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지속가능한 발전 이루는 열쇠
원자력 발전사고 예방, 전문가·지역사회 협력해야
적극적 혁신·연구개발 통해 새로운 안전 기술 도입

조병옥 한국방사선안전협회 이사장

[에너지신문]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와 달리 원자력 이용에 대한 찬반 논쟁은 이번 선거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원자력 안전 이슈는 여전히 각 후보의 관심사로 간주되고 있다.

필자는 원자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기했던 기술적 접근을 넘어서 원자력 정책 및 운영기관에 대해 인문 사회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겸손한 마음’과 ‘후츠파 정신’을 제안한다. 겸손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지식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혜를 모으는 태도를 말한다.

한편 후츠파(Chutzpah)라는 단어는 유대인 문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돌함’과 ‘뻔뻔함’을 의미하지만, 긍정적인 맥락에서 대담함과 독창성을 내포하는 개념으로,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정신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문제에 당당히 맞서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도전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유대인 중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하나님께 겸손을 잃지 않으면서도 왕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당돌한 요구를 하는 ‘후츠파’ 정신을 보였다. 그의 리더십은 겸손과 후츠파가 혼합된 형태로, 결국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고 왕국의 부흥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오늘날 한국의 원자력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두 가지 태도가 필요하다.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원자력은 그만큼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자칫 교만해질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하고 원자력 안전에 대한 논의에 모든 주체가 적극 참여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 안전문화 개념의 발전.
▲ 안전문화 개념의 발전.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안전사고 예방은 전문가,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협력은 겸손함을 갖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할 때 더 좋아진다.

그간에 발생한 대형 원전 사고를 돌이켜보면 1979년 미국 TMI와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근본 원인이 설비 고장으로 시작해 인적 오류를 지나서 이제는 조직의 안전 문화 결여로 귀결되고 있어, 이제는 하드웨어적인 안전 설비 개선뿐 아니라 조직의 안전 문화 증진이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부각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 구성원의 자만과 방심을 배제하고 소통과 혁신에 방점을 둔 겸손의 마음과 후츠파 정신이 우리나라의 원자력계에 정착된다면 원자력 안전성이 향상되고 원자력 안전 문화를 확산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원자력시설의 운영자들이 겸손한 마음과 후츠파 정신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설 운영 및 방사선 이용자들은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 발생 시 대담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안전 교육과 훈련을 통해 모든 직원이 자발적으로 안전성을 걱정하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자세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원자력발전협회(INPO)가 제시한 원자력 안전 문화 10대 원칙을 근간으로 겸손과 후츠파 정신이 반영된 원자력시설의 본사 및 현장 안전 문화 실천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안전 문화가 획기적으로 증진돼야 한다.

둘째, 원자력 방사선 안전 문화 전문교육과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필자는 얼마 전에 한국방사선안전협회 이사장으로서 ‘대한방사선방어학회’에서 ‘CEO가 알아야 할 방사선 안전 문화’ 제하의 전문 특강을 했는데 교육 효과와 반응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와 같이 방사선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안전에 대한 이해 확산을 높이고 국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방사선 안전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학생들이 안전 문화를 내재화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원자력 안전문화 10대 원칙.
▲ 원자력 안전문화 10대 원칙.

이를 통해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친숙함이 생기고 결국 안전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민간, 예를 들면 한국방사선안전협회가 함께하는 방사선 이해 확산사업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방사선의 위험성과 안전 수칙을 학습하고 인지할 수 있다.

셋째, 방사선 안전 문화 확산을 위해 열린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후츠파 정신을 반영,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정부, 원자력기업, 환경단체, 시민단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참여하는 플랫폼을 마련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이 반영된다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넷째, 후츠파 정신을 발휘, 적극적인 혁신과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안전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후츠파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혁신 기술개발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원자력 관련 연구원장으로 근무 시 강력하게 추진했던 기묘 안전 기술로서 어떤 경우에도 녹지 않는 핵연료 피복재 개발,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을 저준위로 바꾸는 핵변환 기술 그리고 방사성 핵종의 인공강우 흡착 기술 등이다.

또한 IoT 기술을 활용, 실시간으로 방사선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위험이 감지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하는 개인 보호 시스템은 그러한 후츠파의 예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겸손한 마음’과 ‘후츠파 정신’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성과 방사선 안전 문화를 증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도 원자력 발전 및 방사선 안전에 대한 겸손과 비전을 가지고 때로는 당돌한 도전을 감내하며 나아갈 때 단순한 안전성 향상을 넘어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열쇠가 될 수 있다.

겸손과 후츠파를 통해 국내 원자력의 안전성과 방사능 안전 문화가 획기적으로 증진되고 더 나아가 원전 수출 강대국으로서 해외에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대한민국 그리고 원자력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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