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LPG‧LNG 등에 세금 부과로 탄소세와 유사 
송민규 선임 연구위원, 가격 변동성‧기업 투자 한계 극복 필요 

[에너지신문] 역내 배출권거래 시장이 도입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국경 간 배출권거래제를 주도할 경우 역내에서 선제적 지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2015년부터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조절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 배출권거래제는 거래가 정산기간에 집중되는 구조로 돼 있어 이 기간을 제외하면 가격이 효율적으로 결정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높다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확실한 가격 때문에 배출량 감축을 위한 기업의 투자가 용이하지 않고 다양한 경제 주체를 포섭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세와의 정책 혼합, 국경 간 배출권거래제 주도 등 현 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을 선언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미국, 일본 등은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2018)‘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약 1℃ 상승한 상황인데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205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순 탄소배출량이 ‘제로(0)’가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에는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등 두 가지가 꼽힌다. 

배출권거래제는 정책당국이 탄소배출 총량을 감안해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권한(탄소배출권)의 양을 정하고 그 권한이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 탄소세는 탄소배출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정책 당국이 배출량을 통제하고 가격이 시장을 통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지만 탄소세는 정책당국이 탄소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세금의 형식으로 부과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는 정책변수로 양을 선택할 것인지 가격으로 할 것인지의 차이가 있지만 양자 모두 탄소배출에 따른 경제적 외부성을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내재화되게 하는 방식으로 이 두 가지를 함께 탄소가격제도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을 시행해 배출권거래제를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절하는 기본 정책 수단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배출권거래제를 탄소가격제도의 근간으로 도입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탄소세가 명시적으로 도입돼 있지 않지만 휘발유, 경유, LNG 등 에너지원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고 있어 활용 방식에 따라 탄소세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U의 배출권거래제(ETS)는 국가별 탄소세의 차이를 동일하게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에서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해 국가 간 탄소가격을 유사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발전한 것으로 추론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회고할 때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근간으로 사용되면서 여러 한계점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 배출권거래제도는 이행기간 중 배출권의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가격발견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권 정산을 위한 진정한 거래는 이행연도가 종료된 이후 정산
이 마감될 때까지(약 6개월)에 집중돼 발생하기 때문이다. 

World Bank(2023)의 ‘State and Trends of Carbon Pricing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배출량을 통제하는 단일 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국가에 해당하는데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례다. 정작 이행기간 중에는 오히려 거래량도 적으며 가격 변동성도 높다.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할당대상업체는 매년 3월까지 전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명세서를 제출하며 정산은 환경부에서 전년도 인증량을 확정한(익년도 5월까지) 후 할당대상업체가 인증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제출(통상 익년도 6월)함으로써 이뤄진다. 

예를 들어  배출권거래제 시행 첫해인 2015년도를 제외하고 이행기간 중 일평균 거래량은 이행기간 후 정산기간 중 거래량의 0.16~0.86배 수준에 불과해 가격 변동성은 1.2~4.9배에 이른다. 

또한 가격이 이행연도 이후에 확정되고 가격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배출량 감축을 위한 투자를 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대체기술 개발 및 생산 과정을 조정하는 투자가 필요한데 배출권 가격이 미리 정해지지 않고 가격 변동성이 높으면 이러한 배출량 감축 투자를 수행하기 어려운 반면 탄소세는 탄소 배출에 대한 비용이 사전에 결정되므로 감축 투자를 계획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와 함께 가계, 자영업자 등 다양한 경제주체가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주요 기업들만 한정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어렵다.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NGMS)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에 참여하는 업체는 연평균 12만 5000tCO2-eq 이상 배출업체, 2만 5000tCO2-eq 이상 배출사업장의 해당 업체, 그리고 자발적 신청업체인데 2023년 11월 기준 총 803개 업체 및 사업장이 참여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의 유동성을 높이고 다양한 경제주체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반영하기 위해 일반 참가자들에게도 배출권 거래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배출권의 가격 상승을  부추겨 배출권 할당대상업체들의 배출량 준수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상기 문제점을 완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거래시장 자체의 문제에 대한 이슈뿐만 아니라 탄소세와의 정책 혼합(policy mix), 국경 간 배출권거래제 참여 등 보다 큰 시각에서 새로운 과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실제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대다수의 국가들이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EU ETS의 경우에서와 같이 국경 간 거래에서는 배출권거래제의 비교 우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역내 배출권거래 시장이 도입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국경 간 배출권거래제를 주도한다면 역내에서 선제적 지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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