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기투자비 회수’ 결실…연내 사업권 양도 및 잔액 회수 시작
아카스‧만수리아 정리…주바이르‧바드라, 2028년까지 투자액 전액 회수

[에너지신문] 한국가스공사가 이라크 내전 여파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카스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완전히 손 뗀다.

최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라크 내각이 올해 3월 ‘아카스 가스전 사업 보상 합의안’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가스공사는 빠르면 올해 중 이라크 정부와 철수 절차를 마무리 짓고, 이라크 석유부 산하 미들랜드 오일 컴퍼니(MdOC)에 사업권을 양도 후 철수한다.

2010년 10월 이라크 석유가스전 3차 입찰에서 아카스사업을 낙찰받고 2011년 10월 이라크와 가스전 개발 계약을 체결한지 약 12년만이다.

2018년 가스공사가 부채비율 조정을 위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면서 만수리아, 아카스 가스전 개발·생산 사업에 대해 매각 추진 계획을 밝힌 이후 사업을 정리하기까지 약 5년이 소요된 셈이다. 앞서 만수리아 사업은 2020년 2월 컨소시엄간 정산합의서를 체결하고 정리된 바 있다.

합의안에 따라 가스공사는 이라크로부터 총 1억 1500만달러(약 1500억원)의 보상금을 돌려받는다. 이중 6600만달러의 보상금은 이미 이라크 정부와 협상을 통해 회수했으며, 나머지 4900만달러는 후속 논의를 거쳐 사업권 양도 절차에 따라 보상받는다.

아카스사업과 만수리야 가스전 개발사업은 상업생산 전 보상이 불가능한 계약 조항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예외적으로 기존 투자비 일부를 회수하는 것이다.

아카스 가스전 개발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천연가스 회사인 아람코(Aramco)가 이어간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현재 이라크 측과 협의해 합의서 문구 등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상호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라며 “양측간 합의서 서명이 마무리되면 사업권 양도 절차와 보상 절차가 동시에 이뤄져 연내에 나머지 보상비 회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사진: 한국가스공사)
▲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사진: 한국가스공사)

◆ 애물단지 전락한 이라크 사업

한국가스공사의 이라크 사업 시작은 2009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었던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은 기존 LNG 도입 및 판매위주의 사업방식에서 탈피해 탐사·개발·생산 및 중·하류사업에 이르는 수직일관 체계 구축을 강하게 주문했었다. 당시 가스공사는 유·가스 자주개발율 증대 및 안정적 에너지 공급선 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본격 뛰어들던 시기다.

상업적 가스생산 달성 후, 투입한 투자비 회수와 가스생산에 대한 보상비용을 받는 구조인 기술서비스계약(TSC, Technical Service Contract) 형태로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이라크 주바이르, 바드라, 만수리야, 아카스사업이 모두 이 시기에 시작됐다.

◇ 주바이르(Zubair) 사업

이라크가 2009년 6월 진행한 유가스전 1차 입찰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이태리 ENI와 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해 이라크 남부 바스라 남서쪽 900㎢ 면적의 주바이르 생산유전을 확보했다.

이후 ENI 컨소시엄은 2010년 1월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개발의 최종사업자로서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기간은 2010년 2월부터 2030년 2월까지(5년 연장가능)다.

계약당사자는 이라크 국영회사인 사우스오일컴퍼니(SOC)이며 계약상대자는 이탈리아 ENI(32.81%)를 운영사로 한국가스공사(18.75%), 미국 Occidental(23.44%), 이라크 국영회사인 Missan Oil Company(25%) 등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이라크 사업중 가장 안정화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2011년부터 원유 인수를 통해 올해 6월 기준 108%의 투자비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약 8억 4000만달러 규모의 주바이르 프로젝트 원유처리설비 건설공사에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건설업체가 참여하기도 했다.

◇ 바드라(Badra) 사업

주바이르 유전을 확보했던 1차 입찰과 같은 해인 2009년 12월 시행한 이라크 유전 2차 입찰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가즈프롬(Gazprom Neft)과 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해 이라크 바그다드 동쪽 이란 국경 부근의 와싯주 100㎢ 면적의 바드라(Badrah) 개발 유전을 확보했다.

가스공사는 낙찰 후 2010년 1월 이라크 국영석유회사 ROC(Regional Oil Company)와 본 계약을 체결하고, 2010년 하반기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참여사는 한국가스공사, Gazprom, Petronas, TPAO, OEC 등이다. 한국가스공사의 지분율은 22.5%다. 사업기간은 2010년 2월부터 2030년 2월까지(5년 연장가능)다.

2014년 11월부터 최초 상업생산이 시작되면서 한국가스공사는 2015년부터 원유 인수를 통해 올해 6월기준 70.2%의 투자비를 회수했다. 약 9억달러 규모의 바드라 프로젝트 원유처리설비 건설공사에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건설업체가 참여하기도 했다.

◇ 만수리야(Mansuriyah) 사업

한국가스공사는 2010년 10월 이라크 석유가스전 3차 입찰에서 터키 TPAO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라크 바그다드 동북부 100km 지점에 위치한 디얄라주 200㎢ 면적의 만수리야(Mansuriyah) 가스전 개발사업을 확보했다.

만수리야 가스전 참여사는 터키 국영 석유회사 TPAO, Kuwait Energy, 한국가스공사, 이라크 국영 회사 OEC 등이다. 한국가스공사는 15%의 지분을 참여했다.

2011년 10월 본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부터 가스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2014년 6월 이라크 IS(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사태가 확산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후 사업이 재개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이라크 정부와 만수리아 가스전 개발·생산 사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계약 개정을 요구하며 지속적 협상을 벌였지만 2018년 11월 이라크 정부의 계약해지 통보 이후 2020년 만수리아 컨소시엄은 이라크 정부와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이후 2020년 2월 컨소시엄간 정산합의서가 체결됐으며, 한국가스공사는 2021년 11월 이사회에서 '이라크 만수리야 사업 종료에 따른 출자회사 폐쇄안'을 의결하고 만수리야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가스공사는 이라크 정부로부터 상업생산전 보상이 불가능한 계약조항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기존 투자비 일부인 500만달러를 회수했다.

2020년 이라크 정부의 재입찰 결과 만수리야 가스전은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운영하게 됐다. 시노펙이 지분 49%, 이라크 석유부 산하 MDOC(Midland Oil Company)가 51%를 보유하고 25년간 가스전을 개발한다.

◇ 아카스(Akkas) 사업

아카스사업은 한국가스공사의 이라크 4개 사업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한국가스공사는 2010년 10월 이라크 석유가스전 3차 입찰에서 만수리야(Mansuriyah)와 함께 아카스(Akkas) 가스전을 확보했다. 아카스 가스전은 시리아 국경 근처인 이라크 안바르주 서부지역의 1011㎢ 면적의 이라크 최대 규모 가스전이다. 이 아카스 가스전은 한국가스공사 최초이자 유일한 운영권 사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아카스 가스전 입찰은 한국가스공사(운영사, 50%)와 KazMunaiGas EP(50%,카자흐스탄)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지만 이후 카자흐스탄은 이 사업을 철회하기도 했다.

2011년 10월 이라크 MdOC와 기술서비스계약을 하면서 아카스 가스전 개발생산서비스 계약의 계약자 지분은 운영사인 한국가스공사 75%, 이라크 국영파트너사인 North Oil Company(NOC) 25%로 구성됐다. 계약 기간은 20년이며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만 해도 가스공사는 새로운 역사를 써 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2014년 5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안바르를 점령함에 따라 치안상황이 악화되면서 만수리야 사업과 마찬가지로 아카스 현장 작업이 중단됐다. 2017년 11월 IS로부터 가스전을 되찾았지만 3년간 사업이 중단돼 손실이 컸다.

계약 체결후 총 4억 2200만달러를 투자했지만 사업 중단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가스공사는 결국 투자액 4억 2200만달러 중 3억 7900만 달러를 손상 처리했다.

아카스 사업은 2015년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시 한국가스공사의 대표적인 이라크사업 부실 투자로 지목됐다.

당시 국정조사에서는 가스공사의 아카스사업과 만수리아 사업 참여시 이미 해당 지역이 알카에다와 반정부세력의 본거지로서 현지 정세 불안에 대한 경고가 컸다는 점과 주정부의 반대 및 낮은 수출 가능성, 파이프라인 건설 등 시설투자비 문제 등 여러 난제가 산재해 여타 개발사가 외면했지만 가스공사가 무리하게 부실투자를 감행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아카스 사업의 경우 경쟁사(배럴당 19불)에 비해 1/4 수준인 생산보상단가를 제시(배럴당 5.5불)해 수익성까지 의문시됐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카자흐스탄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가스공사만의 ‘나홀로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 투자비를 회수하라- 유례없는 ‘예외적 회수’

2018년 이후 한국가스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실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2018년 7월 캐나다 서부 Kitimat 지역에 액화플랜트를 건설, 운영하는 LNG캐나다 사업과 관련 한국가스공사의 지분 15%중 10%를 페트로나스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으며, 현재 5%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2월에는 경제성 회복 불투명으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 아카스사업의 경우 이라크 사업의 기술서비스계약(TSC) 구조상 투자비 회수 권한은 가스 상업 생산 이후에 발생하게 됨에 따라 생산 전 기투자비 회수는 계약상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는 아카스사업과 만수리아 사업 중단에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었던 ‘기투자비 회수’를 선택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5년 10월 한-이라크 정부 간 제2차 자원협력위원회 아카스 자산 활용사업 추진 합의를 근거로, 기존 구매자재를 활용해 나시리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라크 석유부가 타사와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해 나시리야 대체사업은 무산됐다. 가스공사의 나시리야 사업 좌초는 대내외적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약 3년간 이라크 장·차관을 포함해 약 120회의 대면 회의 등 투자비 회수를 위한 끈질긴 노력을 지속했다.

이라크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해외 보관 중이던 기자재 처리 지침 및 해당 기자재에 대한 비용 보상을 요구한 결과 2018년 3월 이라크 석유부 장관의 승인을 이끌어 내고, 2019년 3월 이라크 내각 에너지위원회가 기투자비 일부를 조기 지급키로 최종 승인했다. 이라크 내부 승인절차를 거쳐 2019년 9월부터 회수를 시작해 우선 6600만달러(약 700억원)가 회수됐다.

지속적인 협상결과 올해 3월 이라크 내각이 ‘아카스 추가 보상합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사업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이라크로부터 총 1억 1500만달러(약 1500억원)의 보상금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미 확보한 6600만달러의 보상금 이외에 나머지 4900만달러가 사업권 양도 절차에 따라 연내부터 회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만수리아 사업에서도 투자비의 일부인 500만달러가 회수됐다.

이라크 사업에서 전례가 없는 이번 ‘예외적 기투자비 회수’는 이라크 정부의 숱한 거절 의사 표명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협상한 결과다. 여기에는 가스공사의 투자비 회수 노력 뿐만 아니라 산업부, 외교부 등 관련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 이라크사업 총 투자비 회수 가능한가

2020년 2월 정산된 만수리야 사업에 이어 이번 아카스 사업이 정리되면 그동안 부실사업으로 낙인됐던 이라크 2개 사업이 완전히 종료되고 주바이르와 바드라 2개 사업이 남는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주바이르 사업은 투자비 3억 7800만달러 중 4억 900만달러를 회수해 108%의 회수율을 나타낸다. 바드라 사업은 투자비 8억 9500만달러 중 6억 2800만달러를 회수해 70.2%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주바이르와 바드라 유전개발사업은 사업 종료시까지 안정적 운영을 통해 추가 수익이 실현될 전망이라는 게 가스공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까지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했던 이라크 4개 사업의 총 투자비는 17억달러 규모다.

이중 현재까지 약 11억달러를 회수해 62.7%의 회수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2028년까지 투자비 전액이 회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의 아카스사업과 만수리아사업은 실패한 자원개발사업으로 가스전 운영사업 진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라며 “주바이르와 바드라 유전개발사업을 통해 이라크사업의 투자비를 회수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사업 종료시까지 안정적인 운영으로 추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한국가스공사의 이라크 4개 사업 위치도.
▲ 한국가스공사의 이라크 4개 사업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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