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년대비 12.6% 감소…경기 하락·가격 경쟁력 저하
올 1월 이후 감소세 지속…7월, 1월 판매량보다 1/3 줄어
LPG와 판매량 간극 좁아져…계절별요금제 폐지 주장도
산업용 구간요금제 도입 필요…탄소중립 LNG 검토해야

[에너지신문] 올해 경기하락에 따라 국내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의 계절별요금제를 폐지하고, 신규 요금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EU OECD 국가들이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을 6개 밴드로 나눠 차등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연료소비량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산업용 구간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들은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대용량 수요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산업용 계절별 요금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용 도시가스에 적용되고 있는 계절별요금제는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동절기 때 천연가스 수급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2010년 9월부터 동절기(12~3월), 기타 월(4~5월, 10~11월), 하절기(6~9월)로 나눠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일반용·산업용)에 차등된 천연가스 도매 공급비용을 적용하는 요금제도다.

산업용과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에만 계절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어 용도별 요금간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용량 수요처인 산업체에서 계절별 급격한 요금변동으로 연료를 전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월 현재 한국가스공사의 도매요금에 따르면 하절기(6~9월) 원료비 18.0915원/MJ, 공급비용 0.7710원/MJ으로 도시가스사에 공급하는 산업용 도매요금은 18.8625/MJ을 적용하고 있다.

동절기(12~3월)에는 원료비 18.0915원/MJ, 공급비용 1.6783원/MJ으로19.7698원/MJ의 도매요금을 적용한다. 기타월(4~5월, 10~11월)에는 원료비 18.0915/MJ, 공급비용 0.8219/MJ으로 18.9134/MJ의 도매요금을 적용한다.

즉, 원료비는 동일하지만 계절별로 공급비용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결국 계절마다 도매요금 격차가 심하다.

특히 여름철 적용하는 0.7710원/MJ의 공급비용이 겨울철로 접어들면 1.6783원/MJ으로 2.5배 급증하게 된다. 여름철보다 겨울철 산업용 도시가스요금이 상승하는 것이다.

산업계에서 연료를 전환사용 가능토록 듀얼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이 겨울철 경쟁연료 가격을 봐가면서 산업용 도시가스 사용을 회피하는 이유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갑자기 오르는 산업용 도시가스요금에 따른 제조원가(원료비)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저렴한 타 연료(LPG, 전기, B-C유)로의 전환을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산업용 수요가 많은 도시가스업계는 올해 겨울철을 앞두고 현재 요금구조상 산업용 도매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기에 자칫 산업용 대용량 수요처의 이탈이 발생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가뜩이나 경쟁연료대비 가격경쟁력이 저하되고, 국내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제조업에 집중된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가 감소세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겨울철보다 저렴한 요금이 적용되는 기타월(4~5월), 하절기(6~9월)에도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 감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용 도시가스 소비 추이
한국도시가스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4개 도시가스사들의 도시가스 판매실적은 133억 8600만㎥로 지난해 상반기 148억 4800만㎥에 비해 평균 9.8%가 감소했다.

이중 도시가스 전체 소비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도시가스의 경우 상반기 판매실적이 39억 600㎥로 지난해 상반기 44억 6800㎥보다 12.6%나 줄었다. 산업용 소비 감소율이 도시가스 전체 소비 감소율보다 높았다는 얘기다.

▲ 산업용 연료별 소비물량 및 가격 동향
▲ 산업용 연료별 소비물량 및 가격 동향

올해 한국가스공사가 집계한 산업용 도시가스 판매량에 따르면 1월 61만 1000톤, 2월 55만 7000톤, 3월 53만 2000톤, 4월 48만 4000톤, 5월 46만 6000톤, 6월 42만 700톤, 7월 40만 5000톤으로 산업용 판매량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1월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며 7월에는 1월 판매량의 1/3수준이 줄어든 것이다. 이같은 산업용 도시가스 판매량 감소현상은 경쟁연료인 LPG와의 상대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산업용 가격경쟁 현황을 보면, 대체로 도시가스 가격이 프로판(LPG) 가격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상승으로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프로판 가격은 하락했는데, 도시가스는 가격 반영 시차로 인해 여전히 가격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2022년 8월부터 역전된 상대가격은 2022년 11월 기준으로 도시가스 가격이 프로판에 비해 약 32% 높았다. 

최근 국제유가가 또다시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LPG와 도시가스의 가격 반영시차가 4~5개월 발생한다는 점에서 올해 산업용 도시가스 감소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의 페트로넷 자료를 인용해 산업용 도시가스와 LPG의 가격경쟁력 지수를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전까지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이 프로판 가격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LNG대비 LPG가격이 2015년 79%, 2016년 82%, 2017년 98%, 2018년 111%, 2019년 93%, 2020년 94%, 2021년 112%, 2022년 85%로 LPG가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산업용 연료시장에서 2015년 연간 200만톤 이하였던 LPG의 산업용 소비량도 2019년 이후 연간 400만톤을 넘어선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약 480만톤에 달했다. 

산업용 도시가스가 2013년 이후 500~700만톤 사이의 소비량을 유지하면서 주춤하는 사이에 경쟁연료인 LPG와의 판매량 간극이 크게 좁혀진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가스공사의 자료를 종합해 지난해 산업용 판매량을 살펴보면 산업용 도시가스의 경우 연간 662만 3000톤, 산업용 프로판(LPG)의 경우 연간 479만 3000톤을 판매해 연간 183만톤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들어 두 연료 모두 전반적인 경기 하강국면 영향으로 인해 전년동기보다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와 도시가스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 산업용 도시가스 판매량은 전년 상반기에 비해 12.6%가 감소했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프로판은 전년 상반기에 비해 13.6%가 줄었다.

◆ 판매량을 좌우할 주요 변수는
올해 산업용 연료의 소비 둔화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 소비가 많은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제조업 경기가 세계 경기 둔화와 이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이전에 비해 하락할 유인이 많다.

산업용 도시가스의 경우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 또한 과거의 국제유가를 반영하는 도시가스의 특성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석유화학업의 경우 LNG, LPG 두 연료의 가장 큰 다소비업종으로 연료 가격변동에 의한 수요변동이 가장 크다.

상반기 수출량이 전년대비 11% 감소하는 등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개선이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업황 부진으로 정제마진도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업의 경우 소비량은 철강산업의 업황에 따라 좌우되지만 대체연료가 다양하지 않아 소비변동성은 낮은 편이다. 

기계 및 조립금속업은 주로 제품생산시설의 난방, 그 외 부품제조, 도장, 건조 등 다용도로 연료를 사용하지만 가격변동에 따른 탄력성이 낮아 수요변동성이 적다.

이들 다소비 업종들은 원가절감 등을 위해 기존의 납사에서 비교적 저렴한 LPG, LNG로의 연료전환을 확대하고 있으며, 연료비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전환이 쉬운 듀얼설비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력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탄소배출 등 환경규제 강화도 산업용 연료선택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따라 산업계는 목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해야 한다. 시멘트업계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완화되지 않고, 2024년부터 시멘트업계에 폐기물 자원 순환세가 도입되는 등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규제 충족을 위해 시멘트 업종의 LNG로의 전환 문의가 다수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가스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경쟁연료 가격에 의한 산업체의 연료전환과 LPG업계의 공세적인 마케팅이다. 

연료 전환 사용이 가능한 듀얼 설비를 보유한 산업체는 LNG가격이 열위에 있을 경우 수요 이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처 중 듀얼 설비를 운영중인 산업체는 34개소로 파악된다. 이들 산업체는 2022년 기준 산업용 도시가스의 10%에 해당하는 65만톤을 소비했다.

LPG업계의 공세적 마케팅은 도시가스사들에게는 난제다. 일부 도시가스사는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 소비처에 할인가를 일부 적용하고 있지만 요금구조상 도매가격과 소매가격간의 할인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LPG공급사는 산업체에 탱크, 배관, 보일러 등 LPG공급시설 등의 투자비 보전, 향후 2~7년간 도시가스 가격대비 5~25% 할인 공급 등 파격적인 제안조건을 내걸면서 공세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연료전환을 검토중인 산업체는 74개소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2022년도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 중 8%에 해당하는 50만톤 규모다. 

산업용 도시가스 확대방안 없나
이같이 도시가스 전체 소비량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산업용 도시가스 판매량 감소세는 도시가스사들에게는 큰 위기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경기하락에 따른 산업용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될 경우 산업체의 수요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더구나 겨울철을 앞두고 현재의 계절별요금제가 적용될 경우 가격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연료소비량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산업용 구간요금제 도입 등 신규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탄소배출 다소비 업종 중심으로 탄소중립 수요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신규수요 창출을 위한 탄소중립형 LNG(Carbon Neutral LNG)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 LNG 도입을 통해 탄소 상쇄 크레딧(VERs) 획득으로 도시가스 사용자(산업체)가 배출하는 CO2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요금제도(Green Premium Tariff System)를 통해 도시가스를 구매한 산업체에게 탄소 상쇄 크레딧(VERs)을 이전해 최종 수요자의 탄소중립을 실현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산업용 프로판 제세부담금이 산업용 도시가스 대비 34.5% 수준에 불과해 가격경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도시가스 세제 개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 확대는 도시가스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함께 경쟁연료와의 충분한 가격경쟁력이 확보돼야 가능하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제조업체도 경기 침체의 영향속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저렴하게 연료를 사용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자사의 환경과 여건에 부합하는 보다 세밀한 요금체계를 바란다. 

2010년 9월 계절별요금제가 도입된 이후 시장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이제 정부가 달라진 산업환경을 반영해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체계를 검토할 때다.

▲ 2023년 상반기 도시가스 용도별 공급현황.
▲ 2023년 상반기 용도별 공급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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