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안목으로 협력해야 수소전기차 시장 열릴 듯
‘수소인프라 부족문제 해결’이 수소시대 확대의 관건

▲ 현대차가 운영중인 서울 양재수소충전소.

[에너지신문] 수소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아니며 현재 우리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돼 왔던 가스연료이다. 주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암모니아 제조, 광섬유 제조, 석유정제, 화학원료(비료, 합성수지, 페인트, 세제 등), 전지 제조, 제철, 우주선 및 로켓 연료(액체수소) 등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수소는 1세기 넘게 사용돼 왔으며, 현재도 세계적으로 매년 5000만톤의 산업용 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이 중 천연가스 개질이 48%, 부생수소 30%, 전기분해 18%, 석탄에서 4%가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생수소가 대부분이다. 연간 21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중 유통되는 부생수소는 14%로 약 28톤으로 추정된다.

수소가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차 석유 파동 이후 이며, 21세기 들어 지구환경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청정에너지로 부상했다.

특히 국제 에너지기구(IEA)에서는 수소를 미래 에너지의 전환 및 분산에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인 열, 전기, 액체 및 가스연료의 에너지 변환 및 저장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는 청정에너지인 수소에너지의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환경규제 정책을 확대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 지난해 4월 열린 H2ㆍHCNG 복합충전소 준공식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현대차, 수소전기차 세계최초 양산…세계 각국 양산 대열 줄줄이 합류

지난해 11월 4일 195개국이 모인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파리협정’이 채택되면서 ‘신 기후체제’가 선포됐다. 2000년에서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평균 2.2% 증가했으며, 1958년 온실가스 관측 이래 처음으로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상회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율을 2℃ 이내로 제한할 목적으로 NDS(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제출의 의무화와 동시에, 5년마다 보고서 제출을 통해 평가하게 돼 있다. 이에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 Business As Usual) 대비 37%인 851만톤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수소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같은 해 12월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의무 실행을 위한 수소에너지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에 대한 자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술선점과 주도권을 쥐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닛케이BP클린테크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수소에너지 관련 산업은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으로 2015년 70조 4000억에서 2050년 173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소에너지는 연료전지(가정용, 건물용, 발전용), 건설장비(지게차), 항공(무인항공기), 조선(선박, 잠수함), 자동차(승용차, 트럭, 버스) 등 거의 모든 산업에 대해 기술개발 및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2030년 전·후 상업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및 도쿄 전력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2014년 ‘제4차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의 안정공급, 경제효율성의 향상, 친환경, 안전성과 국제화 추진, 세계시장 개척과 경제성장을 위해 수소에너지 도입을 국가적 차원에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일본은 수소전기차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 산업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고 분석하고 있고, 국제 표준화를 포함한 적극적인 해외 전개를 주도하여 수소전기차의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수소공급 이용기술연구조합(HySUT, Research Association of Hydrogen Supply Utilization Technology)은 수소공급 인프라의 구축과 비즈니스 환경의 정비를 목적으로 2009년 7월 설립된 법인이다. 조합은 수소공급에 의한 저탄소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에너지 관련 기업 13개사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자동차 회사도 참여해 23개의 조합원사로 구성돼 있다.

조합은 현재 △수소전기차 및 수소공급 인프라의 일본 내 규제 적정화 작업을 비롯해 △국제기준 조화 △국제 기준화에 대한 연구개발 △연료전지자동차 및 수소스테이션용 저비용 기기 시스템 등에 관한 연구개발 △수소스테이션 안전기반 정비에 대한 연구개발 등을 수행중이다.

이외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구축 및 기술개발을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며, 특히 사회적, 경제적 파급력이 큰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수소전기차 양산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 국은 수송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기가스 규제, 온실가스 규제, 연비규제, ZEV(Zero Emission Vehicle) 의무판매 및 LEZ(Low Emission Zone) 규제를 도입했다. 유럽의 경우 2025년 CO2의 배출량이 75g/km 이하로 규제가 강화되면, 현재의 연소엔진 기술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휘발유와 경유로 운행되는 자동차의 유럽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생존전략으로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를 극복하기 위 Zero Emission 자동차인 전기자동차 및 수소전기차의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 및 전·후방 산업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Zero Emission 자동차 중 수소전기차는 현재의 연소엔진 차량과 비교해 연료충전 시간(3분) 및 주행거리(500km 이상)가 동등 수준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소전기차는 앞으로 국민의 수소에너지에 대한 이해도 향상, 인프라 구축 및 기술개발 속도에 따라 보급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세계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2030년 이후 생존을 목적으로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연료전지’와 자동차산업의 신 융합기술이며, 기술선점 효과가 크기 때문에 특허 및 독자기술 확보가 향후 자동차 제조사의 생존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전기차는 우리나라의 현대차가 2013년 2월 첫 양산을 시작했으며, 일본의 도요다가 2014년 12월, 혼다가 2016년 3월 양산에 돌입했다. 유럽의 메르세데스 다임러-벤츠가 올해 양산차를 발표할 예정이며, 아우디, BMW, 렉서스, 닛산은 2020년 양산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도요다와 BMW는 협력관계를 맺고 관련 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며, GM과 혼다는 수소전기차의 핵심 구동장치인 ‘연료전지’ 기술개발 협력을 발표했다.

수소버스는 유럽을 중심으로 2001년부터 OEM사가 제작한 버스를 운행하면서 지속적인 실증연구를 하고 있으며, 일본은 2016년 수소버스 양산(도요다)을 시작했다. 중국은 캐나다 발라드사와 궈흥수소에너지사가 합작해 벤처사를 설립하고, 올해 7월 연간 5000대 규모의 수소버스 생산라인을 완공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노력과는 별도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자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과 인프라 확충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부터 국가 차원에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약 91기의 수소충전소 운영, 1200대 이상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했다.

미국은 AB8 법안을 가결시켜 수소충전소와 수소전기차 정책을 상용보급단계로 전환해 약 33기의 수소충전소 및 1600여대의 수소전기차 보급을 완료했다. 유럽은 2020년 수소전기차 50만대 보급을 위해 친환경 차량에 대하여 보조금을 지원(약 5000유로)하고 있다. 특히 뒤늦게 뛰어든 중국은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친환경 차량에 대해 약 1000억 위안(17조원)을 투자하고 있어 주목된다.

▲ 각국의 수소전기차 및 충전소 보급 계획

■수소전기차 양산에도 보급은 지지부진…수소인프라 확대 시급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했으나, 수소전기차 보급은 국외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인프라인 ‘수소충전소’의 부재이다.

현재 국내는 약 11기의 수소충전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현재 충전 가능한 충전소는 6개소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가 약 91기,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는 51기, 독일은 약 42기의 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특히 독일에서는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와 관계없이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선 확보하고, 이후 수소전기차를 보급하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2017년 신규로 건설되는 수소충전소는 13기이며, 기존의 10기와 합쳐 총 23기가 운영될 예정이다. 이처럼 수소전기차의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의 인프라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이에 정부는 2020년까지 도심권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 100기(환경부), 2025년 고속도로와 국도의 휴게소에 수소충전소 200기(국토부)를 별도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소전기차의 보급과 기술개발은 국가차원에서 신기술 선점 및 국내산업 육성이라는 방향과 전 세계에서 요구하는 신 기후체제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수소전기차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는 수소충전소 기술개발, 수소생산기술 다변화, 수소가격 합리화, 수소전기차 가격 저감 등 아직 극복해야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정부는 수소전기차가 아직 도입 초기이며, 미래의 시장을 열기위해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경쟁국보다 먼저 기술을 선점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지속적인 기술개발, 인프라 확충 및 실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련업계 및 학계도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협력해야만 보다 빠른 시기에 수소전기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 않은 미래, 단거리는 전기차(EV)가 장거리는 수소전기차(FCV)가 시장에 적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최근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자율주행기술과 접목, 융합해 우리 미래의 주요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소시대를 대비하는 중심에는 올해 초 구성된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있다.

현재 추진단은 우리나라의 수소에너지 전략을 지원하기 현재 11개의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해 각각의 분야별 현황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보다 체계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에 대한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내 각 분야에 대한 기술 로드맵(Road-Map)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소 관련 기술개발을 기반으로 국제표준 및 기준개발 지원, 수소에너지의 대국민 홍보는 물론 각국 수소관련 단체와도 유대관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관계자는 “정부에는 장기적인 정책제언 및 사업기획을, 민간에는 관련업계와 학계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인 수소에너지의 조기 확산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장

수소시대 여는 가교역할 하겠다

아직은 시작단계, 정부지원·민간협력 중요

수소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돌입한 우리나라는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와 규제완화가 동시에 접목된다면 세계시장을 충분히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이 지난 2월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초대 추진단장으로 선임된 신재행 단장을 만나 추진단 출범의 의미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의 초대 단장으로 선임됐다. 소감은.

= 매우 중요하고 급박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파리 신기후체제의 발효와 신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이 예고되고 있는 시기에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출범의 의미는 남다르다. 수소 및 연료전지 산업의 발달과 수소전기자동차 및 수소 인프라 확대를 위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국내 수소산업의 여건은 어떤가.

= 우리나라는 석유화학단지· 제철소 등에서 대량의 부생수소가 생산되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등 수소에너지 활용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라고 본다. 민간에서 관련산업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나가기는 매우 힘든 시기다. 무엇보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친환경 저탄소 사회를 위한 수소시대로의 전환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가 크고, 우리가 기술적인 면에서 앞서 가는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추진단 출범 100일여가 지났다. 그 동안 어떤 활동들이 있었나.

= 추진단은 수소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수소차 보급 확대 및 수소에너지 확산계획 등을 담은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현재 11개 분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가동 중이다.

워킹그룹 중 △시장분석 △수소충전소 안전관리 기준 △수소전기차 안전 및 운영기준 △수소산업 활성화 정책 마련을 위한 4개 그룹은 정책기획지원실 산하에 두고, △수소 유통구조 분석 및 가격 설정 △안정적 수소공급방안 마련 △보급 지원정책 수립을 위한 3개 그룹은 기반구축지원실 소속으로 편재돼 있다. 또 기술개발지원실에서는 △수소 기술개발 지원 △수소충전소 기술개발 지원 △수소전치차 기술개발지원 등 3개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외협력실 산하에 △자자체 협의회 그룹을 두고 협력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이 11개 워킹그룹이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한 큰 로드맵을 만들고, 이와 별도로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과제는 별도의 실무작업을 통해 실현시켜 나가는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단이 운영될 예정이다.

▲수소인프라 구축이 관건이다. 어떤 계획인가.

= 수소차량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소 구축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추진단은 수소충전소 구축 및 운영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설립과 우리 실정에 가장 적합한 충전모델을 만들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과 투자문제, 정부의 지원 등을 포함한 정책방향 제시 등을 통해 수소 충전인프라 보급의 방향을 잡아나갈 방침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 수소산업의 육성은 에너지플랜트·정밀기계·신소재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추진단은 앞으로 민관의 역할분담을 명시한 수소사회 실현 로드맵을 명확히 수립하고, 수소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및 제도 구축 지원, 수소 충전인프라 확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적극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수소시대의 진입을 위해서는 업계 종사자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협력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 추진단은 민관, 사업자간 가교역할을 하며 수소산업의 글로벌화를 주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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