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최근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23대 국정과제가 발표됐다.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이러한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고, 내용도 빈약했다. 한 마디로 ‘맹탕 계획’에 불과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온실가스 감축이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 동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35년 감축 목표를 포함해 2031년부터 2050년까지의 감축 경로가 설정돼야 한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정부의 임기 동안 결정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5대 국정목표는 물론 123대 국정과제에 제대로 포함되지 못했으며, 특히 올해 결정될 2035년 감축 목표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감축 목표 설정이 제1의 국정목표와 과제로 설정돼도 부족한 판에, 이러한 내용이 실종돼 버린 것이다.
물론 주요 전략에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는 송전망 건설을 의미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퍼올리는 것으로 국가 전체의 감축목표 설정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은 그동안 시민 사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재생에너지 중심 분산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것으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회 2분과의 ‘기후위기에 강한 사회, 건강한 환경’에 감축 목표와 관련된 내용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내용과 의지가 담겨있지 않았다.
‘배출권거래제 강화’와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감축경로 마련’이 포함됐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청사진이 드러나지 않았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기후시민회의를 통한 숙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2035년 감축목표의 수립과정이 불투명하고 시민 사회 참여가 제한돼 있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국정과제에서 밝힌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실망스럽다. 윤석열 정부에서 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2030년 보급 목표 78GW와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당 역시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30%→21.6%) 축소를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으며,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오늘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결국 물거품이 됐다. 또한 반드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병행돼야 하는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석탄발전 폐지, 수송 수요 억제 및 전기차 보급 대폭 확대 등의 중요 과제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이번 국정 과제에 담긴 정책 방향은 향후 세부 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들에게 교과서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이재명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기후 목표와 정책을 약속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와 시민 사회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지금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2035년 감축 목표가 돼야 한다. 정부는 현재까지의 논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전제로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