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수소공급 부족 사태…수소차 운전자 ‘속앓이’
1곳당 212.5대 감당 부족한 인프라…운영시간도 단축
안전점검·공급 방향 재설정·상용차 전환 등 점검 필요

[에너지신문] 최근 수소차 성적표가 형편없다. 올해 국내 수소차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서 발표한 올해 1~10월 국내 친환경차 판매 현황에 따르면, 수소차는 총 4227대를 판매, 전년대비 50.5% 급락했다. 

특히 친환경차 비중도 0.9%에 불과해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도  미비해지고 있다. 지난해 1만대를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보이던 수소차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이러한 부진에는 단일모델 노후화와 신차 부족도 원인이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충전인프라 부족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블량수소 문제로 인한 수소 공급 부족사태까지 터지면서 ‘수소차’ 시장에 빨간뿔이 켜졌다. 무엇보다 수소시대의 출발점인 ‘수소공급’ 문제는 수소경제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수소공급을 위한 플랜B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다시 터진 ‘불량수소’…그린수소가 문제일까? 

지난해 6월 불량수소 충전으로 차량 90대가 고장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서울 강동, 충남 천안, 경기 평택 등 3곳의 충전소에서 불량수소가 검출됐는데, 이를 충전했던 차량 90대가 고장으로 멈춰섰다.

같은해 11월에는 충주에서 같은 이유로 14대의 수소차가 고장을 일으켰다. 모두 수소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수소로 인한 사고였다는 점이다. 

차량 90여대 사고는 가스기술공사 평택기지에서 수소를 제공받았는데, 수소 개질기 불량으로 인한 사고였다. 14대의 차량 고장 사고는 국내 최초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방식으로 수소생산했다. 

문제는 모두 불량수소 출하 원인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불량수소가 검출되는 사고가 났을 때 국내 유관기관 및 기업의 자체 기술력과 인력으로 즉각적인 대응 조치가 힘들다. 

수소 순도가 떨어진 불량수소는 차체 출력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수소생산이나 운용 방식이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때문에 고장이 나면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없고, 외국 부품을 도입해야 하니 부품 수급 시간 등 문제가 여러 차례 발생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고장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최형두 국회의원은 지난 11월 국정감사에서 현재 국내 수소생산 기술력의 미미함을 지적했다. 

특히 가스기술공사 평택기지의 수소생산 핵심 생산 설비인 개질기는 독일에서 수입해 원천기술도 사실상 부재, 불량수소가 나오더라도 신속한 검출 및 원인 규명이 어려웠다는 점을 문제점을 꼽기도 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운영시간 조절 들어간 충전소, “수소가 부족해”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월 기준 전국에 마련된 수소충전소는 총 160곳이다. 국내 등록 기준 총 3만 3796대를 감안하면, 충전소 1곳이 212.5대의 수소차를 감당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충전소 보급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소충전소들이 잦은 고장과 수급 부족으로 인한 단축 운영으로 제 역할을 다 감당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수소충전소 앱 ‘하잉(Hying)’에 들어가보면, 일찌감치 운영을 마감한 충전소가 보인다. 이 충전소들은 영업시간임에도, 수소 부족 탓으로 조기 영업을 마감한 것. 

기자가 확인했던 지난해 12월 13일에는 서울 서소문청사 수소충전소의 경우 영업시간이 15시부터 21시로 적혀있지만, 12시 37분에 벌써 수소부족으로 영업을 마감했다. 무려 8시간 일찍 운영을 중간한 것이다. 이처럼 수소 부족으로 일찌감치 영업을 중단한 충전소들이 여러 군데 발견된다. 

이러한 사태의 정점은 지난 11월 중순, 단진 현대제철 수소 생산설비 고장으로 중부지역 수소 수급 차질로, 중부지역 수소충전소 23곳이 단축 운영에 들어간 것이었다. 

특히 중부지역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160곳) 중 60%(96곳)에 달할 만큼 핵심지역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의 여파로, 수소 부족 휴유증이 길게 남았다. 

수소차 운전자들은 충전 스트레스를 계속 겪고 있다. 문을 연 수소충전소마다 차량이 몰리고, 길게는 수시간씩 대기해 수소를 충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운전자는 “주위에 수소충전소가 많지 않은데, 있는 충전소마저도 가끔 차량이 몰려 수소 부족으로 일찍 운영을 마감할 때가 있어 수소충전소가 보일때마다 조금이라도 충전하려고 신경이 곤두설 때가 많다”고 하소연을 털어놨다. 

수소대란 ‘예고편’ 불과…속도조절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부지역 수소대란이 향후 더 자주 발생할 수도 있는 수소사태의 예고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앞으로 수소 소비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경제 종합정보포털의 국내 수소생산량을 보면, 2021년 기준 부생수소는 131만톤이 공급됐고, 추출수소, 수전해수소 등 제조방식으로 90만톤이 공급됐다. 

이번 중부지역 사태는 현대제철의 부생수소 생산설비 고장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발생했다. 문제는 수소 소비가 향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공급 방식 4가지(추출수소, 부생수소, 수전해, 해외수입)를 제시하며, 2040년까지 수소 공급을 13만톤에서 526만톤으로 약 40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소 가격 역시 대량 공급을 통해 2040년까지 kg당 3000원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다. 

또한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곳이 한정적이다 보니 소수의 설비라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제철의 부생수소 생산설비가 고장 나자 중부지방 수소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수소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생수소는 석유 자원에서 나오는 찌꺼기 가스를 활용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타격을 받고 있다. 

한 전문가는 “최근 수소 수요와 공급에 한계가 있다 보니 불량수소로 인한 충전 문제가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수소를 공급받는 충전소 또는 업체의 경우 추후 불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자체적인 ‘플랜 B’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력↓’ 수소차, 상용차에서 답 찾다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2018년 수소차가 등장하면서 친환경차를 이끌 투톱으로 각광받았고, 매년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핑크빛 전망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수소차의 매력이 크게 하락했다. 

5년째 지속되는 ‘넥쏘’ 단일모델, 그마저도 이제 노후화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통상 5년이 넘으면 전체적인 성능과 디자인, 모든 것을 다 교체하는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넥쏘가 그 시기에 해당하지만, 여전히 부분 변경만 하는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2차례 내놨을 뿐이다. 그만큼 매력이 사라진 모습이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소 충전비용이 조금씩 오르면서, 충전가격의 메리트도 사라지고 있다. 

또한 160개의 충전소가 구축됐지만, 영업중단, 보수 공사 등으로 운영하는 충전소가 줄어들면서 인프라 부족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러한 3중고로 친환경차 시장에서 수소차만이 유일하게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이는 ‘승용’에 기준에 맞춰 수소차를 진단했을 때의 현상이다. 하지만 ‘상용’으로 기준을 확대하면 수소차에 대한 희망이 커진다. 

수소트럭의 경우 중국계 업체와 니콜라, 이베코, 현대차 등에서 개발 의지가 확고해 상용차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현대차, 보쉬, 토요타 등이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어 수소차는 상용차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수소상용차 중심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수소버스, 수소트럭, 수소청소차 등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섰고, 상용차 전용 수소충전소 구축을 본격화했다. 앞으로 수소상용차가 수소경제를 이끌 핵심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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