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4사, 2차전지부터 '다운스트림' 석유화학에 집중
SK가스·E1, 석유화학제품 프로필렌 생산용 LPG 수요 증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은 낸 정유사들이 올 1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사진은 SK주유소 전경.
SK주유소 전경.

[에너지신문] 전기차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수송용 에너지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정유업계가 시장으로부터 강력한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일부 정유사는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시장을 눈을 돌리고 있고 또 다른 업체들은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하며 수송용 에너지 시장에 닥칠 위기를 대비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2년 연속 부진했다. 미국이 무역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미국과 그 주변국을 제외하고는 위축됐고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가 안정적으로 생산되면서 중동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변하며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불리한 시장으로 변했다. 

이번 악재가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업계 내부에서 적지 않지만 전기차로 수송용 에너지 시장의 페러다임이 옮겨가는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업계 일각에서는 올해가 전기차 시대를 체감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가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하고 휘발유와 경유, LPG 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종식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의 종식 선언은 완성차업계가 자동차의 심장으로 리튬이온배터리(Litium-Ion Battery)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리튬이온배터리가 자동차의 심장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인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섞인 시선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1980년 밝혀진 리튬의 화학적 성질은 1991년 소니(Sony)에 의해 상업화된 리튬이온전지로 탄생했고 가전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켰다. 애플(Apple)의 '아이폰'으로 축약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역사도 리튬이온배터리의 발전사다.   

▲국내 정유4사, 2차전지부터 '다운스트림' 석유화학에 집중

자회사 SK종합화학,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등을 통해 이미 석유화학 분야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잡은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2차전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최근 미국에서 LG화학과 리튬이온전지 특허소송에서 조기패소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정유업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정유사들은 직영주유소의 유외사업을 확대, 수익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사진은 패스트푸드 드라이브 스루 매장과 결합한 GS칼텍스 인천송도국제도시 주유소 전경.
GS칼텍스 인천송도국제도시 주유소 전경.

GS칼텍스는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지난해 전남 여수에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ethylene)과 프로필렌(propylene), 폴리에틸린(polyethylene)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나프타(naphtha)와 LPG까지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MFC(Mixed Feed Cracker)를 통해 정유업계가 직면한 위기를 석유화학에서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프로필렌과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자일렌(xylene)을 생산하고 있는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분야로의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S-OIL은 정유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했다. 연간 프로필렌 생산능력이 86만톤으로 석유화학업계에 진출하면서 단숨에 국내에서 프로필렌 생산능력 5위에 자리했다.

S-OIL은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과 그동안 SKC가 유일하게 생산했던 프로필렌 옥사이드(propylene oxide)를 각각 연간 40만5000톤, 3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벤젠, 톨루엔, 자일렌 역시 생산능력에서 상위권에 진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합성고무 타이어에 필수적을 들어가는 석유화학제품인 카본블랙(carbon black) 생산을 위해 OCI와 합작해 설립한 현대OCI의 생산능력을 연간 10만톤에서 15만톤으로 올해 증설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그동안 생산하던 벤젠과 자일렌 외에도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수 있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를 2021년 완공할 예정이다. 

일본의 코스모석유와 합작해 설립한 현대코스모를 통해 벤젠과 파라자일렌(para-xylene)을 생산했고 자체적으로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던 현대오일뱅크 역시 석유화학으로 더 많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E1 여수기지 전경.
E1 여수기지 전경.

▲SK가스·E1, 석유화학제품 '프로필렌' 생산용 LPG 수요 증가 

수송용 에너지 시장의 또 다른 플레이어인 LPG(액화석유가스)업체들은 시장의 위기를 이미 겪고 있었다. 정유업계에 밀려 수송용 시장에서 늘 위축됐던 LPG업계는 석유화학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입한 LPG를 수송용보다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납품하는 비중이 최근에 크게 높아지면서 수송용 시장에서 돌파구 없던 LPG업계가 간신히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사용된 LPG는 지난해 458만2000톤으로 이는 국내 LPG 사용량의 44%였다. LPG가 국내에 도입되고 난 후 석유화학 원료용 비중이 40%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015년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사용된 LPG가 176만5000톤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60%나 늘어난 것이다.

2014년 SK가스의 자회사로 설립된 SK어드밴스드는 2016년 4월부터 SK가스의 LPG로 연간 60만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현재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 외에도 효성과 태광에도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LPG를 공급하고 있다. 

E1도 지난해 3분기까지 석유화학 원료용 LPG를 LG화학과 롯데케미칼에 109만톤을 공급했다. E1 관계자는 "전체 LPG 판매량의 55%가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소비됐다"며 "프로필렌 생산에서 LPG가 가진 장점이 커 석유화학 원료용 수요가 최근에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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