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 제각각...국내 업계·정부 안전 확보 총력전
해외서는 재물보험사가 엔지니어링 전문솔루션 제공

[에너지신문] 최근 국내 다양한 산업 시설에서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가연성 물질이 함유된 자재 및 물품으로 인해 불길이 순식간에 커지는 양상을 보여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SS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기와 열, 기계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일례로 누수 현상이 있거나 배터리에 물리적 충격이 가해진 탓에 내부 분리막 역할을 상실한 상태에서 발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또는 배터리에 필요 이상의 강한 전류가 흘러 제어가 되지 않는 열폭주 현상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ESS 시설에서 불이 날 가능성이 있어 화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내외를 막론하고 화재안전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 12일 SK에너지 울산공장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압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울산소방본부)
▲ 지난해 SK에너지 울산공장 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압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제공: 울산소방본부)

배터리 업계, 화재 예방 안전 플랫폼 구축 경쟁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 및 국제 원유가격 상승 등에 따라 ESS 배터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ESS 배터리는 전력 손실이 적고 크기가 작다. 여기에 효율성까지 높아 차세대 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 세계 ESS 시장은 2019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7%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도 ESS 사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러나 화재 사고는 ESS 배터리 산업의 고속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ESS 화재 현황’ 자료를 보면, 국내 주요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ESS 화재는 총 39건에 달한다.

또 소방청은 지난해 국내 ESS 관련 사고 피해액이 약 45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SS 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물질 특성상 폭발성이 높아 쉽게 진압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국내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ESS 배터리에 불이 붙는 순간 온도가 800°C로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 단순 화재 진화는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과 정부는 화재 예방과 관리에 보다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인식, ESS 배터리 화재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 'ESS 안전성 평가센터' 조감도.
▲ 'ESS 안전성 평가센터' 조감도.

SK온은 올해 업계 최초로 단일 시설 내에 안전성 평가 분야의 ‘원스톱 솔루션’ 기능을 갖춘 ‘배터리 안전성 평가센터’를 개소했다. 센터에서는 안전성 검증 시험부터 배터리 상태나 발화 원인 분석, 개선을 위한 자체 연구개발까지 단번에 이뤄진다. 또한 배터리 셀이나 ESS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별 안전성 시험도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ESS 전용 소화장치를 마련하고 배터리 모듈에 이상 현상이 감지될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ESS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배터리 과열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해당 솔루션은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온도를 측정한 뒤 일정 수준 이상 과열이 발생하면 ESS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정부 또한 ESS 시설에 대한 안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ESS 화재 사고 원인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기관인 ‘ESS 안전성 평가센터’ 건립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데 이어 ‘ESS 화재안전 교육훈련센터’ 구축에 관한 정책연구용역도 발주했다.

ESS 화재 발생을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5월 ‘ESS 안전강화 대책’도 발표하며 실시간 안전 상태 점검, 화재 소화시스템 설치, ESS 배터리 안전기준 강화 등 ESS 안전성 강화 체제 수립에 나섰다. 10월부터는 ‘ESS 화재사고 조사단’을 꾸려 면밀한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선다.

'재물보험사 엔지니어링 솔루션' 해외서 주목

국내 배터리 시장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면서 ESS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연이은 화재로 ESS 안전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주목하고 있는 접근 방식에는 대규모 화재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수계 소화 설비 구축, 배터리·셀 보관실 내 물분무소화설비 시스템(분무헤드에서 물을 안개처럼 내뿜어 소화) 및 연기 감지기 설치 등이 있다.

국내에서 빈번한 ESS 화재가 미국에서는 현저히 적게 발생한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는 보고서를 통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ESS화재 대응 조치로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FM Global과 같은 글로벌 재물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전문 솔루션이 ESS 화재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위치한 FM Global 본사 전경.
▲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위치한 FM Global 본사 전경.

FM Global의 경우 대형 화재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 테스트와 함께 적절한 스프링클러 사용 여부에 따른 화재 진압 정도 확인, 산업별 화재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안전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소속 엔지니어들을 고객사 현장에 파견에 화재에 대한 취약점을 점검하고 기업 손실에 대한 피해 예방 조치와 함께 손실 예방에 초점을 둔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루이스 그리초(Louis A. Gritzo) FM Global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ce Officer)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ESS 화재 사고를 면밀히 분석, 기술적으로 개선 가능하면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계적인 안전 플랫폼 구축을 위해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갖춘 집단과의 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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