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발전 체계 확립 위해 폐기물 처분 이슈 해결해야
원자력발전소, 전기 생산 30% 차지…국가전력망 핵심시설
방폐물처분장 전문인력 배출 시급…국가차원 지원 절실
[에너지신문] 2024년 1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통해 우리나라 URL 건설 예정 부지로 강원도 태백시가 최종 확정됐음을 발표했다.
올해 6월에 공모됐던 URL 부지 선정계획에 단독으로 신청했던 태백시의 유치계획서에 대해 부지적합성 평가 및 수용성 평가 등의 엄격한 심사를 바탕으로 최종 확정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새로운 획을 긋는 의미있는 순간임이 분명하다.
참고로, URL(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은 순수 연구시설로서 고준위 방폐물이나 사용후핵연료가 전혀 반입되지 않는 시설이며, 우리나라 고유의 지질환경에 가장 적합한 처분 시스템 및 현장에서의 다양한 암반공학적 핵심 파라미터들을 도출하고 연구 개발하기 위한 시설이다.
원자력발전은 증기의 힘을 이용, 터빈을 돌려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는 화력발전과 동일하나, 증기를 만들기 위한 열원이 석유, 석탄 또는 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냐, 아니면 우라늄이냐에서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방사성물질을 다룬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으며,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지역수용성이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및 우리나라 경주 일원에서의 지진발생 등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지도가 더욱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 가압기, 증기발생기, 터빈 등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어장치와 안전설비를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대국민 홍보에 적극 반영해 온 결과, 최근 원전 안전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2016년 경주 지진 때에 비해 12.5% 포인트 상승한 52.6%의 긍정적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원전에 대한 다양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면서 국민적 인식변화가 뒤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의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성폐기물의 운반과 저장 및 영구처분 등에 관한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6곳의 원자력발전소는 우리나라 전체 전기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국가전력망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1그램의 우라늄이 9드럼의 석유와 동일한 열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전력 1kWh 당 원자력 35원, 석유 145원, 태양광 677원이 소요된다는 전력거래소의 자료만 보더라도 에너지원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자력발전이 국가경제발전의 중요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의 폐기물저장시설의 용량을 고려할 때 고리 및 한빛은 2031년, 한울은 2032년, 신월성은 2044년, 그리고 새울은 2066년이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폐기물의 처분에 대한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원전발전의 전체 체계가 흔들리면서 국가 전력망에도 심각한 상황이 우려될 것이란 점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따른 주민수용성 제고에 장기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빛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포화가 예상되는 시점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방폐물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공학적/기술적 핵심기술의 개발과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접근법의 개발이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 방폐물관리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분석되는 국가들의 경우, 이미 2000년 이전부터 URL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여기서 분석되고 개발된 핵심기술을 통해 실제부지 선정작업에 들어가면서 2022년 및 2023년에 운영을 시작했거나 2025년부터 운영을 예정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소통이 원활치 못했던 미국의 경우 사업이 당초보다 많이 연기돼 2048년부터 처분장 운영이 예정되고 있기도 하다.
방사성폐기물관리는 원자력발전의 한 부분이면서도 별도의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앞선 경험을 가진 국가들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공학적인 기술과 사회과학적인 지식을 융합한 전문인력의 구비와 이들 맨파워를 통한 최고수준의 핵심기술의 개발 및 주민수용성 확보는 방폐물관리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인자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원자력정책연구사업인 ‘미래원자력기술 분야의 인력수급 전망 및 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관련 분야로 배출되는 석박사급 인력이 10여명/년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2030년대에는 전체 필요인력이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극심한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예상된다.
스웨덴의 SKB(Swedish radioactive waste) 직원수가 현재 약 600여명인 점을 고려할 때, 2050년부터 건설을 계획중인 국내 방폐물처분장의 연구개발과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의 배출은 시급하다.
공학과 사회과학의 융합에 특화된 전문인력의 양성이 전무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들 전문인력의 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수행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