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오일허브, 에너지 안보와 직결

-외교, 국가와 산업의 ‘가교’…동북아 역내 관계 강화 역점-
-해외자원개발, 장기적 접근 필요…원전·신재생 수출 지원-


[에너지신문] 자원개발산업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수록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자원부국들이 자신들의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은 물론,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국가간 에너지정책 협력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외교정책 수립·시행 및 총괄·조정을 담당하는 외교부의 역할도 재조명되고 있다. 보다 공익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관계를 구축, 최신정보를 제공해 주는 한편 우리기업과 해당국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우리 산업 발전의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성호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을 만나 에너지·자원 외교활동의 성과와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세계가스총회(WGC)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세계가스연맹(IGU) 연차총회에서 한국은 러시아, 중국, 노르웨이와 함께 2021년 세계 가스총회 개최를 놓고 경합을 벌인 결과 최종 유치국으로 선정됐다.

외교부에서는 가스컨퍼런스라는 국제적 행사를 유치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위상 향상은 물론 행사 유치로 인해 유발되는 경제적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외교의 일환으로 공익적 측면에서 접근했다고 보면 된다.

외교부는 직접적인 산업효과, 예를 들어 동북아 가격 프리미엄 해소 등의 목적보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환경 조성에 집중했다. 우리 플레이어가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개선하고 보호하는데 주력했다.

WGC 유치 역시 그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IGU 회원국인 83개국의 공관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유치 과정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당사자는 해당국의 정부가 아니라 협회 회원들이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의 특성상 정부정책의 영향이 적지 않다.

때문에 외교부 주재원들이 정부 인사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고, 국내 상황에 대해 안내했다. 산업당사자가 아니었기에 해당국가나 관련 기업에게 신뢰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었다. 우리로써도 주재원의 외교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신뢰성을 바탕에 두고, 현지에서 접촉하다 보니 각국의 최신정보나 고급정보가 즉시 공유됐다. 이는 유치의 타당성을 알리기 위한 각국의 프레젠테이션 및 전략 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는 인상인데.

마찬가지로 산업적 성공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보다 사업이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는 현재 석유·가스는 물론 신재생과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에서 심포지움 등 여러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이런 행사는 우리 기업들이나 관련 공기업들이 새로운 정보와 시장동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B2B 형태로 업계와 업계 간, 업계와 정부 간 면담기회도 제공해 주고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데도 기여하고 있다.

다만 이는 매우 가시적이고 일시적인 성과다.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활동을 지향하는 외교부의 특성상 이런 일회성 행사를 확장해 외교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동북아오일허브는 정권의 외교 방향과 맞닿아 있어 의미가 크다.

현 정부는 동북아 국가들이 원자력 안전과 재난구조 등 연성 이슈 협력을 통해 역내 평화구도 정착을 추진하자는 취지의 다자간 대화프로세스 구상을 구체화한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 등 동북아 역내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 러시아, 몽골, 북한 등 역내 이해당사국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동북아 지역은 역내 경제적 상호의존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 분야 협력은 미약하다. 지역 단위 다자협력체가 부재해 역내 갈등요인 및 새로운 공동 위협요인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어렵고, 이는 역내 발전의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최근 미·중간 경쟁구도, 중·일 관계 악화, 한·일 관계 경색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러 대립 심화 등 역사·영토 문제 등을 둘러싼 역내 국가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등 동북아의 전략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동북아 협력체 구축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 안전, 에너지 안보, 환경·기후변화, 마약, 재난구호 분야 등 의제별 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의 경우 이 중 에너지안보 협력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정과제로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 중이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 석유 소비량의 19%를 차지하는 주요 석유 소비 시장이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는 각각 세계 2위,3위,9위의 석유소비국이며, 기타 역내 국가들도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따라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석유 확보는 중요한 이슈다.

오일 허브의 성공적 구축은 중동 산 원유는 물론 북미 셰일가스, 러시아 원유 등 새로운 석유 공급원들이 시장에 진입, 거래되면 수요자 중심의 시장재편을 통해 동북아 국가의 원유 수급 안정을 야기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도 해소될 전망이다.

이같은 오일협력은 역내 국가들 간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추진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는 이를 위해 보다 거시적 시각에서 협력을 하고, 이를 시스템화 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 최근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비판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자원‘외교’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움이 있다. 외교는 조력자의 역할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상업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외교부가 직접적 관여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이유다. 정부적 판단을 반영하고, 보다 안정적 사업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이다. 일부 신중치 못했던 사업과 뭉뚱그려 표현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다소 안타까움이 있다. 얼마전 청문회에서 정부측 인사들이 거듭 언급한 것처럼 해외자원개발은 장기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2~3년의 단기적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인 해외자원개발은 장기간의 투자회수가 요구된다는 특성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 향후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어떤 방향으로 활동하실 계획인지.

에너지·자원 분야의 외교 활동은 원칙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국제 협력 강화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원활한 에너지 수급을 통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급변하고 있는 국제 정세속에 면밀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관련 활동의 방향성은 동북아와 맞닿아 있다.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발맞춰 역내 국가 협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며 현재보다 구체적 전략을 마련해 행동할 예정이다.

일회성 이벤트를 지양하고 일관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산업활동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협력들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에너지 안보 확보에 보다 유효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