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점입가경 치닫는 미·중 무역분쟁, 그 여파와 해결책은
[기획] 점입가경 치닫는 미·중 무역분쟁, 그 여파와 해결책은
  • 김진오 기자
  • 승인 2018.10.31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역분쟁과 글로벌 석유수요 영향

[에너지신문] 임병윤 한국석유공사 석유동향팀 연구원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석유수요 영향’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양측은 마주보며 달리는 기차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둘 중 누군가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며 치명상을 입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아직 예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지대한 만큼 분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에 주름살이 질 것은 자명”하며 “석유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라며 양국 무역분쟁 동향 및 전망과 무역분쟁이 석유수요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소개했다.

◆ 양국 5000개 이상 품목에 관세 부과

임 연구원은 현재 미·중 간의 무역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지난 7월 6일 미화 340억 규모의 수출품에 대해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중국산 818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545개 미국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8월 23일 양국은 각각 160억 규모의 수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은 중국산 284개 품목, 중국은 333개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9월 24일 미국은 미화 2000억 규모의 중국산 4745개 품목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LNG를 포함한 3571개 미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1636개 수입품에 대해서는 5%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 번째 관세부과 발표 자리에서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추가적으로 미화 2670억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 연구원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은 무역불균형 시장이라는 경제적 관점과, 향후 헤게모니 장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라는 국제정치학적인 동기를 가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현재까지 교역상대국들에게 무역불균형 해소를 요구해왔다.

한미 FTA 재협상·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및 중국 등과의 무역 분쟁 등은 무역불균형 해소라는 트럼프 정책 기조의 부산물이라고 임 연구원은 해석했다.

임 연구원은 특히 미국은 대 미국 무역흑자 규모가 가장 큰 중국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7년에 미화 3756억의 대 미국 무역흑자를 기록해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46%를 차지했고, 지적재산권 도용·기술이전 강요·중국제조2025(차별적 자국기업 육성)·인위적인 위안화 절하 등의 정책을 펴 미국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체적으로 수출증가세가 소폭 둔화됐던 올해 8월에도 미국에 대해 미화 310억 가량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따라서 무역역조를 개선하려는 미국이 중국을 최우선적인 타켓으로 삼아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양국의 무역갈등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기존 패권국과 새롭게 떠오르는 신흥 강국이 글로벌 주도권 장악을 위해 벌이는 패권 경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파상적인 공세의 배경에는 중국이 국제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자국을 제치고 패권을 쥐기 전에 관세 등 경제적인 수단을 통해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의 무역분쟁이 경제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교역규모·GDP 감소 등으로 석유수요 증가세 둔화 예상

미국 중간선거 따라 무역분쟁 전환점 가능성 남아 있어

◆ 글로벌 석유수요 악영향 불가피

임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당사국인 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보다는 상황이 양호하지만 관세 부과 대상인 중국산 수입 품목이 크게 확대되면서 자국 내 저소득층 위주로 큰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2019년에 총 5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고, GDP도 1.3%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양국 무역분쟁이 이른 시기에 봉합되지 않을 경우 향후 글로벌 석유수요 증가세 둔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교역량과 GDP 감소 등 무역분쟁의 여파가 내년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 석유수요 증가율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석유제품별로 살펴보면 일단 교역 규모가 줄어 해상 물동량이 감소하면 선박들의 연료로 사용되는 중유 수요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밀 하이테크 제품들과 부피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품들의 교역량이 감소하면 항공유 수요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GDP가 감소해 소득이 줄 경우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자동차 운행 등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휘발유와 경유 등의 차량용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들의 소득이 감소할 경우 제조업 및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축소로 석유화학을 포함한 제조업과 인프라 건설에 사용되는 납사와 경유 등의 수요 증가세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역분쟁이 격화돼 글로벌 GDP 성장률이 낮아지거나 직전년도 대비해 축소될 경우 세계 석유수요도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직전년도보다 석유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무역분쟁 위기감 고조로 글로벌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미국의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도 석유수요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가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석유가격의 상승효과를 불러와 신흥국들의 석유수요 증가세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석유정보기관들도 무역분쟁이 결국 석유수요에 부정 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OPEC 내부 전문가들은 양국 간 무역 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향후 전세계 기준 35만 b/d 가량의 석유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만약 OPEC의 예상처럼 석유수요 증가분에서 35만 b/d가 사라지면 석유시장은 재차 수급 불균형 상태에 처할 수 있다.

◆ 해소 가능성 낮아…양국 수뇌부 의지 중요

임 연구원은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 미·중 정상의 자국 내 입지 등으로 인해 무역분쟁이 조기 해소될 가능성은 다소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미국은 자국 경제가 활황세인 지금이 중국을 길들이는데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규모가 중국이 미국 에서 수입하는 규모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미국은 무역분쟁을 승리할 수밖에 없는 전쟁으로 간주하고 확실한 전리품을 확보하기까지 대 중국 공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미국의 공세에 밀릴 경우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정치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권력기반이 약화될 수 있어 맞불 작전 밖에는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의 무역분쟁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임 연구원은 올 11월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미·중 무역분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나, 공화당이 승리하면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다만 민주당 역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분쟁의 조기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임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다양한 변수들과 얽혀 조기 일괄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라며 “양국 수뇌부의 갈등 해결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김진오 기자 다른기사 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