연가스 산지 인근에서 청정 암모니아 생산시설 구축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거쳐 공사를 착수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그린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시범사업’과 ‘블루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시범사업’ 등 2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2023년 한국석유공사가 산업통상부로부터 투자계획변경 승인을 받아 그린·블루암모니아 구분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연간 청정암모니아 80만톤을 생산·도입해 수소 발전 및 산업부문 등에 활용할 계획이며, 우리의 기술과 자본으로 해외 수소생산기지를 구축함으로써 수소경제 이행을 촉진하고 에너지 자급률 제고 및 연관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시범사업’은 말레이시아 사라왁 프로젝트의 추진이 불투명해 보이고, 오만 살랄라 프로젝트 추진도 지연되고 있어 관련 협상이 신속하고 원만히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2025년도 예산 16억 5000만원이 전액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린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시범사업’은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의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을 활용해 수전해 기술을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그린암모니아로 전환한 후 한국의 암모니아 터미널로 도입하는 사업으로 2026년부터 연간 60만톤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 기본설계 용역계약 체결이 지연됐고, 2024년 수력발전 전력단가 협상과정에서 사라왁 주정부가 제시하는 전력판매단가가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이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중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를 대신해 새로운 그린암모니아 생산 기반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오만 정부가 추진하는 살랄라(Salalah)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사전기본설계(Pre-FEED)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2025년도 예산은 그린·블루 생산시설 건설공사 착수에 따른 건설공사비용으로 16억 5000만원이 편성됐지만 2025년 9월말 기준 집행률은 0%이다.
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말레이시아 사라왁 프로젝트는 사업성 추가 확보 중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으며, 오만 살랄라 프로젝트는 2025년 5월 오만 그린암모니아 시범 생산사업의 사전기본설계를 완료하고, 오만 정부 및 오만수소공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올해 말까지 기본설계 착수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1년 11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해외청정수소 생산을 주요 추진과제로 선정하고, 기존 에너지 교역국 및 잠재적 수소 생산수출국을 대상으로 우선 협력국가를 선정해 2022년 프로젝트 단위 타당성 조사, 기업 사업구조 확정,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23년∼2024년에 최종 투자결정 및 EPC 발주·착공을 한 후 2027년에 상용 운전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말레이시아 사라왁 프로젝트 추진은 불투명해 보이고, 오만 살랄라 프로젝트 추진 관련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2025년도 정부 예산이 전액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027년 해외청정수소 상용 운전을 시작하겠다는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루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 시범사업’은 UAE 루와이스 지역에 LNG 개질 방식의 블루수소 생산 및 암모니아 변환 설비를 설치해 연간 블루암모니아 100만톤을 생산하고 이중 연 20만톤 이상을 국내에 도입할 계획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이 시범사업은 사업 편성 이후 3년간 계속해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가 블루암모니아 생산 및 도입을 위해 ADNOC 등 해외 주요기업과 공동개발을 추진하던 블루암모니아 프로젝트는 2023년부터 2025년 10월말까지 사업이 부진해 정부의 출자예산 집행실적이 없다.
당초 2023년 한국컨소시엄과 UAE ADNOC이 공동으로 UAE 루와이스 지역에서 기본설계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2022년 이후 국제 LNG 가격 상승으로 LNG 판매수익이 증가함에 따라 ANDOC사에서 블루암모니아 사업에 대한 투자의사결정을 보류하며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해외 주요 기업이 블루암모니아 생산사업의 최종투자의사결정을 지연하고 있어 그린암모니아 생산사업으로 우선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북미, 중동 등의 블루암모니아 생산사업 참여를 지속적으로 검토 및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2022년에는 블루암모니아 생산의 원료가 되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아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주요 프로젝트의 최종투자 결정이 연기돼 사업추진이 지연됐고, 2022년 초에 크게 인상됐던 천연가스 가격은 2023년 이후 2021년 이전 수준으로 진정됐지만 글로벌 청정수소시장 불확실성 등에 따른 해외 주요기업의 블루수소 사업투자 지연으로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청정수소 자급률을 2030년 34%, 2050년 60%로 높이는 한편 해외 생산 청정수소의 공급량을 2030년 196만톤, 2050년 229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해외 생산 청정수소를 당초 목표한 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