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에너지신문] 벌써 열대야가 시작됐다. 여건이 된다면 어디론가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갈 곳이 없다. 세계 구석구석이 끓고 있다. 6월 말 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46-47℃를 기록했고, 프랑스도 200개 학교가 휴교했다. 영국에서는 열파로 570명이 사망했고, 인도 라자스탄에서도 이미 48℃를 기록하는 등 올해 1~5월 사이 전 세계 평균 지표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1.25℃ 상승을 기록해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인 1.5℃를 올해가 가기 전에 곧 돌파할 기세다.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이제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더 이상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이제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상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한 과학적 임계점임이 명백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기후변화 관련 최신 연구는, 이 임계점을 넘겼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지구시스템의 구조적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나무가 대거 죽어가는 ‘다이백(dieback)’ 현상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를 일시적으로라도 넘어서면, 세계 최대의 탄소 흡수원인 아마존 숲의 37%가 2100년 이전에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마존이 무너지면, 기후 위기를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

빙하도 마찬가지다. 0.1℃ 온도 상승만으로도 빙하 2%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6.5mm 상승한다. 현재 정책대로라면 2100년 이후 빙하의 76%가 사라지고, 해수면 32cm가 상승해 그 여파로 전 세계 수억 명이 침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심지어 현재 1.2℃의 온난화만으로도 빙상은 급격히 후퇴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수세기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피해는 단순히 미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연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산불 연기 때문에 1만 5000명이 추가로 조기 사망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16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피해가 바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양 생물들이 온도가 낮은 더 깊은 바다로 ‘수직 이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바다 속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이미 1.5℃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체념부터 버려야 한다. 대신에 하루빨리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태워야 한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는 10분의 1℃ 단위의 싸움이라 말한다. 우리가 지금 줄이는 온실가스 배출 0.1그램이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지켜낼 얼음, 물, 산림, 생명을 결정짓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속도다. 이를수록 쉽고 싸다.

둘째, 우리는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에 더 주목해야 한다. 해초(seagrass) 생태계 하나만 사라져도 11억 톤의 CO₂가 대기 중에 방출된다. 이는 약 2130억 달러의 사회적 손실이다. 도로는 상업을 가능하게 하고, 전력망은 산업을 가능하게 하며, 수자원 시스템은 문명을 가능하게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를 조절하고, 식량과 자원을 제공하며,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지가 되는 우리 삶과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일종의 '기반 시설'과도 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싸움은 일부 정부나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개인과 공동체의 선택과 책임이 모여야 한다.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생애 동안 지금보다 92% 더 강한 폭염을 겪고, 1/3은 흉작, 14%는 홍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가 물려준 세상에서 훨씬 더 어려운 투쟁을 해야 할 것이다. 새로이 시작하는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를 강화해 이 싸움을 선봉에서 지도하여 현재와 미래 세대가 모두 번성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추상적인 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측정 가능하고, 따라서 돈으로 계산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 위기다. 그리고 우리가 위기에 굴복해 큰 대가를 치를지, 아니면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모두가 번창할지는 오늘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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