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한국가스공사 수석연구원

[에너지신문] 그동안 비교적 손쉽게 자원 확보가 가능했던 육상의 화석연료가 점차 고갈됨에 따라 관심이 높지 않았던 극한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극한지는 2년 이상 지중의 온도가 영하를 유지하는 영구 동토지역을 말하는데, 북반구 육지의 약 23.9%를 영구동토가 차지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원유 및 가스 자원의 약 22%가 영구동토 조건을 갖는 극한지에 매장돼 있다.

고유가 및 탐사·시추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극한지 자원에 대한 상업적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제4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을 통해 탐사가 유망한 북극해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밝힌 바 있고, 2013년 국제조직인 북극위원회의 영구 옵서버 자격을 얻어 북극개발에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해외 소수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미래 극한지 자원개발 시장에 국내기업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환경과 상이한 극한지에 적용되는 자원개발 플랜트 기술에 대한 국내 독자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진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극한지 에너지자원 개발에는 자원 채굴, 정제플랜트 건설 및 에너지 수송에 필요한 수송망 건설이 핵심요소이다. 극한지 자원 개발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장거리 수송 인프라의 안정성 향상과 건설비용의 최소화가 필요하다. 극한지 자원개발 시 수송 인프라 구축은 초기 사업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다. 예를 들면, 북미 알래스카 지역의 최대 원유 매장지인 Prudhoe Bay 유전은 Trans-Alaska Oil Pipeline System(1974~1977, 80억 달러, 총 2737km) 건설과 함께 개발됐는데, 이 송유관으로 인해 Alaska North Slope 지역 내 다른 중소규모 유전들의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극한지 영구동토는 겨울에는 얼었다가 여름에는 녹는 지반층인 활동층(active layer)이 있다. 그 하부에는 다년간 녹지 않는 영구동토층이 존재한다. 극한지 지반온도의 변화로 지반의 동상융기(frost heaving)와 융해침하(thawing settlement)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기초기반의 지지력 변화와 부등침하와 같은 지반의 거동변화가 발생한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이 2012년 발표한 러시아와 동아시아를 연결하는 가스배관 계획도를 보면, 상당수 가스배관이 극한지 장거리 배관에 해당된다. 또한 이들 배관의 설계에서 필수 고려사항으로 극한 기후영향 평가, 버클링 안전성 확보, 지반침하 및 융기영향 분석, 지진 활동성 평가, 슬로프 안정성 영향 파악, 지반수 영향 최소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극한지 배관은 토양특성과 외부환경을 고려해 자원이송망 설계방안이 적용되고, 제한된 공사기간 및 접근성을 고려한 수준 높은 자원이송망 설계 및 시공기술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 분야 전문기술인력이 극히 부족한 상태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국책과제로서 ‘극한지 자원이송망 설계시공 및 유지관리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제는 자원이송망 건설 엔지니어링 체인(설계·시공·유지관리)을 구축하는 긴밀한 산학연 연구단 체계를 구성하고, 자원이송망 성능유지를 위한 유지관리 시스템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극한지 플랜트 건설기술 선도 및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체계를 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기반을 확립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에게 해외 극한지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극한지 자원개발 관련 국내 기술력을 확보해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국가 경쟁이 치열한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 참여 시 비용절감을 통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수송인프라 구조물의 안전성과 건설 및 유지관리비용의 최소화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극한지 파이프라인 시스템 설계 및 핵심운영설비 개발을 통해 국제 자원개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극한지 건설기술 시장 개척을 위한 기술 노하우 등을 축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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