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생태계 리셋하는 2025년이 되길
► 놀랄 것도 새로울 것도 없던 나날이더니
격동의 세월 격변하는 한반도에 태어나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살아오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특별히 담이 세지거나 감각이 무뎌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수행자인 양 평정심 아닌 평정심을 갖게 된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가 아니다. 순전히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 때문이다.
오로지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는 다른 나라라면 꿈도 꾸지 못할 오만가지 경험을 자연스레 겪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 쓰러지고 까무러칠 수많은 경험이 나를 웬만한 수행자의 경지에 올려놓은 것이다.
► 내란, 낡은 것들의 어처구니없는 음모와 몰락
그런데 깜놀이다. 12월 들어 연거푸 깜짝 놀랐다. 불과 8년전 세계가 극찬한 시민에 의한 촛불혁명을 성공시킨 대한민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누구보다도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우두머리가 되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계엄령 소식을 듣자마자 빛의 속도로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의 차량을 막은 시민들의 용기와 주권의식에 깜짝 놀랐다. 완전무장한 계엄군의 국회의사당 진입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보좌진의 헌신적인 모습, 계엄군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생중계로 국민들께 전하는 언론인들, 달빛 월담 국회의장과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의사당에 집결한 국회의원들, 그리고 이심전심 하나가 되어 2시간 30분 만에 계엄해제 의결을 이끌어내는 모습에 감격하며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 응원봉 혁명과 함께 시작된 신인류의 시대
내가 제일 크게 놀란 건 10대, 20대들의 모습이었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나와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면서도 거대한 탄핵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젊은이들의 눈부신 에너지였다.
구호와 투쟁가와 아스팔트에 익숙한 그들만의 리그 같은 집회·시위 문화는 단체 중심적이고 중앙집중적이며 질서정연하고 딱딱하고 결연하다. 콘서트장 공연장에 모여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K-POP 문화는 개인 중심적이고 자발적이며 자유분방하며 부드럽고 즐겁다. 그동안 두 문화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12.3 비상계엄 이후 참으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이질적인 두 문화가 섞이더니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그 새롭고 창조적인 문화는 단숨에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 거침없이 흘러 구태 세력의 성벽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불과 10여일 만에 탄핵이라는 빛나는 역사적 성취를 이루었다.
K-POP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하고 춤추며, 신나게 즐기며 시위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인류였다.
신인류인 젊은이들은 가볍고 신나고 뜨겁고 눈부시고 창조적인 에너지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화를 발산하더니 거침없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신인류가 만들어낸 거대한 물결은 이제 정치적 변혁을 넘어 사회, 경제,문화 등의 시스템과 질서를 바꾸고, 우리 삶의 바닥결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세계마저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 신인류를 보며 희망을 품다
낡은 것들을 일거에 쓸어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분부신 에너지를 보면서 나는 까무러치듯 놀람과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품어본다.
너무나 견고해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고, 꿈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구시대적 질서와 시스템도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샘솟는다.
이제 그 어느 나라보다 견고한 우리나라의 구시대적 에너지 시스템도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한전 중심의 중앙집중식 경직된 전력구조, 정치적인 가격 통제와 비정상적인 전력요금 제도, 획일적인 전력거래 시스템, 원자력·화석연료 발전공기업 의존 에너지 생태계,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 대기업 위주 정부(관) 주도 책상머리 정책, 산업 육성 철학 없는 무원칙한 보급 등 우리나라 에너지 시스템은 너무나 낡았다. 구시대적 산업환경과 질서에 기반한 낡은 시스템이지만 너무나 거대하다. 너무나 거대하고 공고하여 에너지 생태계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그 누구도 감히 나서서 변화를 주장하기 어려웠다. 변화의 희망조차 품기 힘들었다.
하지만 신인류의 출연을 보며, 신인류의 거대한 창조적 에너지를 보며, 희망찬 2025년을 기대해 본다.
기후에너지부 설립, 재생에너지청 신설, 전력구조 개혁(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력구조 전환), 전력요금 정상화, 전력거래 자유화, 거버넌스에 기초한 에너지 정책 수립·집행·평가 시스템, 재생에너지 산업에 기반한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 에너지 혁신기업 주도 성장 시스템 구축 등 에너지 생태계를 완전히 리셋하는 2025년을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