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급락에 위기감 팽배…LPG-LNG 균형발전 절실
소형탱크·생계용차량 각광…서민연료 출구전략 유효

벼랑 끝에 몰린 LPG업계가 활로 찾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최근 서민연료의 특색을 살린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본격 시작된 정부 지원 LPG 소형저장탱크보급 사업과 내년 지원사업 진행을 검토중인 농어촌 마을단위 배관망사업이 그 것. 단순한 수요증진이 아니라 에너지취약계층 복지증진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LPG업계의 위기와 해법을 짚어봤다.

▲ 저소득층,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한 LPG소형저장탱크보급 사업은 위기의 LPG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사진은 보급사업으로 설치된 LPG소형저장탱크.
상반기 프로판 소비 20% 감소…‘벼랑끝’에 선 LPG업계

LPG업계의 ‘위기감’은 사실 한두해 일이 아니다. 장기간 수요감소에 해마다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하지만 올해 위기감은 한층 더 무겁다. 프로판 시장에서 일정부분 소비했던 도시가스 열조용 물량이 열량범위제 폐지에 따라 일순간 사라졌고, 부탄시장은 차량등록대수 감소와 정부의 CNG 택시 지원에 힘겹게 맞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국내 LPG(액화석유가스)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9년 929만톤으로 고점을 찍은 LPG 수요는 2010년 916만톤, 2011년 863만톤, 2012년 829만톤으로 매년 감소추세다. 올 상반기도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 연말까지 10% 가량 줄어든 전망이다.

특히 도시가스에 밀린 프로판 수요가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프로판소비량은 총 155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193만2000톤과 비교해 무려 19.5% 감소했다. 수요감소를 견인한 것은 도시가스용 물량. 12만3000톤으로 전년(50만7000톤) 대비 75.7%나 줄었다. 양대 수입사의 경우 90%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정·상업용은 72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75만1000톤) 대비 2.9% 감소하는 데서 그쳤으나 석화용은 산업 호황에 따라 전년(39만1000톤) 대비 12.8%는 44만1000톤으로 집계됐다.

부탄 역시 총 250만1000톤을 소비, 전년대비 소비량은 소폭 늘었지만, 업계와 직접 관련 있는 수송용은 줄었다. 수송용과 가정·상업용 소비량은 각각 196만1000톤, 6만7000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1.5% 감소한 셈. 41만3000톤이 쓰여 전년 대비 83.6% 증가세를 기록한 석화용이 전체 사용량 증가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프로판의 경우 도시가스의 확대보급으로 가정·상업용소비가 꾸준히 줄고 있는 가운데 LNG열량조절용 소비량(도시가스용으로 분류)도 급감하면서 전체적으로 소비량이 크게 위축됐다. 부탄은 LPG자동차의 감소로 수송용 소비량이 소폭 줄어든 가운데 나프타 대체용으로 LPG가 많이 사용되면서 석화용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민연료 부각, ‘회생 불씨’

소비 위축에 LPG 업계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LPG 가격을 낮추고 새로운 먹거리 찾기를 모색한 것. 디젤-LPG혼소 건설·농기계 개발, 우정사업차량 전환 등 틈새시장 공략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LPG소형저장탱크 보급은 업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소형저장탱크란 LPG를 저장하기 위해 지상 또는 지하에 설치하는 3톤 미만의 탱크를 말한다. 기존 유통단계를 축소해 중간마진절감, 소비자 인하 효과가 크다. 2012년 연말 기준 전국 소형LPG저장탱크 설치 현황은 3만2032개. 전년(2만4073개)보다 33%(7959개) 증가할 정도로 몇 년새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소형저장탱크 보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이나 소외지역의 사회복지 시설과 같은 에너지 빈곤층 시설에 LPG소형저장탱크와 공급시설을 지원키로 한 것. 앞으로 5년간 총 213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 5월 본격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8월 중 가스공급을 시작한다.

업계는 정부 사업 후 지역 사회 확산 효과 및 유통구조 개선, 유관업체 동반 성장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LPG 산업에 지원하는 첫 대규모 사업이 진행된 데는 서민연료라는 특성을 부각한 탓이 크다.

이은경 산업부 가스산업과 사무관은 “업계에서 먼저 벌크사업을 활성화해 기반을 만들고, 시범사업까지 벌여 설득력이 컸다”며 “특히 사용계층과 특성을 감안 에너지 복지 차원의 접근을 가능케 한 것이 정부 사업을 진행하는 명분이 됐다”고 밝혔다.

업계는 현재 마을단위 배관망 공급으로 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한LPG협회와 한국LPG산업협회는 경제성 또는 지형적 문제로 도시가스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 위치한 30~70세대 수준의 농어촌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을 LPG배관망으로 공급하는 마을단위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연료불안이 일상화된 섬지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취약계층 복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주 소비계층이 서민들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준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을단위 배관망사사업은 정부로서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에너지복지 확보가 가능하고 업계로서는 LPG업계의 대규모 수요 창출로 이어질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량시장에서도 LPG의 서민 의존도는 높다. 소비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택시이나 소상공인들의 지분도 상당하다. 생계형 차량으로 불리는 다마스와 라보가 LPG차종이기 때문. 한국GM은 환경과 안전기준이 강화돼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며 단종을 예고해 위축되고 있는 LPG차량시장에 위기감을 조장했다.

다행히 최근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8월 중순 국토부 주재로 한국GM, 소상공인 단체가 모인 자리에서 국토부의 대안 마련 제안과 소상공인 단체의 규제에 따른 가격 상승 수용의사가 전달되며 내부적으로 재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관계자는 “차량 가격, 다양한 용도 등 차량 고유의 특성은 물론 저렴한 LPG를 사용한다는 점도 다마스·라보의 인기 요인”이라며 “사업용 차량인 만큼 일반 차량보다 소비량이 많아 LPG업계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업계가 단종 철폐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기관 관계자는 “침체기에 빠진 LPG가 도시가스라는 거대 공룡을 전면적으로 상대하는 것보다 이처럼 농어촌·저소득층 등 소비계층이 서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효율적”이라며 “기술개발, 수요개발도 중요하지만 서민 중심의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위기 타개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 차량시장에서도 LPG는 택시 또는 소상공인들의 지분이 크다. 사진은 단종소식으로 소상공인들의 애를 태운 다마스.
균형발전 정책 지원 ‘절실’

벼랑 끝에 몰린 업계 부흥을 위해서는 자체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소형저장탱크 사업의 경우 업자들이 벌크사업을 시작하며 시장이 커지기는 했지만, 정부 지원을 통해 더 확장되는 형국이다.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PG는 현재 정부의 연료정책에서 소외돼 있다. 지난 2011년 11월 ‘LPG-LNG 균형발전 연구용역 결과’를 얻은 후 그 어떤 후속조치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당시 연구에서 정부는 LPG 산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편,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등을 고려할 때 LNG와 LPG의 비율은 8대 2, LPG를 독립에너지원화해 전체에너지 수요의 4%대를 유지해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택시특별법 등을 통해 CNG개조 비용 지원과 함께 CNG충전소 구축 등의 인프라 확충 지원 등이 담아 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현 상태로 산업이 위축되며 수요·공급 감소와 가격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연료 특성상 서민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며 “연구를 통해 균형발전을 위한 근거도 갖춘 만큼 LPG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액법 일원화도 시급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LPG는 석유제품으로 분류 수송·물류는 석대법, 안전관리는 액법의 적용을 받는다. 관리부서도 양분돼 양쪽 모두에게 소외받는 상황. 업계는 LPG는 생산지, 성상이나 용도 등이 LNG와 유사한 가스체 연료인 만큼 관련규정을 개정해 액법으로 일원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한LPG협회 관계자는 “독립에너지원으로 LPG의 역할을 명시하고, LPG관련 법령을 정비하면 정책의 일관성이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타 연료와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법령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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