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協, 전량→물량 구매계약 전환 지원사업 개시
전담변호사에 업무 위임…불공정 거래관행개선 박차
[에너지신문]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간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관행으로 지적되어 온 전량구매계약 관행에 대해 주유소업계가 칼을 빼들었다.
(사)한국주유소협회(회장 김문식)는 14일 중앙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유사와의 부당한 전량구매계약에 묶인 주유소들을 대상으로 계약 전환을 위한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시로 개별 주유소의 계약 전환 신청을 접수, 전담 변호사가 위임받아 법적 문제가 없도록 검토한 후 변호사가 직접 정유사와 계약 전환을 진행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전량구매계약이란 주유소가 판매하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전량을 특정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도록 의무화한 계약을 말한다. 이와 달리 물량구매계약은 일정약정물량은 반드시 계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타사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폴사인 주유소들은 해당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있으며, 주유소는 이 계약으로 인해 싼 타사 제품이 시장에 나와도 구매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전량구매계약에 대해 주유소에 지나치게 불리한 불공정 계약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정유사와 주유소간 수직계열화를 고착화시켜 주유소 경영난 악화 및 시장 왜곡, 고유가 형성 등의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만큼 수요자 중심의 거래관행 개선, 혼합판매 활성화 등 정부 차원의 개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실제 주유소협회가 지난 2012년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5984개 주유소 중 97.7%에 해당하는 5845개 주유소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74.4%인 4,351개 주유소가 혼합판매를 희망한다고 답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12년 9월 '석유제품 복수상표 자율판매(혼합판매)' 제도 시행을 발표, 2013년 7월부터 혼한판매지원센터를 운영했으나 73건 신청에 단 2개소만 계약을 전환한데 그쳤다.
반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음성적 혼합판매는 지난 2012년 17%에서 2014년 31.8%로 더욱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필 주유소협회 이사는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한 주유소에서 현물시장 등을 통해 거래되는 타사 제품이 계열 정유사의 공급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계약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성적인 혼합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혼합판매 가능 비율이 20% 낮아 유인효과가 없었고, 협상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정유사는 계약 전환을 신청한 주유소에 강압과 회유에 나서면서 혼합판매 활성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협회가 기존 물량구매계약으로의 전환 신청을 접수해 변호사가 위임 수행하는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시로 받아 희망 주유소들의 접수를 받고, 주유소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계약서상 법적 문제 검토 및 협상력 제고를 위해 전담 변호사에 계약전환을 위임할 계획이다.
계약 전환 완료 후 정유사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보호 등 사후관리 감독 및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역할은 물론, 물량구매계약 전환 주유소들이 저렴한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구매지원도 병행해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현재 정유사와 물량구매계약을 체결해 주유소 운영을 하고 있는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권역별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계약전환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그동안 많은 주유소들이 전량구매계약으로 인해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계열 정유사 제품을 구매해야만 했다”며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 사업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간 고착화된 수직계열화 구조를 탈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유소협회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주유소협회 회장단 8명으로부터 물량구매계약 전환 신청을 받은 바 있으며, 이날 기자회견 개최와 동시에 전담 변호사에게 위임하여 해당 정유사와 계약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