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대체에너지로 ‘수소’ 급부상

CO₂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 판매 규제 강화 분위기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 기술력 확보, 전폭적인 지원 필요

▲ 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 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자동차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평소 출퇴근 뿐만 아니라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려 해도 차가 있으면 매우 편하다. 아이들을 어디엔가 데려다 주거나 데려올 때도 차가 있으면 매우 유용하다. 이렇듯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자동차는 우리의 생활 수준 향상과 사회·문화생활을 위해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요즘 부쩍 자동차 이야기가 많이 거론된다. 기존 내연기관차를 잘 타고 다니는 상황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 이야기가 나오니 다소 의아함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자동차가 무슨 문제가 있어 사람들이 전기차·수소전기차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냥 지금 이대로는 안 되는 것일까?’라고.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놀라울 만큼 많은 발전을 이뤘다. 공산품의 대량생산과 편의증대는 인구의 증가를 불러왔고, 인구 증가는 또 다시 많은 소비를 불러일으켰다. 산업혁명 당시 10억명이 채 안됐던 전 세계 인구가 지금은 77억명까지 늘어났고, 2050년 때에는 100억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석유’라는 에너지원을 거침없이 소비했다. 이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원 부족과 더불어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를 유발했다. 물론 이제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10월 ‘지구온난화 1.5℃’라는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하고자 했던 것을 1.5℃로 더 강하게 제한해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 방안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의미며 이것은 큰 변화다.

제시된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빠르게 감축해 2050년까지 획기적으로 줄여야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을 1.5℃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인류의 생존을 언급하는 것이 매우 끔찍하지만 위기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인류는 석유에너지의 사용을 줄이는 ‘에너지에 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서 수소가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시공간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다.수소를 이용해 우리에게 필요한 열과 전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다. 수소를 연소시켜 열을 만들기도 하고, 전기로 변환할 수도 있다.

▲ 미래의 수소도시개념도. 출처 Linde, “Hydrogen Applications Today and Tomorrow”, Hydrogen Council(2018.7. 24).
▲ 미래의 수소도시개념도. 출처:Linde, “Hydrogen Applications Today and Tomorrow”, Hydrogen Council(2018.7. 24).

여기에 핵심이 되는 에너지 변환장치가 바로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이용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시키고, 이때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다. 이 과정에서 수증기만 발생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연료전지는 가정에서의 전기 및 열의 생산, 산업용 발전 그리고 수송용 전기에너지의 발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환경 규제로 인해 이미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수송분야에 수소에너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유해배출가스가 없는 자동차(ZEV, Zero Emission Vehicle)를 일정 비율로 판매하도록 하고 있고 ZEV의 의무 판매량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벌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ZEV가 없으면 내연기관차를 팔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들은 연비 규제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통해 자동차분야에서 새로운 에너지원 사용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발표하고,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수소전기차와 같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차를 판매하도록 규제를 만들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개발은 기계와 화학, 전기, 전자, 재료분야 등 공학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하며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고출력 및 고내구성 스택(Stack) 및 운전장치(BOP) 기술, 그리고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기술 등 현재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수소탱크의 용량만 증가시키면 차량의 주행거리가 연장되는 수소전기차의 특성은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대형 상용차량에서 큰 이점을 가진다. 상용차의 큰 출력과 높은 내구성은 유지 비용이나 연료비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상용차에서 연료전지를 이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은 필수적이다.

공기공급시스템, 열관리시스템, 수소공급시스템과 같은 운전장치 성능 및 제어가 스택의 출력을 좌우하고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적상태로 운전하기 위한 복합적인 연구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양산과 보급의 관점에서의 큰 과제는 ‘가격경쟁력’이다.  연간 생산이 수천대의 규모라 비쌀 수 밖에는 없다. 이중 스택과 수소저장장치는 수소전기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고비용 핵심부품이다. 때문에 스택에 들어가는 백금 촉매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저백금 촉매 기술들(촉매 담지 기술, 합금 촉매 기술, 신 구조 선행 촉매)이 연구소와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생산라인에서 충분한 양산 설비가 갖춰줘야 한다. 하지만 아직 산업의 성숙도와 시장 규모가 부족하다. 때문에 부품업체의 기술 및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양산 설비와 관련된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수소 생산부터 수소전기차까지의 이동경로.
▲ 수소 생산부터 수소전기차까지의 이동경로.

중국은 국가적 지원을 통해 수소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 규모 경제와 국가적 지원을 통해 이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이제 수소전기차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수소전기차 생산기업수는 14개로 44개종의 수소상용차 모델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의 Ballard사와 미국의 Plug-Power사의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수소상용차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자체적인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도 엄청난 규모로 진행 중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시장 덕분에 ‘연료전지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국내외 완성차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 국가 차원에서의 수소산업 및 수소전기차 지원을 위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정책 로드맵의 발표는 뒤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국내외 수소경제 로드맵은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의 정책 방향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과 인프라 정책도 포함하고 있다.

수소전기차의 LCA(Life Cycle Assessment, 전주기평가)에 따르면 친환경차로서 수소전기차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수소전기차는 운행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발생하지 않지만 수소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는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발생을 고려한 수소 생산 방식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낮은 부품 국산화율로 인해 해외기술에 의존하고 있으며 설치비용도 꽤 많이 든다. 때문에 신뢰성 있는 부품의 국내 생산 및 시스템 운영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이제는 분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이 무한하지 않기에 더더욱 대체에너지원이 필요하고, 국내 산업 중 비중이 높은 자동차산업을 위해서도 각국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생존의 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 개발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 형성 및 확대를 통해 기반을 만들어야 세계 각국으로의 판매도 원활할 것이다. 이러한 큰 그림에서 수소충전소의 보급도 추진돼야 하며,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자동차 강국으로서 국가경제가 탄탄해지는 지름길은 우리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토대로 전 세계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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