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이 일단락 됐다고 5일 발표했다.

굳이 정부의 발표를 듣지 않더라도 아침, 저녁 서늘해진 날씨에 출퇴근길 시민들의 표정만 봐도 ‘전력수급 비상’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 정도다.

발표에서 정부는 무더운 여름을 감내해 주신 국민들과 산업계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찌는 듯한 폭염에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008만kW까지 치솟았으며, 본격적인 전력수급 대책이 실시되기 전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200만kW까지 떨어지는 등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수준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감사 인사가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대다수 국민의 심정일 것 같다.

정부의 지나친 절전규제 탓에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형건물의 실내온도는 30도가 넘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사무실 소등으로 인해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웅크린 채 근무한 직원들의 수가 셀 수 없을 것이다.

산업용 부문에서의 과다 전력수요 비난이 이어지면서 찜통 같은 공장에서 뜨거운 열기를 감내하며 생산 작업에 매진했을 산업 근로자 또한 부지기수였다.

정부는 대체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을 이러한 폭염의 인내를 시험하는 벼랑 끝까지 몰고 갈 것인가. 세계 10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근로자들이 처한 여건이 암담함 그 자체다.

더 이상 정부는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미래 에너지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바람직한 에너지 수요관리정책을 반드시 수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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