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송에너지 전환, 상생방안 논의 플랫폼 마련부터
[기고] 수송에너지 전환, 상생방안 논의 플랫폼 마련부터
  •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0.05.26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내연기관차→친환경차' 전환 로드맵 주문
제2차 에너지전환 본격화…사회적 이슈될 듯

[에너지신문] 내연기관이 출시된 1877년 이후 한 세기반 동안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은 수송에너지의 동의어로서 확고한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이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휘발유나 경유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함께 대기환경 오염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나 EU,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사회적 비용 저감 차원에서 내연기관차의 온실가스나 유해물질 배출을 규제해왔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계기로 규제는 한층 더 강화됐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을 대신할 전기차, 수소차 등이 등장했고, 정부 차원의 보급정책에 힘입어 최근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참에 ‘보급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휘발유, 경유 등 기존 수송에너지를 전기나 수소로 대체하는, 소위 ‘수송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책도 시나브로 추진되고 있다.

먼저 ‘노후경유차 상시 운행제한 제도(Low Emission Zone)’가 2018년 7월 1일부터 서울 및 인천전역, 경기 일부지역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는 내연기관차 소비자에게 운행에 일종의 벌(罰)을 줌으로써 구매의욕을 저하시켜 대체재인 전기차, 수소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나 캐나다, 중국 외에 아직 적용사례가 없는 ‘저공해차 의무보급제도’도 올해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저공해차 의무보급제도’는 자동차 제작·판매사가 판매하고자 하는 내연기관차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전기차, 수소차 등으로 대체해 판매토록 강제함으로서, 의무판매 물량 내에서는 내연기관차 판매행위에 일종의 벌(罰)을 주는 제도로 볼 수 있다.

더욱이 2019년 9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수송부문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 중 하나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전환 로드맵은 자연스럽게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완전 전환 시기, 곧 내연기관차 퇴출시기를 못 박아 공표하는 것이 전제돼 있어 정부로 하여금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선언을 통해 완전한 수송에너지 전환을 주문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으로만 존재하던 수송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으로 공론의 장에 들어서게 된 신호탄이 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탈석탄’, ‘탈원전’을 통해 발전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전환이 제1차 에너지전환’이라면, 수송부문에서 탈내연기관을 통해 전기차, 수소차를 확대함으로서 수송에너지가 휘발유, 경유 등 탄화수소 계열에서 전기나 수소 등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제2차 에너지전환’이 대두된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제1차 에너지전환에 이어, 제2차 에너지전환도 조만간 본격화돼 다시금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수송에너지 전환 논의에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부가 수송에너지전환을 추진한다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강제적인 수송에너지 전환에 따른 직간접적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측에게는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송에너지 전환은 휘발유‧경유차의 규모의 축소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카센터 등 자동차 정비업계는 물론 주유소 등 석유유통업계 더 나아가 정유업계 및 석유개발업계 등 석유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 BMW 제주 e-고팡은 제주도의 풍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다.
▲ 제주도는 탄소없는 섬(CFI) 정책 하에 전기차 보급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서 수송에너지 전환에 앞서 이러한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상생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종합적인 논의 플랫폼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상생방안 논의는 이미 국내에서 가장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이미 시작됐다. 2019년 제주도청은 ‘Carbon Free Island 2030(이하 CFI) 계획’을 통해 전기차를 2030년까지 누적 37만 7000대를 보급함으로서, 도내 차량 약 50만대 중 약 75%를 전환하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내 주유소, LPG충전소, 자동차 정비업계 등 내연기관 연관 산업계가 내연기관차 시장 규모 축소로 인해 발생하게 될 직간접적인 손실과 경영난 등을 이유로 상생방안 마련을 주창하고 나섰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들 업계와의 상생방안 마련과 이를 위한 공식적인 논의기구 설치를 공약,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갈등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현재 설정된 2030년까지 37만 7000대 전기차 누적 보급목표 자체를 상생방안 논의기구에서 다시 논의, 일정 부분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내연기관 연관 산업계는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하기 위해 하향 조정안을 수용할 것이다. 제주도청이나 전기차업계도 일정 부분 하향 조정안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해당 계획의 목표가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 CFI계획상 2030년 37만 7000대 전기차 보급목표는 원래 2012년 계획이 수립될 당시부터 제주도내 차량 100% 전환을 위해 2020년 9만 4000대, 2030년 37만 1000대가 목표로 설정됐었다. 그러나 2019년까지 실제 누적 보급실적은 1만 8178대(2019년 연간 판매량 2623대)에 그쳤다는 점(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을 고려한다면, 2030년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2019년까지 실제 보급실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2030년 보급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면,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후 매년 보급돼야 할 전기차 규모가 과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현 CFI계획은 2021년 이후 전기차를 매년 2만대 이상, 특히 2024~26년 사이에는 매년 4만 5000대~5만대를 보급하도록 설정돼 있는데, 이는 사실상 제주도내 전체 신규 판매차량 규모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평가다.
 
제주도의 사례는 향후 강제적인 수송에너지 전환이 추진될 경우 전국 단위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갈등의 ‘전초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전국 단위에서도 석유산업을 포함한 내연기관 관련 산업계와의 상생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논의 플랫폼 마련과 관련 연구 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