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발전량 감소, 유럽 에너지 가격 급증 원인
유럽 에너지 가격 폭등, 국민 가스·전기요금 큰 부담
횡재세·정부지출 확대 활용…대규모 재원마련
에너지 위기 극복 ‘마라톤’…고통분담·협력 필요

[에너지신문] 2021년 가을부터 시작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두 해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및 전기가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종결됐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소강상태이기는 하나 계속되고 있고, 사우디의 감산 연장 등의 이유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가 넘어서는 등 에너지 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 2년간 에너지 위기 가운데 고통 받는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경험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제2의 에너지 위기 상황 속에서 좋은 학습효과로 위기 극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에너지 위기로 인한 악영향이 적지 않게 다가왔다. 그러므로 미래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 대처 방안 등을 상세히 살펴보고 교훈과 시사점을 얻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본고에서는 지난 2년간 유럽의 에너지 위기 경과를 되짚어보고,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 및 가계의 지원 정책을 국가별로 상세히 살펴본 후, 그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 유‧가스 월별 가격 추이. 출처: Platts, ICE, 페트로넷 자료 이용 저자 작성
▲ 유‧가스 월별 가격 추이.(출처: Platts, ICE, 페트로넷 자료 이용 저자 작성)

◆ 유럽의 에너지 위기 경과 

1. 유럽 에너지 가격 폭등
이번 유럽의 에너지 가격 폭등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대단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에너지 위기가 시작되기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가스가격은 천연가스의 공급 과잉으로 사상 최저가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LNG의 최대 수요지인 동아시아에서 흡수하지 못한 잉여 LNG물량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소비처였기 때문에 한동안 역사상 최저가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유럽을 대표하는 두 가스지수인 TTF, NBP의 2020년 5월 가격은 각각 $1.6/mmbtu, $1.4/mmbtu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1년여의 시간이 지난 2021년 가을부터 에너지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최고점을 맞은 2022년 8월에 TTF와 NBP의 가격은 $68.7/mmbtu, $52.3/mmbtu로 2020년 5월 최저점 가격대비 각각 4,302%, 3,566%의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에너지 위기 기간 국제유가의 상승률도 341%(브렌트유 기준)를 기록해 높게 나타났지만,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상승률이 월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 영국의 월별 풍력발전량 변화 (출처: Financial Times, “Europe’s electricity generation form wind blown off course”, 2021.10.08)
▲ 영국의 월별 풍력발전량 변화 (출처: Financial Times, “Europe’s electricity generation form wind blown off course”, 2021.10.08)

2. 에너지 가격 폭등의 원인
유럽 에너지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의한 에너지 수급 불안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한 시기는 2022년 2월말이지만,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1년 하반기부터였다.

2021년 하반기 유럽의 에너지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신재생발전의 발전량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신재생 확대 정책을 가장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륙으로서, 2020년 기준, 신재생 발전량은 천연가스·석탄발전 등의 화석연료발전 보다 많았으며, 전체 발전량 중 약 40%를 담당하고 있었다. 

신재생발전 중에서도 풍력발전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었는데, 2021년 북유럽의 풍속이 전년대비 약 15% 감소했고, 예컨대 영국의 경우에는 풍력발전량 비중이 2021년 9월 6일 2.5%로 전년 동기 비중 18%보다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유럽은 신재생발전의 급작스런 발전량 감소에 따라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발전 가동을 확대하게 됐고, 이것은 화석에너지, 특히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또한,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회복되기 시작한 시점이 2021년 중반이었으므로, 이번 유럽의 에너지 가격 폭등은 경기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에 신재생발전의 간헐성 이슈가 부각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던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수급불안이 불난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볼 수 있다.  

3. 가계·기업에 끼치는 영향
유럽의 에너지 가격 폭등은 일반 국민들의 가스·전기요금에 고스란히 반영돼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유럽의 도매가스가격이 2022년 8월경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국가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소매가스가격이 피크를 기록한 시기는 대략 2022년 9월~11월경으로 파악이 된다.

▲ 유럽 주요국 가스요금 추이(출처 : House Energy Price Index 홈페이지)
▲ 유럽 주요국 가스요금 추이(출처 : House Energy Price Index 홈페이지)

유럽 주요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의 2022년 10월 소매가스가격은 각각 19.9센트유로/kWh, 13.4센트유로/kWh, 11.0센트유로/kWh로 에너지 위기 전인 2020년 10월대비 각각 3.3배, 2.1배, 2.6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27개국 평균 소매가스가격은 2.7배 상승했고,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2022년 10월 가격이 각각 30.6센트유로/kWh, 42.7센트유로/kWh를 기록하며 동기간 3.9배, 4.2배나 상승했다.

유럽은 소매가스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2022년 가스소비가 2021년대비 13% 감소했다. 감축량은 LNG 약 4000만톤에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1년 소비량과 맞먹는다.

특히 발전용의 경우 수력, 원자력 발전량 감소로 순소비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용과 산업용에서 가격상승, 온화한 날씨 등에 의한 소비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정부의 가스요금 인상 최소화 결정으로 민수용 가스요금이 불과 1.37배 상승했고, 민수용의 가스수요가 전년대비 50만톤 이상 증가했다.

도시가스용 전체 수요 증가의 원인은 산업용보다는 가정용과 상업·공공용, 즉 민수용의 소비증가가 주요한 원인이다.

원자력발전량 증가로 가스발전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전체 가스소비가 2021년과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민수용 수요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높은 가스가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가스공급에 대한 의무 부담을 지닌 한국가스공사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켰으나, 국제 가스가격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하지 못해 미수금 약 15조원(2023.2분기 기준)이 쌓이게 됐다.

▲ 유럽 가스수요변화(‘22년 VS ’21년)(왼쪽), 우리나라 가스수요 변화(‘22년 VS ’21년)
▲ 유럽 가스수요변화(‘22년 VS ’21년)(왼쪽), 우리나라 가스수요 변화(‘22년 VS ’21년)

유럽의 소매전기요금도 에너지 위기 기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0년 10월과 2022년 10월을 비교해 보면, 유럽연합 27개국 평균 1.9배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독일, 프랑스, 영국의 소매전기요금은 각각 32.0센트유로/kWh, 21.0센트유로/kWh, 22.2센트유로/kWh에서 각각 58.1센트유로/kWh, 27.5센트유로/kWh, 42.4센트유로/kWh로 올라, 독일 1.8배, 프랑스 1.3배 프랑스는 2021년 전기요금 인상률 최대 4%로 제한하는 전기요금상한제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에너지요금을 규제, 영국 1.9배가 상승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2022년 10월 소매전기요금이 약 70센트유로/kWh까지 상승해 불과 2년만에 3~4배의 요금상승이 발생했다.

이번 에너지 위기 기간 동안 유럽의 많은 에너지공급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재정적 곤경을 겪게 됐다. 에너지 가격이 최고점에 도달한 것은 2022년이지만, 에너지 기업들의 파산은 에너지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21년에 집중돼 있다. 

영국과 독일의 에너지기업 파산건수가 각각 31, 39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이 된다. 영국의 경우 대형에너지기업 Bulb Energy를 포함해 파산한 기업들의 고객수가 약 450만에 이를 만큼 큰 피해가 발생했다. 

고객수 450만은 우리나라 전체 도시가스 수요가수의 약 1/4의 수준으로 그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해 고객들은 가스·전기공급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원치 않은 업체 변경 및 요금제 변경 등의 금전/비금전적 피해를 떠안아야만 했다 피해 소비자는 가격인상이 반영된 기존대비 불리한 조건의 요금제를 선택해야만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대형기업 Bulb Energy를 지원하기 위해 1억 7000만파운드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많은 파산기업들이 발생했는데, 주된 원인으로는 에너지공급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현물조달 비중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 시기에는 현물조달 비중이 높을 경우 저가의 현물을 구매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가격이 단기에 급격하게 급등할 경우 매우 취약한 구매 전략이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영국과 독일 외에도 체코에서 소비자 90만가구를 보유한 최대 에너지 공급기업 Bohemia Energy가 파산하기도 했다. 

▲ 유럽 주요국 전기요금 추이 (출처: House Energy Price Index 홈페이지)
▲ 유럽 주요국 전기요금 추이 (출처: House Energy Price Index 홈페이지)

◆ 유럽 에너지 위기 극복 노력 

1. 유럽 연합의 정책 방향
유럽연합은 이번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측면의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2022년 5월에 발표한 ‘REPowerEU’를 들 수 있다. 

유럽연합은 ‘REPowerEU’를 통해 에너지정책에서의 큰 구조적인 변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유럽의 에너지 위기의 근본적인 이유를 러시아에 지나치게 편중된 화석연료 조달로 분석하고, 2030년 이전 화석연료의 탈러시아를 목표로 에너지 소비 절감,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신재생확대 정책인 ‘Fit for 55’에서 발표한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 40%를 45%로 상향했다는 점은 유럽의 에너지안보 확보 방안으로서의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러시아의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장기적인 추진과제이므로, 중단기적으로는 에너지절약 노력과 함께 천연가스 비축 의무 강화와 가스 공동 구매를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에 다가오는 동절기 천연가스 부족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2022년 11월 1일까지 저장시설용량의 80%까지 가스비축의무를 부과했고, 2023년 11월 1일까지는 이보다 더 높은 90%의 가스비축의무를 설정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22년 8월에 비축의무 80% 목표를 조기 달성했는데, 위기 기간에 천연가스 도입과 저장시설 활용의 수익/비용 최적화보다도 에너지 확보 및 수급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가스 공동 구매 선언은 기존의 공정한 경쟁 체계 확립에 공을 들였던 유럽연합의 기조와는 사뭇 다른 정책이라고 여겨지는데, 개별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의 가스 판매자와의 도입 협상보다 유럽연합 차원의 도입협상이 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바잉파워를 통해 도입단가와 도입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 공동구매를 위해 2022년 4월 7일에 ‘EU Energy Platform’을 설립하고, 같은 해 12월 19일에 ‘Council Regulation(EU) 2022/2567’을 통해 정식으로 규정화했으며, 2023년에 천연가스 공동구매를 추진 중에 있다.

에너지소비 절감을 위해서는 2022년 8월에 ‘European Gas Demand Reduction Plan’을 발표하면서, 2022년 8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직전 5개년 평균 가스수요의 15%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한 가스수요 감축정책을 2024년 3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는 방안을 2023년 3월말에 회원국 간 합의하면서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수요절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유럽은 에너지 수급 안보와 에너지 미래를 위한 정책들을 펼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는 가계·기업을 지원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추진 정책으로는 2022년 3월 23일에 채택한 ‘TCF:Temporary Crisis Framework(한시적 위기 프레임워크)’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러시아 침공으로 영향을 받는 혹은 제재·보복조치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최대 40만유로까지 재정지원을 해주는 한도내 재정지원 △최대 6년까지 기업의 대출보증을 해주는 유동성지원 △직전 3개년 평균 매출액의 15% 이내를 융자 형태로 지원해주는 유동성지원 △예외적으로 높게 발생한 가스·전기비용에 대해 최대 200만유로까지 재정을 지원해주는 등의 기업 지원 정책을 들 수 있다.

유럽 연합은 기존 ‘한시적 위기 프레임워크’의 내용에 기업의 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 한차례의 개정 이후 2023년 3월 9일 ‘TCTF:Temporary Crisis and Transition Framework(한시적 위기와 전환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채택했다.

새롭게 채택된 정책에는 넷제로 산업을 가속화하는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추가로 포함됐다.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가계지원으로는 국가별로 상이하나 직접 재정지원, 세제감면, 에너지요금 상한제 등의 다양한 형태의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2. 기업 지원 정책
유럽연합의 각국은 TCF/TCTF 제도를 통해 자국의 상황에 맞게 기업지원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은 러시아의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러·우 전쟁으로 기업의 피해가 가장 큰 국가 중 하나였다. 이에 독일정부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지원금을 독일 기업에 투입했다.

대표적인 지원사례는 2022년 11월 22일에 EC로부터 승인받은 450억유로 규모의 지원책이다.

해당 지원책은 최초 2022년 4월 19일에 승인받은 200억유로 지원책의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서, 금융기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은 직접지원, 세제 등의 혜택, 신용보증, 대출 등 TCF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예시로는 2022년 12월 21일에 EC로부터 승인받은 490억유로 규모의 지원책인데, 전기·천연가스·열을 최종 소비하는 기업의 에너지비용을 인하 해주고, 인하된 차액을 에너지공급기업에 보조해주는 형태로 이뤄졌다. 

또한 독일은 국가 에너지안보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EC로부터 개별 승인을 획득하기도 했다. 2022년 12월 20일 에너지기업 Uniper에 345억유로를 지원하는 안을 EC로부터 승인받았다. 

Uniper는 독일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공급자로서, 독일 소매기업의 약 50%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며, 독일 저장시설의 약 25%를 운영하는 대형 기업이다.

Uniper는 다량의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으나, 러시아 천연가스의 공급 중단 사태로 인해 값비싼 현물 천연가스 구매비율이 증가해 재정적인 곤란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에 독일정부는 80억유로를 즉각 자본금을 확충하는데 지원하고, 나머지 265억유로는 Uniper가 기존 러시아 장기계약 하에 지불해야하는 가스가격과 러시아 대체 현물 구매가격의 차액을 보전하는데 사용했다.

이로서 기존 Uniper의 대주주는 핀란드국적의 Fortum에서 독일정부로 바뀌었고, 독일정부의 Uniper 지분율은 2022년 12월 22일 99.12%가 돼 Uniper의 완전한 국유화가 완료됐다. 

독일 정부는 Uniper 외에 SEFE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11월 11일, 12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총 65억 2560만유로를 지원하는 안을 EC로부터 승인받았다. 

SEFE는 러·우 전쟁 이전 러시아 Gazprom 소유의 GPG이었으며, 독일 내 천연가스 공급의 14%, 저장시설 운영의 28%를 담당할 만큼 중요한 에너지기업이었다. 전쟁 이후 SEFE는 제재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독일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수급 안정과 안보를 위해서 SEFE의 지분을 100%인수해 국유화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는 발전믹스에서 원전비중이 높은 국가이기 때문에, 러·우 전쟁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규모의 기업 재정지원책을 펼쳤다. 2022년 4월 7일에 1550억유로 규모의 지원책을 EC로부터 승인 받았으며, 재정지원 방법은 주로 기업대출의 국가 보증 형태를 띄고 있다. 

프랑스의 기업 지원책의 특징은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개별 지원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지원책 리스트를 보면 어업, 농업, 세탁업 등 세부산업별, 혹은 중소기업, 에너지 집약기업 등 기업특성별로 EC 승인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집약 기업에 총 두 차례 70억유로를 지원하며, 러·우 전쟁에 의한 가스·전기 가격 상승비용을 기업에 직접 지원해줬다. 

프랑스 정부는 TCF/TCTF 정책 하의 기업지원 외에도 전력공기업인 EDF를 100% 국유화하기 위해 97억유로를 투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2년초 EDF 지분이 84%로 최대주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DF의 부채가 50% 급증한 645억유로에 이르는 등 재정상태가 악화되자 EDF의 지분 100%를 소유해 완전국유화를 추진하게 된다. 

프랑스의 에너지안보에서 원자력이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향후 원자력발전소 증설 등의 역할을 EDF가 수행해야 하므로, 현재 에너지 위기 상황 속에서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에너지 정책 추진을 위해 EDF의 나머지 지분을 완전 인수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EDF 완전 인수를 일부 주주들이 반대하면서 법정 소송이 진행됐으나, 2023년 5월초 프랑스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2023년 7월 31일 EDF는 100% 정부 소유가 됐다.

스페인도 TCF/TCTF 하에 여러 건의 기업 지원책을 EC로부터 승인 받았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세부 산업별 지원책을 펼친 것으로 보이며, 가장 큰 규모의 지원책은 2022년 6월 2일에 EC에 승인된 100억유로 규모의 지원책이다. 지원형태는 직접 금융지원과 대출금의 정부 보증 형태로 진행됐다. 

2022년 6월 8일에 EC에 승인된 63억유로 상당의 화석연료 발전기업 지원책은 포르투갈과 함께 ‘이베리안 반도’ 의 특수성을 고려해 시행됐다.

이베리안 반도에 위치해 있는 스페인, 포르투갈은 발전원으로 천연가스의 비중이 높고 유럽 대륙과 전력망 연결이 부족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에 따른 발전가격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스페인정부는 일정기간 전기판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연료비 손해분을 발전기업에 직접 보존해 주는 형태로 정책이 추진됐다. 

Bruegel Institute에서 발표한 이번 에너지 위기 극복에 유럽 각국이 기업에 지원한 액수를 정리한 것이다. 기업의 지원액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독일이며, 2021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1142억 7500만유로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중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틸리티기업에 917억유로를 지원했고, 일반기업에 225억 7500만유로를 지원했다. 독일 정부는 자국의 에너지공급 안정성을 위해 Uniper, SEFE 등의 지원 및 국유화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했기 때문에 유틸리티기업 지원액이 크게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다음으로 기업 지원액이 큰 국가는 영국이며, 영국은 유틸리티기업에만 460억유로를 지원했다. 영국은 독일과 함께 에너지 위기 기간 동안 유틸리티기업의 파산이 가장 많았던 국가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유틸리티기업에 정부 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네덜란드는 기업지원액이 5억유로로 타 유럽국가 대비 기업의 지원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네덜란드의 가스·전기요금 인상률은 유럽 최고 수준으로, 유틸리티기업이 도매가격 상승분을 소매에 그대로 전가했기 때문에 유틸리티기업의 정부 지원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유틸리티기업 대신에 소매 최종소비자에 지원책을 집중한 것으로 나타난다.

▲ 유럽 주요국 기업 지원액 규모(2021.09~2023.01)(왼쪽), 유럽 주요국 대상별 가계 지원액 규모(2021.09~2023.01)
▲ 유럽 주요국 기업 지원액 규모(2021.09~2023.01)(왼쪽), 유럽 주요국 대상별 가계 지원액 규모(2021.09~2023.01)

3. 가계 지원 정책
유럽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지원을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 가계지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모든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이며, 다른 하나는 특정계층을 목표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이다. 

또한 지원하는 방법에 따라 가계에 직접 재정지원을 함으로서 가계의 소득을 지원해 주는 것과, 에너지를 비롯한 상품의 가격을 규제해 가계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나눠진다.  

유럽 주요국의 가계 지원액 규모를 대상별로 분류한 것이다. 가계지원액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독일, 영국, 프랑스 순이며, 독일은 총 1350억 9500만유로를 2021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가계에 지원했다. 

다음으로 영국은 같은 기간 총 1033억 2000만유로를 가계에 지원했고, 프랑스는 879억유로를 가계에 지원했다. 기업 지원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네덜란드는 386억 6600만유로를 가계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기업보다는 가계 중심의 지원책을 펼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국가의 가계지원은 대체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추진됐으며, 국가별로 상이하기는 하나 약 70%~90%의 지원액이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된 것으로 나타난다.

유럽국가의 가계지원 방법은 대체로 에너지가격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가계지원이 이뤄졌다. 독일은 예외적으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비중이 과반이상으로 근소하게 높기는 하나, 그 외 국가들은 약 64%~91% 비중으로 에너지가격을 규제하는 방안을 주로 채택했다. 

세부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규제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예를 들어 에너지요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등의 각종 세금을 낮추는 방법, 에너지가격에 상한선을 둬 가격을 낮추는 방법, 특정 소비구간 내에서 낮은 수준의 요금을 적용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다. 

반면, 소득을 보존해 주는 경우에는 현금지원, 에너지바우처 제공, 취약층 지원 범위 확대 등의 형태로 이뤄졌다. 

독일은 일회성 에너지가격 보조금, 프랑스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해주는 형태로 소득을 보존해주는 에너지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에너지 가격을 규제하는 예로는 독일이 전기·가스 요금을 일정부분 할인해주는 정책을 시행했고, 프랑스와 영국은 에너지요금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형태로 가계에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독일, 영국 등에서 소비세 및 환경세 등을 면제를 통해 에너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더불어 추진한 바 있다.

▲ 유럽 주요국 대상별 가계 지원액 비중(2021.09~2023.01)(왼쪽), 유럽 주요국 형태별 가계 지원액 비중(2021.09~2023.01)
▲ 유럽 주요국 대상별 가계 지원액 비중(2021.09~2023.01)(왼쪽), 유럽 주요국 형태별 가계 지원액 비중(2021.09~2023.01)

4. 지원 정책 재원
유럽은 이번 에너지위기 대응에 7580억유로를 투입했다. 이와 같은 대규모 재원마련에 활용된 방안은 횡재세 도입과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들 수 있다.

유럽 연합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개최된 유럽연합의 2022년 연례정책회의에서 발전사 수익상한제(Revenue cap)를 발표했다. 

이후 수익상한제를 정식 채택해 2022년 12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된다. 수익상한제는 원자력, 석탄, 재생에너지 등 저생산단가 발전사 대상으로 발전수익을 180유로/MWh로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초과 수익을 환수해 전기요금 인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환수액은 1170억유로 추정되며, 이번 유럽 에너지 위기 극복 정책의 주요 재원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수익상한제 이외에 또 다른 종류의 횡재세로 연대기여금(solidarity contri -bution)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데, 수익상한제는 발전사를 대상으로 하나 연대기여금은 오일·가스·석탄 및 정유 등의 에너지/석화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2022년 이익이 직전 4개년 평균의 20%를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을 환수해 에너지요금 인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에너지 위기 기간 국제 유가스 및 석탄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에너지기업이 사상최대의 수익을 실현한 바 있으며, 정유기업 또한 원가 대비 마진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유럽 연합은 연대기여금을 통해 연간 약 250억유로를 환수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유럽연합, 영국, 노르웨이 등 29개국 중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말타 등 4개국을 제외한 25개국은 횡재세를 도입해 추진 중에 있다.

▲ 유럽연합의 발전사 수익상한제(출처: EC, “EU emergency intervention to reduce electricity bills in Europe”, 2022.09.14., 자료 이용 저자 재구성 )
▲ 유럽연합의 발전사 수익상한제(출처: EC, “EU emergency intervention to reduce electricity bills in Europe”, 2022.09.14., 자료 이용 저자 재구성 )

유럽은 에너지 위기 기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수익을 달성한 기업들에게 횡재세를 부여해 에너지 위기로 고통받는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는 주요 재원으로 삼은 반면, 우리나라는 한때 횡재세 논의가 잠시 있기는 했으나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민간발전사들도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상승했고, 정유기업 등도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공급가에 원가반영을 하지 못한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은 각각 사상최대 미수금, 부채증가라는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돼 에너지기업 간의 수익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또한 유럽은 에너지 위기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서 횡재세 도입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독일은 2022년 11월 3일 가스·전기요금 상한제 시행을 발표했는데, 2023년~2024년 에너지 가격상한제를 위한 재원은 약 560억유로로 예상되며, 이중 약 430억유로는 정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재무장관은 2023년 가스·전기요금 상한제를 위한 정부 예산 약 450억유로 지출을 지난 2022년 9월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스페인도 전력도매가격 상한제에 63억유로 예산을 책정했는데, 일부는 정부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 결론 및 시사점 
지난 두 해 동안 유럽은 높은 에너지가격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큰 고통을 받았다. 유럽은 이러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가계·기업 지원책을 추진했다. 

유럽의 위기 대응 사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은 첫째, ‘에너지안보 및 수급의 최우선화’을 들 수 있다. 유럽연합은 기본적으로 에너지산업의 시장경쟁체제를 추진해왔다. 

역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우선했으나, 이번 에너지 위기 이후 ‘에너지기업의 국유화’, ‘가스 공동 구매’, ‘비축의무 강화’ 등을 추진하면서 경쟁을 통한 성장보다 공동의 대응을 통한 안정을 우선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독일, 프랑스 등에서 Uniper, SEFE, EDF의 국유화를 통해 국내 에너지수급 안정화를 강화했다. 특히 프랑스는 원전과 신재생발전기업 EDF를 100% 국유화함으로써 현재의 에너지 수급안정 뿐만 아니라, 미래 에너지 전환에 국영기업의 역할을 강화했다. 

또한 유럽연합은 ‘가스 공동 구매’를 위한 플랫폼인 ‘EU Energy Platform’을 설립해 천연가스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바잉파워를 극대화해 구매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바이다. 

이러한 유럽의 국영기업의 역할 강화 및 지원 정책과 천연가스 바잉파워 극대화 전략은 천연가스 시장 구조 개혁이 활발하게 논의 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는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에 맞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므로, 국내 에너지시장도 급격한 변화 추구보다는 국내 에너지시장 안정화와 내실강화를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 시사점은 ‘기업 및 가계 지원 정책의 다양성’이다. 유럽 내에서도 국가별 발전믹스와 시장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각 국가의 특성에 맞는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예를 들어, 독일과 영국과 같이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혹은 에너지 상한제로 인한 공급자의 마진 악화 등과 같이 에너지기업의 피해가 큰 경우에 기업에 직접 지원책을 펼쳤고, 네덜란드와 같이 유틸리티기업이 높은 도매가격을 소매로 반영하는 것이 가능한 시장이라면 최종 소매소비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책을 펼쳤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에너지가격 폭등을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공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국영기업을 에너지가격 폭등의 완충역할로 적극 활용한 바가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경우, 횡재세 및 정부예산 등의 재원 마련을 통해 가격상한제로 손실을 입은 EDF에 97억유로(약 한화 13조 9000억원)의 재정지원 및 100%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한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공기업이 에너지가격 폭등의 완충역할을 수행한 이후 자본잠식 등의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유럽은 이번 에너지 위기라는 거대한 태풍으로 정부, 기업, 가계 모두가 큰 고통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자 모두가 고통분담 및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유럽의 에너지 위기 극복의 성공 비결은 가계의 높은 에너지가격 수용과 수요절감이라는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 기업의 원가상승과 재정악화 가운데 에너지공급 안정성을 지키려는 노력, 정부의 재정확보와 균형 잡힌 가계·기업 지원을 위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에너지 위기 극복은 긴 호흡을 통한 마라톤과 같으므로, 유럽의 모델과 같은 정부, 기업, 가계 등 삼자의 균형 잡힌 고통분담과 협력 노력만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유럽은 유례없는 에너지 위기 대응에 7580억유로(한화 약 11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했다. 그만큼 유럽의 에너지 위기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고, 에너지 안보가 무너졌을 때 치러야할 값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간 유럽은 에너지 위기라는 태풍의 한 가운데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변화와 노력을 경주했고, 우리나라는 이러한 유럽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습득하고 교훈 삼아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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