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훈 (사)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 사무국장

[에너지신문]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이다.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라 여겨지던 전력산업에 개방적인 정보통신 산업이 융합되면서 단순히 전력과 정보통신의 융합을 넘어 자동차, 건설, 화학 등 산업전반 분야와 시너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에너지 분야 대표 창조산업으로 일컬어질 만큼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산업간 융·복합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경제적 가치가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가 우리의 기대와 전망처럼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그리드가 가지는 특징인 ‘융·복합’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그리드 산업에서의 ‘융·복합’은 물리적 혼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 보통 물리적 혼합은 안정적 상태가 되었을 때 사실상 분리되어 각각 돌아가게 되지만, 화학적 결합은 물질의 속성을 변화시키며 물질의 장점만을 살리기도 하고 특정물질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융·복합 산업으로 스마트그리드는 본격 추진된 지 5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다양한 이종산업이 융·복합적으로 연결된 만큼 다양한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를 조율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으며, 최근에는 각 분야별 입장과 기술을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K-MEG사업,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스마트그리드 보급사업은 물론 현재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확산사업을 위한 각종 컨소시엄이 구성되며, 서로가 Win-Win하면서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사업방향을 구상하는 기회가 형성돼 각 분야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이제 실증을 막 마치고 상용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각 산업분야에서 자신의 입장과 강점만을 가지고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보고 있는 경향이 남아있다.

화학적 융·복합을 통해 장점들을 살린 성공적인 스마트그리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그리드의 미래와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그 안에서 각 산업분야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개별적으로 돌아가는 물리적 융·복합으로는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있다.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산업으로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각 산업계와 기술들이 원활히 융합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울돌목의 빠른 해류, 천자포를 만들었던 기술력, 불과 10여대의 군함으로 맞설 수 있었던 조선병사들의 기개는 명량해전 대승의 요소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을 특정 공간과 시점에서 융합시켜 승리의 요소로 만들어낸 이순신 장군이었다.

지금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은 단일 전력망, 높은 ICT기술력과 함께 미래 산업에 대한 열망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관련 산업계가 함께 하는 융합의 장을 만들어 창조경제로서 스마트그리드 산업계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여주었으면 한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통해 전력망과 정보통신이 결합된 망이 나타냈을 때 IoT,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과 함께 어떤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어떤 신산업을 만들어갈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미래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미래를 확신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때다.

앞으로 스마트그리드를 둘러싼 다양한 사업자들의 장점을 살린 바람직한 화학적 융·복합이 일어나 스마트그리드 선도국 명성에 걸맞게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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