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감소, 전기차 장점 가려…보조금 지급율 30%도 안돼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량 앞서…성능‧인프라 앞서 인기몰이 

[에너지신문] 고공행진을 하던 전기차 인기가 심상치 않다. 판매량 증가율이 전년대비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그간 전기차는 상반기만에 보조금이 모두 소진되며, 추가예산 편성까지 해야 할 만큼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차량을 주문해도 6개월 이상을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 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 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전기차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국 160여개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아직 절반도 채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원 대상 지역 중에서도 서울, 부산, 인천 등에서는 소진율이 30%대에 그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일반 대상 보조금 공고 대상 9468대 중 2688대만 접수, 전체 27% 수준에 불과했다. 30개 시도가 있는 경기도는 1만 6356대 중 8106대로, 49%를 차지했고, 몇몇 지역에서는 단 1대의 지원금도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 역시 전체 6440대 가운데 접수 대수는 단 1636대로 21%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전 5812대 중 4995대(85%), 울산 787대 중 574대(72%), 부산 2000대 중 1249대(62%) 등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자체에서 접수 대수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여전히 높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1~7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수는 9만 1825대로, 전년동기(8만 2587대)와 비교하면 11.2% 늘어났다. 

다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전년대비 75.6% 늘어난 것에 비교하면 증가세가 6분의 1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이러한 변화에 전문가들은 높아진 전기차 가격 대비 ‘줄어든 보조금’을 원인으로 꼽는다. 사실 전기차 가격은 일반적인 내연기관차 보다 30~40% 비싸다. 여기에 최근 출시하는 신차들은 1억에 육박하는 고급 프리미엄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반면, 보조금은 도입 초기에 비해 50% 이상 급감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차 값이 5000만원이면 보조금 도입 초기에는 보조금 1000만원을 받아 40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차 값은 5500만원까지 오른 반면, 보조금은 860만원으로 낮아져 실제 구매가격은 2년만에 더 비싸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메리트가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여전히 불편한 충전 인프라도 한몫하며, 전기차에 대한 구매 의욕을 크게 떨어뜨렸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사이, 그 틈을 파고 든 것은 하이브리드이다. 전기차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차량이 하이브리드라고 소비자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가 충전인프라가 열악하고, 최대 주행가능 거리 등 성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그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한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전기차가 대세이고 미래지향적인 모델인 점은 맞지만, 최근 전기차 화재 등으로 불안감이 크게 높아져 차량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여기에 높아진 연료비로 인해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 당분간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가 인기 있는 이유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라는 인식 때문이다. 미래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담스러운 전기차와 서서히 끝이 보이는 가솔린‧디젤 차량 사이에서 하이브리드는 높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발표한 7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을 살펴보면, 1만 5938대를 판매, 친환경차 판매 비중의 53.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1만 3112대를 판매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이 전기차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지난 6월말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고,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휘발유와 경유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유지비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때문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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