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연맹, 기자간담회서 현안 및 계획 공유
‘정의로운 전환’ 행정소송·한전KDN 매각 등

[에너지신문] “공공성이 배제된 에너지전환은 있을 수 없다. 값싼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은 공공이 주도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이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연맹의 여러 현안들을 공유했다.

조합원이 3만 3000여명에 달하는 거대 노조인 전력연맹은 △전기 에너지의 공공성 사수 △공공 주도의 에너지전환 △정의로운 전환 실현이라는 정책기조를 내걸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력연맹은 전력 분야의 ‘공공성’이 필요한 이유,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한 연맹의 향후 계획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노동계 배제된 탄소중립 “정의롭지 못해”

먼저 현재 진행 중인 ‘정의로운 전환’ 행정소송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소송의 시작점은 지난 2022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2기 탄녹위) 출범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출범한 2기 탄녹위는 전문가 위주로 위원진을 구성하면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배제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2050 탄소중립위원회(1기 탄녹위)에서 유일한 노동계 출신 위원이었던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해촉되면서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기 탄녹위 출범에 앞서 공포,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 제5항은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위원 위촉시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 사회계층 의견청취 및 대표성을 반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즉 탄소중립 기본법에 반해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를 배제시킨 국가 기본계획 의결은 위법이라는 게 전력연맹의 주장이다. 이에 지난해 7월 전력연맹 소속 8개 회원조합은 법무부장관을 대상으로 ‘정의로운 전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1차 변론에서 재판부는 “탄녹위 기본계획으로 인한 전력 노동자의 실질적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연맹은 탄소중립 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을 정면으로 위반,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전력 노동자의 대표성을 배제한 위원회 구성은 위법임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기본계획 의결로 노동자의 고용불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위원회가 의결한 국가 기본계획은 국가 거시적 정책 방향이므로, 원고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다”며 “정부가 선정한 위원들도 사회적 대표성을 반영한 전문가”라고 반박했다.

연맹은 발전소 폐지에 따른 일자리 영항, 탈석탄 정책 노동자 불안 실태조사 결과 등의 입증자료를 제출하고, 피고측에 탄녹위원 대표성 반영 의결 절차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연맹의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기각하고, 입증자료와 사건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소송 성립여부를 판단, 오는 13일 소송 가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력연맹이 주시하고 있는 주요 현안은?

이날 간담회에서 연맹은 정의로운 전환 소송 외에도 △국가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한전KDN 지분 민간 매각 △해상풍력 특별법 △시민사회·기후환경·노동조합 연대 구축 등 현재 연맹의 주요 현안별 입장을 내놨다.

국가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13조 2항은 ‘건설, 민원, 인허가 대응 등 송전망 구축과 관련한 주된 사업부문 시행 주체를 송전사업자(한전) 외에 민간기업이 예외적으로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연맹은 이것이 공적 영역인 송전 계통건설 사업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것으로 한전 송전망 기능 축소 및  보장된 수익의 민간에 대한 특혜 제공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면서 민간 참여조항이 삭제된 법안이 재발의될지 주목된다.

▲전력노조원들이 한전KDN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펼치고 있다. 
▲전력노조원들이 한전KDN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펼치고 있다. 

한전KDN 민간 지분매각은 연맹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부분이다. 이른바 한전의 ‘캐시카우(Cash-cow)’ 역할을 하는 한전KDN의 헐값 지분매각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

최근 발표된 전문가 용역 결과에 따르면 한전KDN의 2040년 기준 매출액은 현재 대비 약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평가된다. 배당금도 현재보다 월등히 높은 약 24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주식시장에서 한전KDN 지분 20%의 가치는 약 800억원 상당으로 헐값이라는 평가다. 즉 한전이 미래의 성장 가치를 무시하고 헐값에 민간에 지분매각을 하는 것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열린 이사회에서 이 사안에 대한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못하고 보류되면서 한전KDN 지분매각 논란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연맹은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해상풍력 특별법 역시 새로 법안이 발의될 경우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주도의 입지 발굴, 지역주민 및 어민 수용성 확보, 복잡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은 발의 당시 풍력산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법안에 명시된 사업시행 주체의 경우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어 에너지 분야 공공성에 대한 위협이 심각하다는 게 연맹 측의 설명이다.

연맹에 따르면 현재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 77개중 70개가 민간 발전사 소유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민간 개발사는 발전사업허가용량 총 27.2GW 중 약 75%(20.6GW)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1%(16.5GW)를 해외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따라서 특별법 내 ’발전사업자 선정‘ 및 ’입찰시 낙찰자 선정 기준‘에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 배점을 높이거나, 기존 석탄화력 발전의 신재생 전환 시 인센티브 부여 등 근거 조항을 삽입해 에너지 공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전력연맹은 해상풍력을 에너지공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 전력연맹은 해상풍력을 에너지공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외에도 연맹은  시민사회·기후환경·노동조합 연대체 구축을 추진 중이다.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학계, 노동계,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열린 공론의 장을 통해 범국민 연대체 건설 필요하다는 취지로 하반기에 ‘공공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와 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등 기후환경단체, 그리고 나라살림연구소와 같은 학회 및 전문가집단과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은 “현재 시민환경단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 시민사회, 노동, 기후에너지 분야연대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은 전력산업이 정치성향에 따라 분리돼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전력산업의 본래 목적은 공급 안정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과 화석연료, 신재생 모두 필요하다. 산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는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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