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변호사.
▲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변호사.

[에너지신문]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는 2025년 7월 23일 발표한 권고적 의견에서 모든 국가는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의무를 위반해 다른 국가에 피해를 입힐 경우 중단, 배상 등의 국제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국가의 법적 의무와 책임을 분명하게 밝힌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을 환영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 헌장’에 따라 설립된 가장 권위 있는 국제법 재판소이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은 판결에 준하는 권위를 인정받으며 각국 법원과 국제법 재판소의 법적 판단과 국제사회의 외교 협상에서 중요하게 고려된다. 특히 유엔총회의 요청에 따라 개시된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 절차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여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가의 의무’에 관한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번 권고적 의견에서 ‘파리협정’은 온난화를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온도 목표를 규정하고 있지만, ‘파리협정’ 당사국총회의 후속 결정에 따라 1.5℃가 과학에 기반, 합의된 목표가 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파리협정 당사국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수립해 제출하지만 그 재량 범위에는 한계가 있으며, 각국의 NDC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해 1.5℃ 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각국의 온실가스감축 책임에 관한 핵심 원칙으로, 배출책임이 크고 감축 역량이 강한 국가가 전지구적 감축노력에서 더욱 많은 몫을 기여해야 한다는 파리협정의 ‘공통적이지만 차이가 있는 책임과 각자의 역량의 원칙’을 인용하면서, 현재 및 누적 배출량이 많고 발전 수준이 높은 국가는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지구적 감축노력에서 더욱 많은 몫을 기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OECD 5위, 1990년 이후 누적 배출량 전세계 15위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매우 크고, 세계은행 소득수준 분류, 유엔개발기구 인간개발지수 등 발전 수준에 관한 주요 지표에서 최고 수준에 있다. 따라서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에 따른다면, 우리나라의 2035 NDC는 적어도 IPCC 보고서가 제시한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지구적 평균 감축률인 2019년 대비 60% 감축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돼야 국제법상 의무에부합한다고 판단받을 것이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에 앞서, 국제해양법재판소는 2024년 5월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러한 의무는 단순히 파리협정에 따라 NDC를 제출했다는 사실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권고적 의견을 밝혔다. 미주인권재판소는 2025년 7월초 발표한 권고적 의견에서 각국은 탄소예산과 같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것은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목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강화하는 역사적 전환의 중심에서 발표된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결정은 우리나라의 기후 정책 방향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 기후소송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2월까지 2031~2049년 장기 감축경로를 설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으며, 정부는 이에 앞서 올해 중 유엔에 2035 NDC를 제출할 계획을 밝혔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적 의견을 충실하게 수용, 우리나라의 책임과 역량에 부합하는 감축목표를 설정함으로써, 기후위기로부터 국민과 인류의 권리를 충실하게 보호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와 관련된 법률적·외교적 분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할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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