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할당관세 2% 부과…공급사 연 1천억 추가부담
서민 부담 증가 불가피…대통령 공공요금 인하 주문 엇박자

[에너지신문] 정부가 유가하락을 이유로 내년부터 서민연료인 LPG에 2%의 할당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글로벌경기악화와 저유가 기조에 따른 마진 축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공급사들은 연 1000억원이 넘는 추가부담금을 소비자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특히 LPG가 농어촌이나 저소득층의 주 연료임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저유가 혜택을 정부가 가로채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공공요금 인하를 주문한 것과 상반된 행보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18일 차관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LPG와 납사용 원유에 대해 2%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내년도 할당관세 운용방안을 처리했다.

LPG는 장애인 차량 연료나 농어촌, 도서지역 등의 난방 연료로 주로 사용된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서민생활 안정 차원에서 지난 2011년 6월부터 무관세를 적용받았다.

이번 관세 부활은 저유가와 세수부족에서 기인한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내년 물가 상승 요인이 억제된 상황인만큼 관세부활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과 정부의 세수 확대 의지가 결합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국제 LPG가격은 유가하락과 맞물려 지난 해 12월 톤당 1200달러 수준까지 올랐지만, 이달에는 57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판단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LPG업계는 수입 관세 2% 적용시 SK가스와 E1 등 양 수입사만 한 해 700억원의 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유사 공급량까지 고려하면 업계의 추가부담금은 연 11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경기침체와 국제가격 급락에 따른 재고손실 및 마진 악화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공급사들은 이를 소화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결국 소비자가에 전가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계는 관세 2% 부과시 소비자가격에 kg 당 15~20원 가량의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LPG사용계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정부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곳간을 채우는 형국이다.

LPG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도시가스 보급 및 연비 향상 등으로 수요급감에 시달리는 LPG업계에 수입 관세까지 더해지면 취약점인 가격경쟁력이 더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정유사의 납사용 원유에 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석화용 수요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석유화학사들은 LPG가격이 떨어지면 나프타 대용으로 LPG를 사용한다. 특히 수요가 줄어드는 하절기, 석화용 소비가 늘면서 가정상업용 또는 수송용 수요 감소를 일부 상쇄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관세가 차등부과되면 대체제 역할을 상실, 석화용 소비 감소가 불가피 하다.

LPG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원가 부담이 줄었으니 LPG업계에게 관세를 내라고 한 것 같다”며 “하지만 꾸준한 수요감소로 위축된 LPG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소비자 부담까지 증가할 수밖에 없어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휘발유가 등에 적시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의 경우 유가 절감분을 요금에 즉각 반영해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유가하락을 우리 경제의 호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 수혜업종에서 제조업 혁신 3.0과 연계해 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