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2044년, 매 5년마다 최대 7GW 신규원전 투자
불확실성 제거·인허가 단축...한전 수주에 '긍정적 요인'

[에너지신문] 우리나라 유력 원전수출 대상국 중 하나인 영국이 오는 2050년까지의 자국 내 원전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partment for Energy Security and Net Zero)는 최근 '2050 원전 로드맵(Civil Nuclear: Roadmap to 2050)'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22년 '에너지안보전략(Energy Security Strategy)'에서 현재 6GW에 불과한 원전을 2050년까지 24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로드맵은 이를 구체화하는 이행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로드맵은 △차기 대형원전(large scale reactor) 사업 추진 공식화 △2030~2044년 기간 중 매 5년마다 3~7GW 규모의 신규 원전(대형원전, SMR, AMR) 투자 △외국 규제기관과의 협업을 토대로 신규 프로젝트의 인허가 기간 단축(최대 50%) △개발자에 입지(siting)와 재정 모델(financing)에 대한 선택권 부여 등을 담고 있다.

▲ 지난해 2월 한전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한전의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 지난해 2월 한전과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가 한-영 원전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모습.

구체적으로는 현재 프랑스 EDF와 협상이 진행 중인 '사이즈웰 C 프로젝트'의 최종투자결정(FID)을 전제로 내년 1월 의회 임기 만료 전 추가적인 대형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시간 계획 및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중장기 계획에서는 2050년 24GW 달성을 위해 2030년부터 2044년까지 5년 마다 최소 3GW에서 최대 7GW의 원전 도입을 위한 투자 결정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또 현재 건설 중인 3.2GW 규모의 힝클리 포인트C 1,2호기에 대한 최종투자결정을 완료해 영국원자력청(GBN)이 진행 중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선정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과 민간투자 장려를 위한 의견수렴, 신규원전 입지전략 수립을 위한 의견수렴 개시 및 원전기술 TF(Nuclear Skills Taskforce) 보고서 발간도 추진한다.

원전에 적합한 부지를 정부가 선정하는 기존의 방식이 SMR이나 차세대모듈원전(AMR)에 적합하지 않음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일정 기준(criteria)만 제공하고, 개발자가 직접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영국 정부가 2011년 선정한 부지 8곳 모두 대형원전 부지로, 현재 힝클 리 포인트와 사이즈웰의 2개 부지만 개발 중이다.

아울러 신규 프로젝트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보다 스마트한 규제 도입을 위해 △동일 기술을 평가한 외국 규제기관의 협력 강화 △신규 사업자를 위한 조기 규제 관여 △계획절차 및 환경평가 절차 개혁 등을 추진, 노형인증(GDA) 취득 기간을 최대 50%까지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재원조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개발자와 투자자들이 각자의 원전 프로젝트에 적합한 재정모델(CfD 또는 RAB)을 채택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힝클리 포인트 C는 기준 발전단가가 보장되는 발전차액지원제도(Contract for Difference, CfD)를 적용한 반면 사이즈웰 C는 사업자의 초기 리스크를 경감하는 대신 일정 수익만 보장하는 규제자산기반(Regulated Asset Base, RAB) 모델을 최초로 채택했다.

영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원자력손해배상보충협약(CSC) 가입을 추진하고, 원전을 녹색 분류체계(Green Taxonomy)로 포함시키기 위한 의견수렴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영국 내 신규 원전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지난해 신설된 원자력청(Great British Nuclear, GBN)은 단기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SMR 기술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향후에는 대형원전, 차세대 원전 개발로 업무 범위를 확대한다. 또 신규 원전 정책 및 전략에 대한 정부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영국은 원전 확대 및 기술발전, 다양화에 대비해 차세대 핵연료 생산에 3억파운드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전 혁신 및 R&D 분야 투자 확대, 핵 폐기물 처리시설 건설, 해체 원전을 신규 원전으로 대체, 숙련 인력 양성, 공급망 투자 등을 병행 추진한다.

이번 로드맵은 차기 대형원전 도입 계획 등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하다는 의회 및 산업계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영국 하원 과학혁신기술위는 지난해 7월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 원전 전략 계획 마련을 촉구했으며, 영국 정부는 10월 답변서를 통해 원전 로드맵 발표 계획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번 로드맵에서 △사이즈웰 C 프로젝트 이후의 대형원전 추진을 공식화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 △외국 규제기관과의 협업을 토대로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기로 한 점 △입지 선정과 재정모델 채택에 있어 개발사에 선택권을 부여한 점 등이 그간의 우리측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한전의 영국 차기 대형원전 수주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차기 대형원전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시기가 여전히 미정이며 GBN의 역할 및 핵사고 책임과 관련해 제한적으로 기술 된 부분, 하반기 선거 등 영국 내 정치일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 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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