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자산' 인재개발원 부지 및 한전KDN 지분 매각
본사조직 축소 등 발전사 분사 이후 최대규모 개편 단행

[에너지신문] 한전이 또다시 위기대응 및 내부개혁 의지를 담은 특단의 자구대책을 내놨다. 조직혁신, 인력 효율화, 추가 자산매각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8일 김동철 한전 사장은 "25조 7000억원 규모의 전력그룹 재정건전화계획, 복리후생 개선 등의 혁신계획과 함께 임금인상 반납을 포함한 추가 자구노력 등 기존 고강도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과의 약속 이행은 물론 벼랑 끝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을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2001년 발전사 분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조직을 축소하고 핵심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 한전 나주 본사 전경.
▲ 한전 나주 본사 전경.

본사의 경우 본부장 직위 5개 중 2개를 축소하는 등 본사조직 약 20%를 줄인다. 8본부 36처를 6본부 29처로 재편, 2개본부 7개처를 축소하고 1직급 본부장 직위 축소로 상임이사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또 유사조직을 통합하고 비핵심기능을 폐지, 본사를 정예화하고 현장중심의 사업소 기능을 강화한다. 사장 직할에 준법경영팀을 신설, 내부 부조리 예방 및 이권 카르텔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외부환경 변화에 맞춰 사업소 거점화, 업무 광역화를 통해 25% 수준의 단계적 효율화를 추진한다. 소규모 지사를 인근 거점 지사로 통합하고 통합시너지가 큰 업무는 지역본부 및 거점 사업소에서 일괄 수행,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것. 이 과정에서 전력 필수서비스에 대한 소외고객이 없도록 현장지점을 별도로 운영, 대국민 전력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운영인력 감축, 희망퇴직 시행, 증원소요 자체 해소 등으로 전사적 인력구조 개편을 통해 인력운용의 효율화에 나선다.

공공기관 혁신계획에 따라 지난 1월 감축한 정원에 대한 초과 현원 488명을 연말까지 조기 해소하는 한편 디지털 서비스 확대 및 설비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인력을 추가 감축한다.

또 위로금 재원 확보 범위 내에서 희망자 대상으로 희망퇴직제도를 시행한다. 위로금 재원은 2직급 이상 임직원의 내년도 임금인상 반납액 등을 활용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분산에너지 특별법 이행, 원전수출 추진 등을 위해 약 800명의 대규모 인력 소요가 예상되나, 증원 없이 본사·사업소 조직효율화를 통해 인력부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의 '상징적 자산'으로 꼽히는 인재개발원 부지가 자산매각 리스트에 올랐다. 또 한전KDN 지분 20%와 필리핀 칼라타간 지분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다.

우수한 접근성 및 교육여건으로 국내외 전력산업계의 교육요람으로 자리잡은 인재개발원은 그간 자구대책에서 제외돼 왔으나, 이번에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다만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전력설비 현장교육 시설인 만큼 대체 교육시설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체시설 비용확보와 재무개선에 실질적인 기여를 위해 해당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는 등 가치상향 후 매각을 추진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매각시기는 대체시설 확보 및 부지 용도상향과 함께 부지 내 연구용 원자로 해체, 154kV 지중송전선로 이설 등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결정될 전망이다.

한전KDN의 지분도 일부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치 제고를 위해 국내 증시에 상장, 보유지분 100% 중 20%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정배당금 확보로 수익성이 양호하고 매각 제한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칼라타간 태양광사업의 보유지분 38%도 전량 매각한다.

김동철 사장은 "혁신계획 이행 및 임금인상 반납 위한 노조협의를 지속하고 남서울본부 매각 등 기 발표한 자구대책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주택자금 한도축소, 사내대출 금리인상, 해외학자금 영어권 국가 지원 제외는 정비를 완료했으며 ‘주택구입자금 LTV 적용’과 ‘창립기념일 유급휴일 개선’은 규정개정을 위한 노조협의를 지속, 연내 협의를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 임금인상분 반납의 경우 간부직은 12월 임금협약이 체결된 이후 임금인상분이 확정되는 대로 반납절차를 신속히 진행한다. 임직원 동참을 위해 임금실무위원회, 노사 대화 등을 거쳐 마찬가지로 연내 협의 완료를 추진한다.

남서울본부 매각 관련, 현재 사옥내 변전소 이설방안 수립과 동시에 서울시와 전기공급시설 해제를 협의 중이다. 내년 전기공급설비 해제 인허가 완료 후 설비이설에 착수할 예정이며 한전아트센터 3개층의 경우 임대 전문회사를 활용해 연내 계약체결을 추진한다.

한전은 자구대책의 차질없는 이행 및 내부혁신을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을 위해 비상경영·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CEO가 위원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실행동력을 강화하고, 상임이사를 5개 분과의 분과장으로 구성, 경영진 중심의 내부혁신·개혁 실행체계를 정립했다는 게 김동철 사장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재무위기대응 등 5개 분과별 핵심과제를 발굴하고 세부 액션플랜을 수립, 과제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점검 및 환류체계를 구축해 나간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전의 재무위기는 기업으로서 버티기 어려운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조기 경영정상화,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5개년 재정건전화계획 등 기존의 자구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추가 발표한 자구대책도 가용한 모든 역량을 쏟아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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