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는 말이 있다.
한쪽 손뼉만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다는 뜻으로, 복잡한 문제일수록 여러 주체가 함께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에너지 업계에서 부각된 송전망 병목 현안이 그렇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기관의 부족이나 과실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기의 구조적 딜레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해안 지역의 사례를 보자. 강원도 일대에 대규모 발전소들이 잇따라 건설되어 가동을 준비하고 있지만, 해당 전력을 수도권 등 수요지로 보낼 송전선로 확충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상당한 발전 용량이 묶여 있다.
이는 발전사업자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여, 일부 민간 발전사들이 한국전력공사가 송전망 건설을 적기에 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까지 하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한전이 전력망 투자를 늦춘 탓”이라는 원인이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에너지 시스템의 현실은 그렇게 간명하지 않다. 송전망 문제는 여러 복합 요인이 빚어낸 결과다.
우선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민간 발전 투자로 전력 생산설비는 빠르게 늘었지만, 이에 발맞춘 송전 인프라 건설은 물리적·절차적 제약으로 시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전력설비 설치에 대한 수용성 부족은 송전선 경로 결정과 공사에 적잖은 어려움을 초래한다.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필수적이지만 장시간을 요하고, 전력계통 운영에서는 예비력 등 안정성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일정 예비 용량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얽히면서 송전망 확충이 지연되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정부와 한전도 송전망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난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 모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전력망 투자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지역 보상책 마련에 더욱 힘써야 하고, 한전은 기술 혁신과 효율적 계획으로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최대한 송전망을 확충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발전사들 역시 전력망 계획과 발전 사업이 조화를 이루도록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고, 필요하다면 투자 일정 조정 등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역 사회와 국민들도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합리적인 보상과 소통을 통해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대한민국이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송·배전망 포화, 계통 연계 지연 등의 문제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송·배전망의 선제적 확충이 필수적이며, 이번 특별법 제정이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안은 전력망 구축 절차 간소화, 인허가 신속 처리, 민관 협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어 송·배전 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장기간 소요되던 송·배전망 인프라 확충 과정이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은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의 전력망 병목은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도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공기업-민간-지역이 머리를 맞대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해결책 또한 다각도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송전망 확충은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사회적 합의를 동반하는 과제다. 각 주체가 제 역할을 다하면서 상호 신뢰와 협력을 구축해 나갈 때, 비로소 전력망 딜레마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