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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과 신뢰’
2018년 02월 05일 (월) 11:14:14 권준범 기자 jbkwon@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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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최근 제천과 밀양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형화재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였다. 이들 화재사고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를 무색케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20일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폐기물 처리시설에서도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물적 소실도 미미한, 위의 두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불이었지만 그 후유증은 제법 오래 가고 있다. 화재가 아닌 신뢰에 가해진 피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화재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근무자는 화재지점을 오인, 엉뚱한 곳으로 출동해 확인 후 경보기 오작동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복귀 후에도 경보가 계속 울리자 처음 출동한 곳으로 다시 갔다. 결국 두 번이나 화재발생과 무관한 곳으로 출동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만약에 화재가 크게 발생했다면 이같은 행동은 큰 문제가 됐을 것이나 화재 규모가 경미한 상황에서 벌어진 실수였기에 사실대로 보고했다면 가벼운 징계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구원 안전관리본부는 이를 보고에서 아예 누락시키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원자력연구원의 자체 사후조사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고, 안전관리본부장은 직위해재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정확히 1년 전 방폐물 무단폐기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연구원이기에 이번 상황은 더 심각하게 와 닿는다.

만약 연구원이 자체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숨기려 했다면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됐을 테지만, 그나마 조사 결과를 스스로 발표하고 관련 최고책임자 직위해제라는 신속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후폭풍을 최소화시킨 것은 칭찬해주고 싶다.

이번 화재는 다행히 큰 불로 번지지 않았으며 인명피해는 물론 우려했던 방사능 누출도 발생하지 않았다. 원자력연구원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그러나 시스템적 안전 확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관과 기관 소속 직원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신뢰다.

원자력연구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직과 신뢰가 가장 우선이라는 사실을 새삼 재확인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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