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종합적 점검 등 시간 소요, 불가피 연기"
요금인상 지연시 사채발행 차질 등 리스크 부각

[에너지신문]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열기로 했던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불과 1시간여를 남겨두고 돌연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초 산업부는 2일 한전아트센터 대회의실에서 박일준 2차관 주재로 한전·가스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공기업 재무상황과 요금조정 지연 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었다. 3일에는 이창양 장관이 참석하는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를 롯데호텔에서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일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앞두고 갑자기 계획된 2개 회의가 모두 연기됐다. 산업부는 "공기업 재무상황 재점검, 국제연료비 변동추이, 공기업 자구노력 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 등에 시간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 15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기 위한 ‘한국전력공사법’과 ‘한국가스공사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본사)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열기로 했던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가 불과 1시간여를 남겨두고 돌연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서 산업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지연될 경우 급격한 사채발행이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필수 전력망 투자와 LNG 구매력도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또 한전과 가스공사는 빠른 시일내에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전기·가스요금 조정을 정부에 다시 요청하면서 인건비 조정 등을 포함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산업부가 사전배포한 보도참고자료가 회의 시작전 일부 보도되자 돌연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상 지연시 한전채 발행한도 초과, 가스공사 미수금 13조원 등 에너지공급망 위기 및 요금인상이 시급하다는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당정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관련업계에서는 갑작스런 회의 취소가 당정이 요구하는 자구노력 계획보다는 요금조정 지연시 리스크가 더 부각되면서 여권으로부터 압력을 받았기 때문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전은 원가회수율이 약 70%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월 4회(평균 9일 간격) 발전사들에게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을 사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전기요금 조정이 상당기간 지연된다면 한전채 발행규모를 더욱 늘릴 수 밖에 없고, 한전 경영실적 악화가 조달금리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한전채 쏠림현상’과 같은 채권시장 교란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전은 올해 한전 적자가 5조원 이상 발생할 경우 2024년에는 한전 법정 사채발행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사채발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전력구매대금 지급 차질, 기자재 및 공사대금 지급 곤란으로 한전의 재무위기가 발전사, 공사업계 등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원가회수율이 62.4%에 불과해 미수금이 2022년말 기준으로 8.6조원 쌓여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가스요금 조정이 없다면 올해말에는 12.9조원까지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미수금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만 약 4700억원(하루 13억원)이 발생해 추가적인 재무부담 및 요금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가스공사의 재정여건 악화는 LNG 물량확보 협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은 재정건전화 계획을 통해 자구노력을 강화하면서도 내부에서는 당정의 자구노력 요구가 강해지자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전은 올해 계획된 1조 5000억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 이외에 추가적인 인건비 조정방안 등을 검토하고, 비핵심 자산 조기매각 등을 추가 발굴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국가스공사도 올해 계획된 2조 7000억원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할 계획이다. 

에너지공기업 내부에서는 이같은 재정건전화 등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을 의식해 당정이 에너지요금 인상에 주저하면서 자구노력 압박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국민 눈높이 맞는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지만 마치 요금 인상요인이 방만경영에서 비롯된 것처럼 몰고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달 31일 정부와 국민의힘 당정협의회에서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이 보류된 이후 산업부가 빠르게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와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었지만 이조차 갑자기 취소되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여부는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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