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을 정책”

[에너지신문]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지난 1일부터 제31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으로서 1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김명현 신임 학회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88년부터 경희대 교수로 재직해온 그는 과학기술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안전위원회 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원자력기술 및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자력계에 있어서는 ‘격변의 시기’인 지금, 김명현 회장은 어떻게 학회를 이끌어 갈까?

▶▶▶ 취임 소감과 공약을 듣고 싶다.

= 주변에서 “어려운 때에 어려운 일을 맡게 됐다”며 격려와 함께 염려를 많이 했다. 사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수석부회장으로 입후보를 했었고, 9월부터 수석부회장으로 김학노 전 회장을 보필하면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같이 겪어 왔었기 때문에 마음의 각오는 오래 전부터 돼 있었다.

학회장의 임무는 학문적 진흥과 원자력계의 단합을 위해 학술활동과 교류에 힘쓰는 것이며, 이는 항상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임기의 ‘특별한 임무’는 정부와 국민들 간 소통을 통해 현재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수정되도록 애쓰는 것과 학문 후속세대인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대안 제시와 함께 장기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 올해 학회의 주요 업무 및 성과와 향후 활동 계획은?

= 이번 31대부터 부회장이 3명에서 5명으로, 이사는 12명에서 20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먼저 신임 이사들과 업무 영역 및 역할을 촘촘하게 나누는 것이 급선무다.

가을부터 기존의 특별위원회인 ‘소통위원회’와 ‘이슈위원회’를 정비하고, 임기 내 단기 목표를 세우려고 한다. 소통위원회는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다가가 원자력을 알리는 활동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 이슈위원회에서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즉각적이면서 정확하게 팩트를 체크하고 보도자료를 내 국민들이 오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또한 ‘미래위원회’를 이슈위원회 산하에 신설, 원자력의 장기 R&D 전략을 여러 기관 구성원들이 같이 구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내년 5월 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춘계 학술대회를 국제 학술대회로 확대 개최하고자 한다. 행사를 기획하고, 동시에 50주년 백서를 출간하는 준비도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 시민·사회단체들은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감안하면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비행기를 타면서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가 어떤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믿지도 않는다. 염려하기 시작하면 먹을 것이 하나도 없고, 안심하고 탈 운송 수단도 없으며, 잠시라도 머리 붙일 곳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안심하고 살고 있다. 확률적으로 그것이 당장 나에게 닥칠 가능성이 너무나 낮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는 통계적으로 어느 인공의 문명 이기보다 안전하다. 시민·사회 단체가 악의적으로 공포 마케팅을 통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를 통해 반 원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 원자력에 의한 사상자나 암 발생자는 현재까지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설계부터가 훨씬 안전하고, 원전 위치의 부지 환경이 월등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를 탈 때, 항공안전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감독할 것을 믿는 것처럼 우리 원자력안전감독 기관을 믿으면 된다.

비용의 경우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까지 이미 계상해 발전단가를 책정한 것이므로 추가 비용은 앞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바뀌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어처구니없이 많아질 이유는 전혀 없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처분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해 왔기 때문에 비용 산정의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 사우디, 영국, 체코 등 원전 해외수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 원자력발전소 수주는 강대국들과의 엄청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원전 건설 이외에 추가적인 이면 계약이 당연히 있게 마련이다. 정부가 이에 얼마나 의지를 가질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유리한 점은 우수한 인력과 UAE의 건설 경험 정도다. 한번 건설하고 나면 최소 60년 동안 후속 프로젝트가 따라오고, 운영지원 및 핵연료 공급이 보장돼야 한다. 도입국에서는 60년 이상 맡길 만한 파트너를 찾을 것이다. 정부가 탈원전을 표면화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조금 유리한 시장이겠지만 탈원전을 한다고 하니 인력 문제와 서비스 지속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셈법을 정부는 아니라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비행기 타면서 절대적 안전 생각하진 않는다”

사용후핵연료, 100년 임시저장으로 안전확보

▶▶▶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합리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은.

= 간단히 구별하면 전량 지하에 영구 처분하는 안과 핵확산 위험성이 없는 안전한 방법으로 분리한 후, 분리된 핵종 중 일부는 원자로에 넣어 소멸처리하고 나머지만 영구처분 하는 안이 있다. 둘 중 어떤 방안이든 기술적인 입증이 안 돼 있고, 영구 지하처분장 부지를 마련하는 것에 사회적 합의와 시간을 요한다.

따라서 당장은 이미 감시·감독 시설이 갖춰진 원자력발전소 부지 한쪽에 임시로 건식저장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100년 정도 임시 저장하는 것에 대한 안전성은 충분히 확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 다만 제도적 정비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 최근 한울 3호기 전원공급장치 고장, 신고리 3호기 자동정지, 한빛 4호기 공극 발견 등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 고장과 사고는 구별돼야 하고, 고장은 늘 예상되는 사건이다. 사고도 발전소 운영기간 중 발생할 수 있다고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운전을 한다. 관건은 고장이나 사고가 나더라도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설계, 시공, 관리 및 비상 대책이 작동되는지의 여부다. 이 안전 보장 부분이 매우 까다로워 인허가 단계부터 각종 검사를 통해 엄격한 관리가 이뤄진다.

최근의 고장이나 공극 발견 이슈는 쓸데없는 의혹 제기의 측면이 강하다. 충분히 안전한데 이럴 수 있다, 저럴 수 있다며 확대 해석하고 있다. 이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정확하게 대처하리라고 본다.

▶▶▶ 원자력 산업계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있다면.

= 취소한 신규원전 부지를 다시 승인하고, 속도를 늦추더라도 지속적으로 신규원전을 지어 나가야 한다. 일정 부분의 전기, 특히 기저 부하를 원자력이 담당케 하는 것은 지구온난화나 미세먼지 저감, 경제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한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다.

원전의 지속 건설 없이는 수출도 어렵다. 원전 추가건설 없이 산업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사례는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 원자력계는 인력감소 및 기술퇴보를 우려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방법이 있을지.

= 미국의 경우 1979년 이후 거의 30년 이상 신규원전 건설 없이 원자력계를 유지해 왔다. 여기에는 드러나지 않는 군사 관련 산업이 건재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 7개 이상의 국립연구소 대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 왔고, NASA에서도 화성 탐사용 원자로 개발 등의 진취적인 연구 개발을 지속해 왔다.

상업용 원전에 대한 건설·시공 분야의 원자력 산업은 사실상 붕괴됐지만, 대부분의 원전을 60년 내지 80년까지 계속 운전 승인을 하면서 운영 능력을 지속해 왔다.

한국과 중국의 원전을 수주하면서 겨우 연명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원전 인력 확보를 위해 제4세대 원전 개발을 정부 주도로 밀고 나가면서 대학의 연구 인력 확보가 충분히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나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

▶▶▶ 그 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사실상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다. 탈원전은 쉽게 시행할 수 있지만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을 잘못된 정책이다. 이는 어렵게 이룩한 기술 국산화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후퇴시키는 과오가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방향은 옳으나, 현실성이 부족한 성급한 목표로 어려움이 많이 예상된다. 신재생 에너지는 이용률이 크게 잡아도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풍력, 태양광의 확대는 석탄 및 가스발전의 확대를 의미한다.

더 늦기 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정책의 공론화 논의와 합의안 도출을 이끌어 내던지, 아니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속도를 현실적으로 늦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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