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핵심광물 공급망 새롭게 재편하는 양상
국내외 핵심광물 부존지역 개발 프로젝트 직접 수행 절실
국가 차원 아젠다‧실행전략, 단계별로 세밀하게 구축해야
[에너지신문] 핵심광물 또는 핵심전략광물이란 과연 무엇이며, 미중 간의 첨예한 무역갈등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실리적 전략을 도모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란 한마디로 ‘국가의 경제와 산업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광물’로 정의할 수 있다.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핵심광물 확보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가격 및 수급에 관한 위기 발생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위기 발생 시 국내 산업 및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커서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한 광물’로 정의한 바 있다.
핵심광물에 관한 일반적인 정의와 우리 정부의 세부적인 정의에서 보듯이, 각 나라별로 경제와 산업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핵심광물의 의미와 목록도 달라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2022년부터 헬륨과 탄산칼륨 등을 제외한 대신 니켈과 아연을 핵심광물 목록에 추가한 미국이나, 2024년부터 우라늄을 핵심광물 목록에 추가한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텅스텐 등을 포함해 33개의 광물을 핵심광물로 지정한 바 있으며, 그중에서 리튬이나 흑연 등과 같은 광물에 대해서는 별도로 ‘10대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 수급 안보망의 구축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편 미-중 간의 첨예한 무역갈등은 핵심광물에 대한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재편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희토류를 비롯한 대다수 핵심광물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발 원자재로 완성된 제품의 중국 외 국가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중국의 정책에 따라 대미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특정 국가로의 의존도를 해소하기 위해 2024년 무역협회가 국내 대형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의하면, 조사대상 기업의 64.7%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주요 대응 전략으로 꼽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인 51.8%의 기업들은 실질적인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즉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공급망 확보라는 안보적 전략의 구축은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전술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핵심광물의 약 95%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들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고 ‘광물안보파트너십(MSP, 2022)’과 같은 동맹국 중심의 협력체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단순히 핵심광물의 수입망을 확보하는 전략을 넘어 더욱 능동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 보고 있다. 즉, 우리나라 기술진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핵심광물 부존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개발 프로젝트의 수행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2020년부터 단양, 홍천 등 국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리튬 및 바나듐 부존 유망지역을 탐사하는 연구라든지, 2020년부터 영월군에서 추진 중인 텅스텐 재개발 프로젝트 등은 핵심광물의 국내 개발이라는 매우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해외자원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국내 기술진에 의해 2021년부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카자흐스탄 리튬 광산의 경우는 약 1560만톤 이상의 원광 매장량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 국가 차원의 개발이 임박한 상태이기도 하다.
문제는, 국내든지 해외에서든지 핵심광물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에너지 공급원의 확보와 환경오염 저감 대책의 마련이라는 것이다.
즉 석탄과 같이 원광 상태에서 거래가 가능한 광물과 달리, 대부분의 핵심광물은 선광과 제련과정을 거쳐야만 경제성이 고려된 운송이 가능한데, 특히 원광이 개발되는 원위치에서 처리과정에 요구되는 에너지 공급원의 확보와 처리과정에서 수반되는 환경오염 문제의 최소화가 선결돼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많은 연구보고서에서 이들에 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며, 특히 AI 등과 같은 최신 정밀기술의 도입을 통한 새로운 시도들이 의미 있게 진행되고 있어 기술적인 제약은 많이 해소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경제성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만을 적용해 서는 안될 것이다.
즉, 2022년 당시 해외자원개발협회(現 해외자원산업협회)가 석유·가스에 대비해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보 평가는 다르게 적용돼야 한다고 발표한 바와 같이, 핵심광물의 경우 전체 제품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수는 있으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대체제가 없기 때문에 전체 제품의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으므로 단순히 비용적인 측면으로만 개발 여부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아젠다와 실행전략이 단계별로 세밀하게 구축돼야 할 시점이다. 핵심광물 개발을 위한 기술의 첨단화, 실질적 개발을 위한 현장 지원 등에 경제논리를 과감히 벗겨낸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