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 생산 한계…상당 물량 해외 수입 불가피
청정수소·암모니아 도입, 법·제도적 공백 메워야

[에너지신문] 최근 발간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 Danger Zone)’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구간(Danger Zone)에 이미 진입, 향후 10년간의 총력전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다른 국제 질서가 펼쳐질 수 있다.

특히 2020년대 중반까지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양국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예언을 담고 있다.

책의 공동 저자인 마이클 베클리와 할 브랜즈가 미국 유명 대학 정치·국제관계학 교수인 동시에 두 사람 모두 현재 국방부 등 미국 정보·국가안보 관련 다양한 기관에 자문하고 있는 현역 외교·안보 분야 핵심 전략가들이라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 편만한 대중국 인식과 전략이 엿볼 수 있다.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묵직한데, 이제 과거처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중립적 외교 기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중국을 포위·고립시킬 ‘맞춤형 봉쇄’ 전략을 취하게 될 미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국제 질서를 일반 대중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든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9월 7일 한 외신을 통해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비료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물론 보도 다음 날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비료용 요소의 수출 통제는 하지 않으며, 비료용 요소의 경우 수입 다변화가 이뤄져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2021년 10월 요소 수입 의존도가 큰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한 바 있으며, 호주와 베트남 등에서 부족분 일부를 수입하기로 했지만,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결국 일부 공장이 가동이나 국내 화물차 운행 중단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로 또다시 공급 대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재기 등이 발생하면서 수입에 문제는 없었지만, 시장에서는 교란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이런 공급망 위기가 미·중 갈등과 국제 질서 재편 등 불안해진 국제 정세와 맞물려 향후 발생빈도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한편 비료나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 절감용 요소수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요소’는 보통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활용, 보쉬-마이저 요소 공정(Bosch–Meiser urea process)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요소는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또한 암모니아는 수소에 ‘하버-보쉬합성법’을 이용해 질소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화합물이다. 그래서 요소 역시 크게 보면, 수소 및 수소화합물을 아우르는 범(凡) 수소경제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멀게는 이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천명됐듯이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2700만톤 이상의 막대한 청정수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상 이를 국산으로 공급할 수 없는 관계로 불가피하게 80% 이상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더욱이 가까이로는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에 따라 2027년부터는 청정수소로 발전해야 하며, 이때 국내 청정수소 생산의 한계로 인해 상당 물량을 불가피하게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그리고 해외에서 생산된 청정수소를 어떤 운반체로 전환해서 운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수소경제는 수소, 특히 청정수소를 국제적으로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물론 장거리 파이프라인이나 액화하는 방식으로 수소 자체를 국가 간 이송도 가능하지만, 기술적 성숙도나 경제성을 고려한다면, 특히 사실상 섬나라인 우리나라나 일본 등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해운 이송이 보다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한동안 청정수소 운반체로서 암모니아(NH3), 액화수소(LH2), 메틸사이클로헥산(MCH) 등 3가지 물질이 각축을 벌여왔다. 운반체별 경제성과 환경성을 평가해 본 결과, 수소경제 초기 국제적인 밸류체인 구축에 유리하면서도 가장 현실적 적용가능성이 높은 ‘암모니아’가 주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진 형국이다.

암모니아는 부피당 담을 수 있는 수소량(121 kgH2/㎥)이 높으며, 무엇보다 끓는점이 상대적으로 높아( -33.34도), 경제적으로 액화운송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또한 현재도 다목적 LPG 운반과 관련 기존 인프라도 활용 가능해 운반선 건조 및 인프라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실 암모니아는 이미 국제적으로 교역 중인 상품이다. 세계적으로 암모니아는 연간 1억 8600만톤이상 생산되지만, 80% 이상은 자급자족 형태로 비료생산에 소비된다.

다만 생산량의 약 10% 정도가 국제 교역되며, 이를 위한 200개 이상의 암모니아 수출입 터미널과 170척의 운송선도 운용 중이다. 우리도 2021년에만 인도네시아, 사우디 등에서 울산, 여수, 인천 등을 통해 137만톤의 암모니아를 들여왔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정부는 2021년 11월 발표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청정수소를 생산, ‘청정 암모니아’로 전환, 국내로 도입하는 민관 합작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 ‘H2STAR’를 시행, 2030년까지 청정 암모니아 약 941만톤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1년 9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국내 석탄, LNG발전소의 연료전환 및 분산형 수소발전 확산을 통해 대규모 청정수소·암모니아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 2027년까지 약 110만톤, 2030년까지 약 400만톤 규모의 청정 암모니아 인수기지를 서해, 동해, 남해 3개의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 발전소 밀집지역에 구축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런 포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청정 암모니아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법·제도적 공백도 서둘러 메꿔야 한다. 현재 암모니아의 법적 지위는 고압가스법상의 ‘독성가스’나 수소경제법상의 ‘수소화합물’ 정도이다. 

▲ 청정수소는 국제적 거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는 해운 이송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청정수소는 국제적 거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암모니아는 해운 이송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몸집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수소와 함께 청정 암모니아를 규율할 수 있는 독립적 법률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향후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국제교역 및 수입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음을 감안, 이들처럼 ‘사업’ 자체를 규율할 수 있는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요소 공급 대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청정수소·암모니아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공급 안보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 갈등 등 불안정한 국제 질서 재편과정에서는 그 중요성은 더욱 배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입선 다변화 전략과 함께 수소·암모니아 비축에 대한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 석유비축을 담당해 온 한국석유공사가 암모니아 등 수소화합물도 사업영역에 포함,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22일 국회 소관상임위원회를 통과, 본 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현재 석유공사는 운영 중인 석유 비축시설, 특히 프로판 저장시설과 같이 약간의 개보수를 통해 암모니아 저장시설로 전환, 저장시설 임대나 비축사업으로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은 석유공사가 석유·천연가스와 함께 암모니아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바로 비축시설을 석유에서 암모니아로 용도를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추가적 입법이 요구된다. 

더욱이 향후 높아질 해외 의존도를 감안, 석유나 천연가스 사업법처럼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법을 통해 수소사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삽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모도원(日暮途遠). 서둘러 관련법 제정 논의를 시작해줄 것을 입법부에 주문한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