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에너지신문] 기후위기는 이제 더 이상 추상적인 환경 문제가 아니다. 전 지구적 폭염, 가뭄, 산불, 홍수는 기업의 공급망을 교란하고, 보험 및 금융 시스템을 흔들며, 전통적인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 경제포럼은 기후위기를 10년 연속 글로벌 리스크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CDP 2023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인식한 잠재적 기후 리스크는 총 5조 4000억달러에 달했다. 여기에 산림파괴 관련 위험 975억달러, 수자원 관련 위험 5960억달러까지 더하면 환경 리스크는 실질적인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귀결된다.

지난 4월 30일 2024 CDP Korea 보고서를 공개하고 우수 기업을 시상하는 행사가 열렸다. CDP는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의 환경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투자자, 금융기관, 정책결정자와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환경정보 공개 플랫폼으로 한국에서는 2008년부터 한국 상장 기업의 기후 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분석해 금융기관과 정부 등에 제공하고 있다.

2024년 한국 기업의 기후 경영 결과를 요약하면, 92%가 기후 거버넌스를 구축했고, 87%가 기후 리스크를 식별하며, 기후전환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91%가 1.5℃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87%가 Scope 1과 2 배출량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수준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기후 정보공개를 하고 있다. 다만, 지난 5년 연속 응답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큰 변동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기후 공시는 법제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CDP를 통한 환경정보 공개는 이미 글로벌 기업 경영의 기본이 됐다.

2024년 기준 CDP를 통해 정보를 공개한 기업 수는 2만 4800여 개로, 이는 전 세계 시가총액의 약 2/3를 차지한다. 정보공개는 이제 기업의 대외 신뢰도와 자본 접근성, 구매자와의 거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정보공개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정보만 공개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보고용'에 그칠 뿐, 기후위기 해결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기업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공개를 넘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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