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대비로 재난에 강한 나라 ‘일본’

[에너지신문]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지진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지진발생을 대비한 대책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다.

지진 역시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에너지신문은 관련 업계와 함께, 1995년 한신 대지진을 직접 경험한 일본 오사카가스의 현황과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일본 산업시찰에 나섰다. 시찰단은 오사카가스 본사를 비롯해 오사카가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간이 도시가스사인 카와치 나가노가스(주), 대지진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사람과미래방재센터, 가스를 이용한 다양한 기구와 기기를 전시한 오사카가스 허그뮤지엄 등을 3박 4일의 일정으로 둘러봤다.

일정 중 오사카가스 본사 SEIJI HARI 제너럴 매니저의 도움으로 인수기지 중 하나인 센보쿠(Senboku) LNG기지 내부까지 견학하는 기회를 얻었다. 오사카가스의 LNG 인수기지 내부를 둘러보며 지진에 대비한 내진시설 현황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재시스템, 쓰나미 등을 대비한 경보시설 및 안전시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때마침 기지에 도착한 LNG 선박의 하역 작업까지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또 오사카가스 연구개발센터와 도관기술센터, 인재개발센터 등을 잇따라 방문해 지진에 대비한 오사카가스 공급시설의 대비 상태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한 차례 산업시찰만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궁금증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여건과 문화, 경험을 가진 일본인들의 지진에 대비한 정책과 대응태세, 인식을 느끼고,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

 

한신 대지진, 가스시설 피해는 저압시설에 집중

PE배관 사용 확대·마이콤미터 100% 보급 완료

 

▲ 일본 오사카가스 센보쿠 기지의 LNG 저장탱크

24일 오전 7시. 이른 아침에도 불구, 대구를 비롯해 구미 등 전국에서 모인 산업시찰단 20여명은 기대와 설렘으로 김포공항 2층 출국장에 모였다. 이번 산업시찰단은 본지를 비롯해 도시가스협회와 6개 도시가스사, 한국PE관협동조합을 주축으로 한 PE배관사와 밸브 및 이음관 제조사, LPG배관망 사업단, 시공업체 등이 참여해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도시가스분야가 도입과 소매부분으로 구분돼 있는 우리와 달리, 오사카가스는 LNG의 수입에서부터 일반수요가의 공급까지 총괄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른 공급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LNG뿐만 아니라 LPG 생산 및 공급까지도 책임지고 있다.

“올해 4월 가스분야에서도 경쟁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오사카가스 본사를 방문하는 동안 ATSUSHI SEGAWA 매니저는 최근 일본은 전기분야의 경쟁도입에 이어 올해 4월부터는 가스분야 역시 경쟁도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가스사업분야에 진출을 희망하는 보다 많은 회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며 오사카가스 역시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25일 오사카가스 본사를 방문해 기본적인 브리핑과 오사카가스 중앙통제실 등을 둘러본 산업시찰단 일행이 본사앞 가스등 앞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갖고 있는 모습.

오사카가스는 어떤 회사인가?

 

오사카가스의 역사는 한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1897년 설립된 오사카가스는 1905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돼 간사이 지역 중부인 오사카 지역 및 교토와 고베지역 등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약 714만 가구에 가스를 공급 중이다. 오사카가스의 파이프라인 총 연장은 6만 800km에 달하며, 일본 전역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 24%를 공급하고 있다.

오사카가스는 가스공급 인프라 망을 중심으로 현재 멀티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했다. 천연가스분야 뿐만 아니라 LPG, 전기와 기타 에너지 관련 제품과 서비스 분야로까지 사업을 영역을 확장하며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료, 부동산과 IT 등 non-energy 사업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 한신대지진을 잊지않기 위해 당시 지진으로 인해 붕괴된 해변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고베 메모리얼 공원


 

▲ 한신대지진의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미래방재센터. 산업시찰단 일행이 내진시설과 면진시설에 대한 차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한신·아와지(고베)대지진

 

일명 고베지진으로 불리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46분 효고현 남부 아와지 섬 북부의 깊이 16km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진의 규모는 진도 7.3으로 한신지역 및 아와지섬 북부에서 진도 7, 고베·스모토에서 진도 6, 토요오카·히코네·교토지역에서 진도 5의 지진이 관측되는 등 효고현을 중심으로 넓은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 지진은 당시 일본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됐으며 사망자는 6300여명에 달했고, 140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인한 오사카가스의 주요공급시설에 대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는 게 오사카가스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저압가스관과 사용시설에서의 가스관 및 가스기기 이음부를 중심으로 균열이나 가스관 파손 등이 다수 발생하며 피해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오사카가스 본사 관계자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에서는 고압배관의 피해는 없었고, 중압배관의 피해 역시 경미했다”며 “현행 기준으로 건설된 배관들의 설비 내진성이 당시 지진을 통해 실증됐다”고 말했다. 또 “저압배관의 경우, 지진에 의한 도로의 균열이나 단차가 발생한 곳, 지반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오래된 나사 이음새 등에서 가스누출 피해가 발생했지만 내진성이 있는 기계식 이음부는 피해가 경미했고, 폴리에틸렌관의 피해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현재 오사카가스의 저압관은 93%이상 PE배관을 사용 중이었고, PE배관의 연결부는 대부분 전자식 소켓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각 사용시설에서는 지중부 및 건물 관통부의 나사 이음새를 중심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건물내 배관의 경우는 건물 자체가 내진성이 있는 경우 흔들림으로 인한 이음새 풀림 피해가 발생했지만, PE배관이나 용접강관, 플렉시블관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스기기 역시, 고정되지 않은 기기들 일부에서 가스누출이나 폭발 등의 피해가 있었지만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다는 것이 오사카가스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 오사카가스 본사 방문을 마치고, 연구개발원을 방문한 산업시찰단 일행이 연구원으로부터 마이콤미터와 내진에 강한 사용시설용 프렉시블 호스와 시공방법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용시설의 마이콤미터와 연결된 프렉시블 호스를 전용기구로 절삭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 내진기능과 자기학습기능이 내장된 일본의 마미콤미터. 오사카가스는 한신대지진을 겪은후 가스사용시설에 마이콤미터 보급을 확대했고, 현재는 전체 사용시설의 99%, 일반사용자의 경우 100% 마이콤미터를 설치해 사용시설의 안전을 담보하고 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방재대책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사카가스가 추구하고 있는 지진 방재 대책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내진성이 높은 제조 공급설비를 도입하고, 저압가스관의 경우는 지진에 강한 PE배관을 적극 사용토록 하며, 각 사용세대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마이콤미터의 보급을 촉진하는 방향이었다.

이 결과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오사카가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PE배관의 총 연장은 1200km에 불과했지만 2015년 말에는 12배가 넘는 1만 4900km로 증가했다.

지진피해를 대비한 가스배관의 내진화율도 기존 68%에서 85%까지 증가했고, 마이콤미터의 보급률은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75%에서 현재는 99%까지 증가했다. 특히 일반 가정용 마이콤미터는 100% 보급이 완료됐다.

지진에 대비한 긴급대책도 대폭 업그레이드 됐다. 2차 재해방지를 목적으로 자체 무선 통신탑을 건설하는 등 재난발생시 신속한 공급정지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오사카가스에서 눈에 띄는 점이었다.

오사카가스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계기로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지진계 및 정압기 감시시스템을 도입했고, 배관망 블록화와 함께 정압기에 차단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통신사의 유·무선망도 이용하고 있지만 오사카가스 자체적으로 자영무선 네크워크를 갖췄다. 중앙지령 서브센터(비상시 역할)를 건설해 재난발생시에 대비한 신속한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한진·아와지 대지진 당시 34개에 불과했던 오사카가스 공급권역내 지진계는 258개로 늘었고, 55블록이던 가스배관의 블록화는 159개소로 세분화됐다. 감진자동차단장치가 설치된 정압기도 현재 2994개소에 달하며, 정압기 2996개소에는 원격차단장치가 설치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 25일 오전 오사카가스 본사를 방문한 산업시찰단 일행이 오사카가스 본사 직원들에게 오사카가스의 운영현황과 내진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있다.

 

▲ 가스사용량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된 일본의 마이콤미터.


오사카가스 내진대책은 ‘진행형’

 

대지진을 경험한 오사카가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대규모 지진을 대비하고 있었다. 특히 재난에 강한 공급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어떤 재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보다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우선적으로 오사카가스의 공급권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즉각 각 가정에 있는 마이콤미터가 작동하게 된다. 진도 5 상당의 흔들림을 감지한 경우, 각 사용시설의 마이콤미터는 지진을 감지해 자동적으로 가스공급을 차단한다. 중압 B형 정압기에 설치된 SI센서에서도 일정 이상의 흔들림을 감지한 경우 가스공급을 중단함으로써 각 사용시설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지진발생 10분 후에는 오사카가스의 공급지역 내 258개소에 설치된 지진계를 통해 지진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완료된다. 오사카가스는 이들 지진계의 계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관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블록별로 구분해 1차적으로 가스공급을 차단한다. 지진발생 한 시간 뒤에는 정압기의 차단정보, 배관의 피해정보와 그 외 시가지 피해상황 등의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공급중단이 필요한 블록을 판단해 2차적으로 가스공급을 중단한다.

동시에 지진계 계측 데이터에 의해 각 블록 마다의 피해예상 시뮬레이션이 출력돼 지진으로 인한 가스시설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

“올해는 한신·아와지 대지진 22주년입니다.”

사실 오사카가스의 내진대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오사카가스 ATSUSHI SEGAWA 매니저는 “현재 오사카가스 공급지역에는 언제일지 모를 난카이 트로프 지진으로 인한 해일 등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며 “동 일본 대지진을 통해 확인한 피해 실적 등을 근거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해일에 의한 2차적인 재해방지와 조기 복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사카가스가 공급지역에서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지진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사카가스는 제조사의 해일 대책으로 침수 우려가 있는 중요 건물(전기 계장·제어 시스템 등 중요기능을 담당하는 건물)의 수밀화 대책과 함께 설비 높임 대책을 진행하고 있었다. 동시에 2015년 12월 연안 방재 블록을 구축함으로써 난카이 트로프 지진에 의해 발생할 해일과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가스공급 중단 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재난발생 시 즉각적으로 원격 조정을 통해 가스공급을 중단함으로써 2차 재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산업시찰 첫날인 24일 센보쿠기지내 가스과학관을 방문한 산업시찰단이 간단한 브리핑을 받은 후 LNG 인수기지를 견학하기 위해 기지내 견학 차량을 탑승하고 있다.

 

 

▲ 센보쿠 과학관 관장이 산업시찰단을 대상으로 오사카가스 센보쿠 기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사카가스 센보쿠기지 과학관 관장이 지진에 강한 PE배관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사카가스 허그뮤지엄에 전시된 다양한 가스기구들을 둘러보고 있는 에너지신문 산업시찰단의 모습.

 

 

▲ 오사카가스 허그뮤지엄 견학을 마친후 시찰단 일행이 함께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 오사카가스는 앞으로 다가올 대형지진을 비롯한 재난상황을 대비해 신속한 가스시설 복구를 위한 충분한 가스기자재를 비축하고 있었다. 사진은 오사카가스 도관기술센터 내 기자재 창고의 모습.

 

 

▲ 26일 오사카가스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아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카와치 나가노가스(주)를 방문한 산업시찰단이 회사의 역할과 재난상황에 대한 대비태세 등에 대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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