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효과, 시장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
中 기업 위세 여전…태양광 참여기업 ‘절반’

[에너지신문] 태어나 처음으로 미국에 갔다 왔다. 북미지역 최고, 최대 규모 태양광 전시회인 ‘SPI(Solar Power International)’에 한국관 운영 차 다녀왔다.

SPI는 세계 태양광 산업과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개척에 대단히 중요한 전시회이기에, 협회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매년 한국관을 운영한다.

올해 한국관에는 아이솔라에너지, 라인테크, JH머티리얼즈, SFC, J&D 일렉트로닉스, 한국2차전지, 인셀이 참여했다. 또 한화큐셀, 현대엔솔, 엘지엔솔 등 대기업은 독자적으로 부스를 마련했다.

비록 세계적인 기업 1개 전시부스의 1/10도 채 안되는 자그마한 규모로 운영되긴 했으나 중소·중견 기업의 부스비, 설치비를 일부 보조하고 비즈니스 미팅이 원할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일하게 된 2018년부터 가보려 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 못 갔었다. 미국의 IRA가 태양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보고 싶어 올해는 만사를 제치고 ‘마수걸이’를 했다.

SPI는 SEIA(미국태양광에너지산업협회)와 SEPA(미국스마트전력연합)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북미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전시회다. 20회를 맞이한 SPI는 에너지저장장치, 마이크로그리드, RE 사회기반시설, 전기차, 풍력, 수소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관련 제품 전시회와 포럼 등이 어우러진 ‘RE+ 2023(재생에너지 플러스 2023)’으로 훨씬 다채로워졌다.

올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엑스포센터(Venetian Convention & Expo Center)에서 9월 11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됐으며 125개 국가, 1350개 이상의 기업, 4만여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참석하고 400개 이상의 교육세션이 진행됐다.

행사를 통한 수익금은 미국의 태양광에너지 산업 발전과 시장 확대를 위한 연구, 교육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2023년 SPI를 통해 몇 가지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미국 IRA 정책효과가 글로벌 태양광 산업과 시장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년도에 비해 SPI에 참여하는 기업수, 참석자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800개 기업에서 1350개 기업으로 68% 늘어나고, 참석자도 2만 7000명에서 4만명 이상으로 50% 정도 증가했다. 미국 전시회에는 실제 비즈니스에 관계된 사람들이 참석한다. 강력한 IRA 정책으로 인한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둘째, 각국 기업들이 미국산 제품(Made in USA)이거나 미국에서 생산된, 미국인을 위한 것임을 경쟁적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솔라레버, 미션솔라, 솔렉트리아, 페가수스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전시회 참여한 캐나다 실팝솔라(AMERICA’S CHOICE), 한국의 한화큐셀(Complete Energy Solution Powering America), 중국 기업 호넨솔라(LEADING THE SOLAR REVOLUTION ONE AMERICAN MODULE AT A TIME)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자부심이 강한 미국인의들의 특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겠지만 역시 IRA 이후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각 기업들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셋째, 중국 기업의 위세는 여전했다. 태양광 분야 참여 기업의 절반 정도는 중국기업이 차지하고 있었다.

세계 태양광 산업의 85%를 차지하고, 세계 태양광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기세는 대단했다. 세계 톱티어 중국기업들은 전시회 규모와 장치, 디스플레이 등에서 그 위용이 남달랐다. 전시회 진행요원들이나 비즈니스 미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여유가 느껴졌다.

넷째, 주택·건물 태양광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통합적인 솔루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의 세계 태양광은 대면적, 고효율, 고출력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했는데 SPI에서는 제품 기술, 시공역량, 유지보수,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과 효율, 전력변환과 거래 등 통합 솔루션 역량을 강조하는 흐름이 보였다. 

그리고 참여 기업들이 주택·건물 분야 태양광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에 상당 부분 정성을 쏟고 있었다.

다섯째, 각국이 태양광산업 육성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음이 도드라졌다.

중국을 대체하는 태양광 생산기지를 꿈꾸는 인도의 아다니·엠비 기업이 고효율 모듈 경쟁에 뛰어들고, 튀르기예 칼리온은 100% 튀르기예 브랜드를 강조했다.

호주의 솔라 스페이스 테크놀로지는 우주태양광을 준비하고, 이스라엘은 전력변환과 시스템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음을 어필했으며 프랑스 리콤은 유럽의 톱티어 태양광 제조기업을 표방하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 태양광 시장의 미래와 태양광 산업의 전략적 가치를 자각하고 세계 100여개 나라들이 태양광 산업 육성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1~2년 전까지만해도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모듈기업은 모두 중국기업이었으나 올해는 여러 나라의 모듈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탄소중립, RE100 달성,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각국 정부가 강력하게 태양광 보급확대 정책을 펴고 있고, 전략적으로 자국의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에너지의 주류로 성장하고 있는 태양광의 미래를 직시하고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을 펼치고 있는 각국 정부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불과 1,2년 후에는 규모와 기술 면에서 우리 기업들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SPI 전시회는 폭발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에너지의 주류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는 태양광 산업의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줬다. 태양광 빅뱅 시대를 준비하는 각국의 정책 의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 속에 세계 태양광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었다. 

세계 흐름과는 반대로 태양광 시장을 반토막 내고, 산업을 방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RPS 의무공급비율 하향 조정, 한국형 FIT 종료, SMP 상한제 실시, 보상대책 없는 출력제어 실시, 태양광 예산 대폭 삭감, 2년째 계속되는 태양광에 대한 검찰 수사·감사원 감사·금감원 및 국세청 조사 등으로 우리나라 태양광 시장은 희망이 없는 삭막한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태양광 모듈, 인버터, 구조물 등 제조기업 생태계가 무너져내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태양광은 빛의 속도록 달리고 있는데 대한민국 태양광만 뒷걸음치고 있다. 이제 그만 역주행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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