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돈구 (주)킹메이커 대표.
▲ 이돈구 (주)킹메이커 대표.

[에너지신문] 요즘 들어 매 여름 최고 온도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더위로 인해 산불까지 빈번히 일어난다.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러 국제 협의체에서 목표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파급효과는 인간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방안으로는 대표적으로 수소 에너지, 재생 에너지(그중에서도 특히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 거론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기술들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생각한다.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별도로 생산하기 위해 에너지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거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에너지 생산보다는 ‘에너지 저장’의 의미 이상을 갖기 힘들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은 효율이 너무 낮아 국가 전력 수요의 5%도 채우기 힘든 수준이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폐기물을 배출하는 점, 태양광 및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나무를 깎는 등의 행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발전 방식이 실제로 친환경적인가 하는 논란 여부도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은 이산화탄소의 저장 공간도 없거니와 포집시 필요한 에너지가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물론 각 기술이 미래에는 의미 있는 수준까지 개발될 수 있겠지만, 현재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인류에게는 그 기술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완전히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방식을 개발하는 과도기에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다른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필자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감축 방안은 ‘폐열에너지 회수 및 활용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라고 생각한다. 어떤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되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재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라도 먼저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폐열에너지 회수란, 산업체 등에서 공정상 이미 발생하고 있으나 유용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열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그래서 적용처에서 저항이 발생하는 타 온실가스 저감 기술과는 다르게, 폐열회수는 산업체에 에너지비용을 절감시켜주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그래서 현 시점 가장 현실적이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이다.

폐열은 보통 고온, 중온, 저온 폐열로 나눈다. 고·중·저온을 나누는 기준이 아직 명확하게 나눠 있지는 않으나 많은 매체에서 600℃ 이상을 고온, 600℃ 미만 200℃ 이상을 중온, 200℃ 미만을 저온 폐열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고온 및 중온 폐열은 회수하는 방법이 어렵지 않으며 회수 이후 활용도 쉽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산업체에서 회수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 시점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우리는 ‘저온폐열’의 회수 및 활용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열량만으로 본다면 버려지는 총 열량의 30% 이상이 저온폐열 구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적용된다면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3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고온·중온 폐열에 비해 저온폐열이 가지고 있는 단점은, 산업체 입장에서 활용하기에 까다롭다는 점이다. 하지만 민간에서 오히려 이 정도 온도가 활용하기 좋다. 산업체 기준으로 저온일 뿐 민간에서는 90℃면 필요한 급탕 온도(일반적으로 30~40℃)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미 도입하고 있는 4세대 지역난방 시스템에는 열의 잉여와 공급을 연결해 불필요한 연소를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흡수식 칠러’라고 하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급탕 수요가 낮은 여름철에 저온폐열을 활용해 냉방까지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인프라만 확보된다면, 국가 전력 수요의 1/3에 육박하는 냉·난방 수요가 모두 기존 버려지던 열을 회수해 충당되는 것이다.

폐열을 활용한 냉·난방은 다른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발전소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70% 정도의 에너지가 버려진다. 즉 연료 연소를 통해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100으로 본다면, 30만큼만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는 뜻이다. 70%를 버려서라도 30%의 전기를 만드는 의미는, 열에너지보다 전기에너지가 훨씬 더 고급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전기를 사용한 냉·난방은 고급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70%의 열을 버려놓고, 이 고급에너지를 다시 열로 바꾸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저온폐열 인프라를 구축해 냉·난방을 저온폐열로 충당한다면, 그만큼의 잉여 전기에너지는 정말 고급 에너지가 필요한 고급 사용처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국가 전력 수급 계획에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동의와 투자가 필요하다. 아무리 인류가 기술 발전을 통해 번영을 누린다고 하더라도,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다 소용없는 일일 것이다. 필자는 인류가 스스로 자멸하는 선을 넘기 전에, 당장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이미 개발돼 적용할 수 있는 기술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먼 미래의 기술을 하염없이 기대하고 있기 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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