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천보, 엔켐 경영진 횡령·배임 의혹제기…"오정강 대표 물러나야"
엔켐 "천보 측 의혹제기, 근거없는 음해성 주장…기업공개 막겠다는 의도"

[에너지신문] 코스닥(KOSDAQ) 상장을 준비하던 2차전지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enchem)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2대 주주인 천보가 엔켐 주식을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2012년부터 이어진 두 기업의 협업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천보는 1대 주주이자 엔켐의 창업자인 오정강 대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보는 엔켐의 오 대표가 주주들을 속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보는 오 대표가 전해액 생산을 위해 필요한 각종 원료들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천보는 엔켐이 그동안 거래한 원료사들과의 내역을 공개해 오 대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엔켐은 2012년부터 경영을 해온 오 대표가 전해액 원료를 구입하면서 거래처와의 리베이트(rebate) 등 비리에 연루됐다는 천보의 의혹제기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음해성 주장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엔켐 관계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리베이트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거래처와의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천보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엔켐은 거래처와의 거래내역을 공개하라는 천보의 요구는 주주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엔켐 관계자는 "거래처를 공개한다는 것은 영업비밀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천보는 경영자로서 신뢰할 수 없는 오 대표는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보는 오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직접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천보는 오는 29일 엔켐 주주들과 만날 예정이다.

천보 관계자는 "엔켐 주식을 매입할 의사는 있지만 아직까지 구입한 엔켐 주식은 없는 상황"이라며 "엔켐의 경영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경영자로서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오 대표가 물러나고 엔켐을 정상화하기 위해 2대 주주로서 나선 것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일 주주간담회를 예정하고 있는 엔켐은 천보가 기업공개를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기차용 2차전지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전해액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천보 역시 전해액 분야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엔켐 측의 설명이다. 

엔켐 관계자는 "만약 천보가 엔켐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 엔켐의 기업공개 전이 천보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엔켐이 상장사가 된 이후에는 경영권 확보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엔켐은 천보가 주주들을 만나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고 기업공개를 무산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엔켐과 천보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9년간 함께 힘겨운 시간을 보낸 사업 파트너다. 엔켐의 오 대표는 옛 제일모직(현 삼성SDI)에서 국내 최초로 2차전지용 전해액을 개발한 연구원 출신이다. 2012년 오 대표는 자신의 기술력에 천보의 자금력을 더해 엔켐을 창업했다. 엔켐과 천보의 관계는 지난해까지도 큰 문제가 없었다. 

엔켐은 천보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중원신소재로부터 전해액 소재를 구입하고 있다. 엔켐은 지난해 중원신소재의 매출액 50% 이상을 책임졌다. 중원신소재는 지난해 375억원의 매출을 일으켰고 이 중 220억원이 엔켐에 전해액 소재를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현재 오 대표의 엔켐 지분은 19%를 조금 넘고 천보의 이상율 대표와 그의 우호세력의 엔켐 지분은 15% 정도다. 이 대표는 옛 동양화학공업(현 OCI) 연구원 출신으로 천보를 1997년 창업해 현재 시가총액 8000억원대의 회사로 키워낸 인물로 오 대표와 엔켐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었다. 

전해액은 리튬이온(Li-ion) 전지의 4대 핵심소재 중 하나다. 음극재, 양극재, 분리막 등에 비하면 사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급격히 2차전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전해액 제조사들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엔켐 역시 최근 급성장했다. 엔켐은 올해 안에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초기 영업적자가 누적됐던 엔켐은 2016년 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흑자전환됐고 2018년에는 36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9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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